성경번역 논쟁, 남의 일 아니다
송영찬 국장 daniel@rpress.or.kr
최근 미국교계는 올 4월에 출시되는 Today’s New International Version
(TNIV) 출간을 놓고 진보와 보수 세력간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소위 ‘여성주의자들을 위한 성경'(Feminist Bible) 또는 ‘성
(性)-중립적인 성경'(Gender-neutral NIV)이라 불리는 TNIV 출간에 대한 이견
이 분분하다.
문제의 발단은 그동안 복음주의 진영에 잘 아려진 존더반(Zondervan)출판사
와 193년 동안 성경 번역에 종사해 온 국제성서공회(International Bible
Society, IBS)가 1984년에 처음 출간되어 현재 가장 많이 팔린 New
International Version(NIV)의 ‘성-중립적인 개정판’을 올 4월에 출간한다고
언론에 공개하면서 시작되었다.
기존 NIV에서 7%만을 개정했다는 TNIV의 문제는 무엇인가?
일단은 신학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영어에서 ‘he’나 ‘his’는 ‘일반적으로 여
성을 포함하여 가르치는 총칭적인
인칭'(generic)이다. 남성대명사를 통한 총
칭 인칭의 표현은 성경뿐만 아니라 서구 문학 작품에서도 일반적으로 사용되
는 구조이다. 그런데 여성주의자들은 성경에서 남성대명사의 사용이 그들이
흔히 말하는 ‘가부장적 구조’ 즉 남성중심 문화의 산물로 간주하여 그 수정
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을 수용할 경우 전 인류에 대한 그리스도와 아담의 대표성(롬 5
장)이라든지 가족 구성원들 중에서 아버지의 대표성(엡 5:22-6:4)과 같은 총
칭적 신학 개념을 이해할 통로를 잃게 되는 것이다. 또한 ‘총칭 인칭적인
he’를 조건반사 식으로 제거함으로서 본의 아니게 종종 ‘단수'(He)를 ‘복
수'(They)로 표현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한편 성경번역 전문가들은 TNIV의 문제를 ‘역동적 상당어구 방법'(Dynamic
Equivalent Method, DEM)의 극단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DEM
은 성경 원어에 국한 받지 않고 그 의미를 ‘독자의 문화 체계’로 수용한다는
점이다. 유진 A. 니다(Eugene A. Nida)가 대표적인 DEM 사용의 대가로 그의
지휘아래 ‘Good News Bible’이 오래 전에
출판되었고, NIV 역시 DEM의 영향아
래서 번역되었다.
이렇게 되면 수천 년이 지난, 그것도 문화와 언어가 확연히 다른 배경에서 학
자의 연구로 이루어진 성경 번역이 과연 ‘성경이 진정 의미하려고 하는 것’인
가에 대한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고대의 성경적 세계와 현대 문화와의 차이
점을 현 시점의 문화를 기준으로 맞추게 될 때 당연히 성경적 권위가 희석되
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성경번역에는 DEM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형식적
상당어구 방법'(Formal Equivalent Method), 즉 성경 원문에 사용된 단어에
가장 부합한 단어를 찾아내는 작업이 동시에 병행되어야 보다 온전한 번역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신뢰할 수 없는 번역 성경은 기독교 신앙의 심장은 멎게 하고 말 것이다. 성
경번역은 그래서 심각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대한성
서공회에서 발행한 개역개정판에 대해 우리 학계에서는 이렇다할 논쟁도 없다
는 것은 그만큼 우리 한국 교회가 성경 번역 문제에 무관심하다는 사실을 보
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