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번역, 미룰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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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번역, 미룰 일이 아니다

송영찬 국장

지금 한국 교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한글 개역 성경은 대한성서공회가 1961년
에 발행한 것이다. 벌써 40년전부터 사용되고 있어 그동안 한국 교회는 개역 
성경에 익숙해 있다. 그리고 지교회나 교계 단체에서 성경 본문을 낭독할 경
우 대부분 개역 성경을 독본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상당수의 교회원들도 
개역 성경을 독본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랫동
안 개역 성경에 익숙해 있어 그다지 불편을 느끼지 않게 되었고 40년이나 지
난 지금까지도 개역 성경은 교회 안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요즘 자라나는 세대들은 개역 성경을 읽을 때마다 어휘의 뜻을 알 수 
없는 단어들 때문에 고충을 겪는다고 한다. 분명 한글로 기록되어 있는 성경
이지만 생소한 단어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성서공회는 젊은 세대들을 위
해 20년전에 표준 새번역을 발행했지만 반응은 개역 성경과 그다지 다르지 않
다. 1998년에는 개역 개정판을 발행했지만 개역 
성경을 모체로 했기 때문에 
역시 문체나 어휘 선택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요즘 젊은 세대들은 한글 성경을 읽기보다는 차라리 쉬운 영어로 
번역된 성경을 읽는 것이 이해가 빠르다고 할 정도가 되었다. 한글 성경을 아
무리 읽어도 본문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쉽게 와 닿지 않는 반면에 영어 성
경을 읽으면 훨씬 명확하게 본문의 뜻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세대
들을 향하여 성경을 읽지 않는다고 나무라는 것은 결코 정당한 처사가 아닐 
것이다.

물론 성경은 기록된 계시이기 때문에 교회의 정당한 해석을 필요로 한다. 그
렇지만 성경은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되어야 한다. 16세기
의 종교 개혁은 라틴어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함으로서 시작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굳이 들추지 않는다 할지라도 성경을 읽는 일은 모든 교회가 권장해
야 할 사항이기 때문이다. 요즘 세대들에게 사용하지도 않고 이해할 수 없는 
어휘로 가득한 성경을 읽으라고 권하기 이전에 성경 번역의 필요성을 먼저 말
해야 순서 상으로 옳은 이야기일 것이다.

우리 한국 교회의 상황에서 성경 번역을 논한다는 것
이 참으로 어려운 것이 
그 실정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특히 성경은 축자 영감에 따라 기록
된 계시라는 점에서 번역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교회는 번역의 중요
성을 중시해야 한다. 그렇다고 한번 번역된 역본을 40년 동안이나 지켜온다
고 해서 그것이 성경을 높이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오히려 성경의 본
문이 전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보존하고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것이 교회의 
주된 사명이다.

성경의 번역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하나의 수단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개역 성경을 오랫동안 보존하는 것이 곧 계시를 보존하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새롭게 그리고 원전이 말하고자 하
는 메시지를 더욱 분명하게 이 시대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
은 진행되어야 한다. 때문에 시대가 바뀌고 언어의 어휘가 변천하는 과정에 
따라 성경 번역도 달라져야 한다. 그 의미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적합한 용어
로 개역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으로 다음 세대에게 복음을 전수해 
주어야 할 교회의 사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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