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학력을 묻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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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학력을 묻지 말아야

우리 한국 교회가 초창기에서부터 자랑할 것이 있다면, 교회 선거 제도에서 
학력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집사나 장로 선임 투표에서 입후보자 
없이 철저한 비밀투표를 함으로서 3분의 2를 득표한 교회원을 선출한다는 선
거법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그 결과 구태여 사전 선거 운동이 불가능 
하였고 학력이나 연고보다는 교회에서의 기여도나 인지도가 중시되었다. 물
론 이러한 선거제도가 가장 완벽한 것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학력을 묻지 않아
도 된다는 좋은 전통을 이어 오게 하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교인 등록카드나 구역원 인명 카드 또는 교사나 임직자 
카드 등의 신상 카드를 교회가 구비하기 시작하면서 학력을 기록하기 시작했
다. 교회원의 자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작성하기 시작
하였던 이러한 신상 카드에 학력은 필수 사항이 되고 만 것이다. 그러다 보
니 자연스럽게 교회에서도 학력을 묻게 되었고 중시하는 경향이 발생하게 되
었다.

실제로 교회에서 학력을 중시하거나 학력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경우는 그
리 많지 않다. 적어도 집사나 장로를 선택하는 선거에서 누가 어느 정도의 학
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은 학력 위주의 선택이 아니라
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여러 직분을 임명하는 과정에서도 학력은 참고 
사항일 뿐 학력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거나 고학력이라는 이유로 주요 직책에 
임용되는 일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것은 교회의 직분을 수행함에 있서 학력보
다는 신앙의 성숙도를 중시하는 교회의 전통을 만들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에서 각종 신상 카드를 작성할 때에는 어김없이 학력
을 기재하고 있다. 심지어 처음 교회에 등록하는 사람일지라도 등록카드에 학
력을 기록하고 있다. 교회 생활에서 학력은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신상 자료에 학력을 기록해 두고 있는 것이다. 이러
한 관행은 사회에서 경력보다는 학력 위주의 이력서를 작성하는 우리나라의 
사회 현상이 여과없이 교회에 들어 온 것에서 시작된 것같다.
우리가 알다시피 사회에서의 학력 위주의 이력서 작성은 학벌 중심의 부
작용
을 낳고 있으며 학연과 지연이라는 미묘한 지방색까지 만들어 내었다. 정치가
들이 정치적인 이권 때문에 만든 지방색 이전에 이미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는 학연에 따른 지방색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문화계나 체육계에
서도 학연을 중시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학력 위주의 요지부동의 사회를 만들
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교회는 결코 학연이나 지연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구태여 학
벌을 중시할 이유도 없다. 누가 어느 학교 출신인지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각종 신상 카드에 학력을 기재하고 있다는 것은 필요 없는 자부심이
나 열등감을 유발할 수 있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
는 것같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교회에서 이
제 학력을 묻는 일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 차제에 교회의 각종 신상 카드에
서 학력을 기록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미 작성된 카드에서도 
학력난은 공난으로 삭제하거나 비워두어야 한다. 더 이상 교회에서 어떤 형태
로든 학력을 묻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송영찬 편집국장, daniel@rpres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