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부활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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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부활절인가?

서구 사회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휴가철은 부활절 휴가일 것이
다. 이 때쯤이면 유럽의 대부분 사람들이 휴양지를 찾아 적게는 1주일 많게
는 2-3주일의 휴가를 떠난다. 거리가 텅 비어 음산한 분위기를 느낄 정도라
면 그 정도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반면에 우리 나라에서의 부활절 축제 분위
기는 석가탄신일보다 그 정도가 적으면 적었지 많지는 않다. 그렇다고 무작
정 서구 사회의 풍속을 좇아 부활절 축제를 벌이자는 말은 아니다.
부활절이나 성탄절 축제가 기독교의 특성을 드러내기보다는 이미 세속화
되어 버린 이즈음에 그래도 우리 나라에선 부활절 절기만이라도 원상의 의
미를 잘 담아 둘 수 있도록 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대부분 그렇듯이 사람들은 어떤 기념일이 되면 심리적으로 들뜨기 마련
이다. 그 기념일이 추석이나 설날과 같은 민족적인 절기라면 그 정도가 심하
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종교적인 절기인 석가탄일이나 성탄절 역시 
그 본
상을 잃은지 오래다. 우리 나라에선 부활절 절기가 아직 세속화되지 않고 있
다는 것은 그나마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최근 교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활절 연합 예배를 위한 행사 준
비를 보면 적지 않은 우려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말 그대로 부활절 이른
아침에 교계가 연합해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기 위한 예배라면 더할 나
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행사 준비위원들은 그 정도에서 좀 지나
치지 않았나 걱정이 앞선다.
부활절을 맞이하여 3월 1일부터 4월3일까지 헌혈 운동 및 실직자를 위한
모금 운동이 전국적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3월 30일에는 부활절 기념 복음
성가제, 4월 1일에는 부활절 성가 합창제와 한국교회 지도자 초청 민족화합
회개기도회, 4월 2일에는 십자가 대행진, 4월 3일에는 부활절 전야 철야 기
도회, 4월 4일에는 부활절 식전 행사로 교역자 신학생 기독청년대학생들의
회개기도회, 부활절 연합예배 등의 순서로 짜여 있는 프로그램을 보면 그것
을 알 수 있다. 특히 십자가 대행진 행사에서는 서울 시청 앞에서 빌라도 법
정 재현 연극이 공연되고 남산을 골
고다로 가정하고 십자가를 지고 행진한
후 식물원 분수대 밑에서 십자가 형 재현을 하는 것으로 짜여져 있다.
언뜻 보면 외국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우리 나라에서도 십자가 행진을 한
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내면을 보면 과연 누구를 위해 그처럼
엄청난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지 그 저의를 알 수 없다. 한국 교계에서
내노라 하는 유명 인사들이 총동원 된 이번 행사는 말 그대로 기독교의 최
대 행사일 수 있다. 불신자들에게 기독교의 힘을 과시하는 기회 일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리스도의 부활을 축하하는 자리가 화려한 부활절 행사로 대치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더욱이 유명 인사들의 얼굴이나 내세우는 행사라면 더
욱 그렇다.
참으로 부활절 이른 아침에 그리스도의 부활을 처음 목격한 마리아처럼
벅찬 감격으로 한 평생을 살아가는 신실한 성도가 이 땅에 얼마나 있는지
궁금하다. 그들에게 진정 부활의 기쁨에 참여하는 복이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