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석의북카페| C.S. 루이스가 일생을 통해 씨름했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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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 루이스가 일생을 통해 씨름했던 것들

인생의 격조 높은 고전이 된 루이스

<서평l 조주석 실장_합신출판부 press@hapdong.ac.kr> 

루이스 마르코스| 최규택 옮김| 그루터기하우스| 375쪽

C.S. 루이스는 삶의 선이 아주 뚜렷하다. 이러한 그를 잘 소개할 욕심에, 전
기와 자서전을 먼저 두어 권 읽었으나 성에 차지 않았다. 한발 더 들여 놓고
서, 그가 쓴 신앙서적도 몇 권 내리 읽었지만 머리에 그려지는 그림은 별로 
선명치 않았다. 한두 권 읽어 뭔가 해보려 했던 내 안이한 태도에 구멍이 
뻥 뚤린 셈이다.

이러던 차에 ‘C.S. 루이스가 일생을 통해 씨름했던 것들’을 읽으면서 루이스
의 전모도 서서히 드러났고 이 정도면 되겠다는 확신도 섰다. 지은이인 루이
스 마르코스는 휴스턴 침례대학의 영문학과 교수이다. 그는 루이스 전문가답
게 간략한 전기뿐 아니라 그가 씨름한 주제들까지 몽땅 한 책에 다 담는다. 

책값 이상의 몫을 다하는 셈이다.

크게 둘로 구성된 이 책은, 먼저 루이스의 일생을 짤막하게 보여준다(1장). 
그의 일생은 여기서 이성과 직관, 사랑과 고통의 싸움터로 그려진다. 이렇
게 살핀 다음, 본격적으로 그가 씨름한 주제들을 차례로 배열한다(2~6장). 
즉 과학(2장), 뉴에이지(3장), 악과 고통(4장), 예술(5장), 천국과 지옥(6
장)이라는 씨름판이 때론 재미있기도 하고 때론 지루하기도 했다. 루이스의 
많은 책들을 거론도 하고 지은이가 직접 씨름판에 나와 자신의 통찰과 시각
을 겹쳐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 통찰과 서술이 간간이 식상한 구석도 있었지
만 루이스가 평생 무엇과 씨름했는지 금방 알 수 있게 한 친절과 노고는 결
코 작아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우리의 씨름판에도 등장할 수 
있는 살기등등한 적수로 여전히 상존하기 때문이다.

루이스는 유년시절에 장로교 신앙의 가정에서 자라났다. 이 유년시절은 이성
과 직관의 전쟁터였고, 중등학교시절은 이성의 벽을 차곡차곡 높이 세우는 
시기였다. 즉 근대주의 교육을 받으면서 점차 기독교 신앙을 송두리째 상실
해 가는 시기였다. 그러나 대학시절로 이
어지고 그곳에서 가르치는 옥스퍼드
시절은 이성의 벽을 허물고 다시 유년시절의 기독교로 선회하는 역전의 시기
가 된다. 

루이스의 삶에 왜 이런 반전이 일어난 것인가? 유럽의 전형적인 지식인이 
된 그가 회의주의와 완고한 무신론을 버리고 왜 이성에 대하여 선전 포고를 
하고 나선 것인가? 근대주의 교육으로 층층이 지식은 쌓여갔지만 공허한 마
음은 채울 길이 없었던 까닭이다. 이성을 판단의 척도로 삼는 근대주의 세계
관의 옷이 아닌, 상상력이 풍부하고 초월적인 다른 옷이 필요했을 터이다. 

거기서는 그의 영혼이 순전한 기쁨을 얻을 수 없었던 것이다. 첨단 과학이 
판을 치는 오늘에도 허무맹랑하게까지 보이는 판타지 소설에서 우리 청소년
들이 눈을 떼지 못하는 걸 보면 루이스의 갈증은 금방 이해가 간다.

목사였던 조지 맥도날드는 <판타스테스>를 통해 마법의 세계를 흥미진진하
게 그렸다. 현대 독자에게조차 신비한 인상을 주는 작품으로 평가되는 이 책
은 무미건조한 자연주의에 깊이 파묻힌 열일곱살의 루이스를 다시 일깨웠
다. 이 경험을 통해 오직 초자연적 세계에서만 얻을 수 있는 세계의 본질을 
어렴풋
이 깨닫고 볼테르, 기번, 존 스튜어트 밀에게서 떠나 단테, 밀턴, 체
스터턴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성만으로는 인간의 눈에 초자연의 세계가 
열릴 수 없다는 걸 확인한 셈이다. 

그후 십육년의 세월이 흘렀고, 톨킨(반지의 제왕 저자)과 어느 날 밤을 지세
우며 나눈 신화 이야기들은 기독교의 신비 곧 성육신이라는 믿기 어려운 실
체 앞에 루이스가 무릎을 꿇게 된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신화가 역사
의 실재가 되는 진정한 성취 사건이란 예수의 성육신 이외에는 다른 아무것
도 있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생의 반전은 여기서 끝나고, 이제 루이스는 기독교 변증가로서 이성과 직관
을 적절히 조화시키면서 평이한 언어로 믿음의 문제들을 훌륭하게 변증하는 
일을 계속해 나간다. 이런 작업이 그가 씨름한 다섯 가지 주제들 안에 면면
이 배어 있다. 근대교육의 수혜자로서 과학과 성경이 자신의 지적 세계에서 
충돌을 일으켜 혼돈 가운데 있는 학도라면 루이스는 21세기에도 만나야 할 
인생의 훌륭한 고전이 아닐 수 없다. 이 더운 여름의 좋은 피서법의 하나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