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신해설 46> 은혜 언약 <제7장 3항>_김병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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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 언약  <73>

< 김병훈 목사, 합신 조직신학 교수 >

 

 

7장 3항: “인간이, 타락으로 인하여, 그 언약[행위언약]에 의하여 스스로 생명을 획득할 수가 없게 되자, 주님께서는 기쁜 마음으로 일반적으로 은혜언약이라고 일컬어지는 두 번째 언약을 맺으셨다: 그것에 의하여, 주님은 죄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을 요구하시고, 그로 인하여 생명과 구원을 값없이 주시어 그들로 하여금 구원을 받도록 하신다; 그리고 생명에 이르도록 작정이 된 모든 사람들에게 성령을 주시어 그들로 하여금 기꺼이 믿으며 또한 믿을 수 있도록 하신다.”

 

 

본 항은 인간이 타락하여 첫 번째 언약인 행위 언약에 의해 생명을 스스로 획득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하나님께서 은혜 언약이라고 일컬어지는 두 번째 언약을 맺으셨음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 두 번째 언약이 은혜 언약이라고 일컬어지는 까닭과 관련하여 말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은혜 언약의 약속과 조건이 무엇인지 그리고 조건을 성취하는 능력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에 대한 교훈을 반영합니다.

 

1. 행위 언약과 은혜 언약

 

인간은 타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하나님께서 주신 첫 번째 언약인 행위 언약에 따라 영원한 생명의 복을 성취하지 못하고, 오히려 불순종에 따른 죽음의 형벌 아래 놓이는 비참한 처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아담은 물론, 그의 후손들 가운데 아무도 예외가 없이 영원한 사망의 형벌을 받아야만 하는 참으로 비극적인 운명만이 인간의 몫일뿐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은혜 언약이라 불리는 두 번째 언약을 맺으셨습니다. 즉 “이것을 행하라 그리하면 살리라”는 약속처럼 행위의 순종을 근거로 하는 행위 언약이 아니라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요 3:16)는 약속을 실행하는 은혜 언약을 세우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두 번째 언약을 인간이 타락한 즉시로 세우셨습니다. 이 사실을 성경은 다음과 같이 증언합니다. “내가 너로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너의 후손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니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니라”(창 3:15).

이 때 유의할 점은 은혜 언약을 맺으신 일로 인하여 온 인류를 향한 행위 언약이 폐기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언약의 대상과 관련하여 볼 때, 타락한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은혜 언약과 다르게, 행위 언약은 타락 이전의 순전한 인간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기 때문에, 아담이 타락한 이후에는 행위 언약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행위 언약을 위반한 아담으로 인하여 그 언약에 따라서 모든 인간이 받아야 하는 불순종함의 형벌, 곧 영원한 사망의 저주는 여전히 인간 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처럼 행위 언약에 따른 저주가 모든 인간에게 미치고 있으므로, 어떤 의미에서는 행위 언약이 은혜 언약으로 인하여 폐기 되었다기보다는, 오히려 아담의 타락 이후의 모든 인간은 여전히 행위 언약 아래 놓여 있다고 말할 수가 있습니다.

 

2. 은혜 언약에 담긴 의미

 

신앙고백서는 두 번째 언약을 행위 언약과 구분하여 은혜 언약이라고 부르는 까닭과 관련하여 여섯 가지를 언급합니다.

(1) 하나님께서 “기쁜 마음으로” 죄인인 사람과 은혜 언약을 세우셨다는 사실입니다.

타락하여 불순종함으로 영원한 형벌 아래 놓인 죄인들에게 구원의 길을 열어주시기 위하여 두 번째 언약을 세우신 동인이 오로지 하나님의 기쁘신 뜻에 있습니다. 두 번째 언약이 이미 행위 언약에 의한 정죄 아래 놓인 인류에게 주어진 다는 점을 생각할 때, 하나님께서 죄인들을 향하여 마땅한 진노이외에 “기쁜 마음으로” 생명의 길을 열어주시는 두 번째 언약을 세우신다는 것은 그것인 “은혜 언약”이라 불리는 까닭을 보여줍니다.

(2) 두 번째 언약이 “은혜 언약”으로 불리는 까닭과 관련하여 신앙고백서가 두 번째로 밝히고 있는 것은 하나님께서 은혜 언약으로 약속하신 것을 “값없이” 주신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은혜 언약으로 인하여 죄인들에게 “생명과 구원”을 “값없이” 주시어 죄인들을 구원하십니다. 이것은 행위 언약의 경우 언약 대상자인 인간이 스스로 행위 언약의 의무를 성취하는 순종의 행위를 통해서 언약이 약속한 바를 얻게 되는 것과 비교하여 볼 때, 두 번째 언약에 담겨진 “은혜”의 성격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3) 이처럼 언약을 통해 약속하신 바를 “값없이” 주시는 두 번째 언약의 “은혜”의 성격은 신앙고백서가 진술하고 있는 바대로 주님께서 두 번째 언약을 통해 요구하시는 바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이라는 사실에서 그것이 “은혜 언약”임을 말하는 세 번째 까닭이 확인이 됩니다.

“믿음”은 행위 언약의 의무인 순종의 “행위”와 전혀 다른 것입니다. “믿음”도 인간이 행하는 일종의 행위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믿음을 행위와 구분할 때, 행위란 인간이 언약의 약속을 성취하기 위하여 스스로 제공하는 공로의 근거를 말하는 것이며, 믿음이란 인간은 전적으로 공로의 근거를 제공하지 못하며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을 단지 받을 뿐이라는 사실과 더불어 그것을 받는 방편을 말하는 것입니다.

인간이 두 번째 언약의 약속을 받는 방편은 어떤 의무를 이행하고 그것을 통해 공로나 권리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을 바라며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뿐입니다. 인간이 어떠한 공로를 근거로 언약의 약속인 영생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두 번째 언약은 “은혜 언약”의 성격을 갖습니다.

(4) 언약의 약속을 받는 방편인 “믿음”의 대상인 “예수 그리스도”를 생각할 때, 두 번째 언약이 “은혜 언약”이라는 네 번째 까닭이 드러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은혜 언약을 죄인들에게 베풀어 주시기 위하여 그들을 대신하여 행위 언약의 모든 의무를 성취하셨습니다(롬 10:4, “그리스도는 모든 믿는 자에게 의를 이루기 위하여 율법의 마침이 되시느니라”). 그리고 죄인들을 대신하여 형벌을 받으셨습니다(사 53:6, “우리는 다 양 같아서 그릇 행하여 각기 제 길로 갔거늘 여호와께서는 우리 무리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히키셨도다”).

하나님께서는 은혜 언약을 세우시면서 행위 언약의 요구를 폐기하신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행위 언약의 의무를 완전히 성취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순종을 은혜 언약의 공로적 조건으로 요구하시며, 그것을 근거로 해서만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을 “값없이”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원을 받도록 하셨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은혜 언약의 은혜성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신앙고백을 교훈합니다. 그것은 이것입니다: ‘행위가 아니라 오직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받을 뿐인 죄인인 인간은 그리스도의 행함으로 인하여서만 의롭다함을 받는다’(갈 3:11, “또 하나님 앞에서 아무도 율법으로 말미암아 의롭게 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니 이는 의인은 믿음으로 살리라 하였음이라”).

(5) 신앙고백서가 두 번째 언약의 “은혜성”과 관련하여 교훈하는 다섯 번째 사실은 은혜 언약의 약속을 받는 방편인 “믿음”의 기원성이 인간에게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아담의 타락으로 인한 원죄의 부패성은 인간으로 하여금 스스로 그리스도와 관련한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회개를 행하는 일을 불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허물과 죄로 죽은 인간이 그리스도 안에 주어진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은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에게서 비롯됩니다(엡 2:1, “그는 허물과 죄로 죽었던 너희를 살리셨도다”). 신앙고백서는 이와 관련하여 “성령을 주시어 그들로 하여금 기꺼이 믿고 믿을 수 있도록 하신다”고 진술합니다.

부패한 죄인이 예수 그리스도를 “기꺼이” 믿고 또한 “믿을 수”가 있게 되는 것은 하나님께서 성령을 선물로 주시는 까닭입니다(겔 36:26,27 “또 새 영을 너희 속에 두고 새 마음을 너희에게 주되 너희 육신에서 굳은 마음을 제거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줄 것이며 또 내 영을 너희 속에 두어 너희로 내 율례를 행하게 하리니 너희가 내 규례를 지켜 행할지라”).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로 인하여 “값없이” 베푸시는 은혜의 영생을 받는 “믿음”도 하나님께서 주신다는 사실은 은혜 언약이 어찌하여 “은혜”인지를 드러내는 결정적인 증거입니다.

(6) 끝으로 신앙고백서가 교훈하는 은혜 언약이 “은혜”인 여섯 번째 까닭은 은혜 언약을 실제로 누리는 대상이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백성들로 국한된다는 사실과 관련합니다.

신앙고백서는 “생명에 이르도록 작정이 된 모든 사람들에게 성령을 주시어 그들로 하여금 기꺼이 믿으며 또한 믿을 수 있도록 하신다”고 진술합니다. 은혜 언약을 체결하시면서 하나님께서는 은혜 언약의 약속을 받는 방편이 “믿음”을 주시는 대상을 또한 “생명에 이르도록 작정이 된 모든 사람들”로 제한을 합니다.

그러한 선택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기쁘신 뜻에 의한 것이며, 죄인인 인간은 그러한 선택을 받아 언약의 선물인 영생을 받아 누릴 뿐입니다. 결국 하나님의 영원한 작정에 따른 선택이 은혜 언약의 기초이며, 은혜 언약은 선택의 작정의 실행입니다.

 

3. 은혜 언약과 종교개혁의 정신

 

신앙고백서의 이러한 진술들은 개혁신학이 하나님의 주권 아래 전개되는 구원의 은혜성을 강력하게 선포한다는 특징을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에 의한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구원을 받는 방편인 믿음조차도 결코 은혜 언약의 조건이 아닙니다. 그 까닭은 믿음이 성령 하나님께서 주시는 선물이기 때문에 믿음은 은혜 언약을 받는 조건이 아니라 은혜 언약이 약속하는 은혜의 선물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금껏 살펴본 은혜 언약의 이해를 통해 드러나듯이 구원의 길인 은혜 언약을 여시는 시작부터 그것의 적용인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구원의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께서 작정하시고 실행하시는 은혜일뿐입니다.

종교개혁의 신학을 드러내는 표지에서 보듯이, 하나님께서 죄인을 구원하시는 일은 “오직 은혜”로 되는 것이며, 그것은 “오직 믿음”으로 받으며, 그러한 은혜는 “오직 그리스도”께서 행위의 순종으로 우리를 의롭게 하시는 “은혜” 때문입니다.

요컨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는 영생의 복락은 “은혜 언약”을 통하여 주어지는 전적인 은혜의 선물임을 신앙고백서의 본 항목은 짧은 진술을 통해서 분명하고도 확실하게 요약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