쌔커리의 ‘허영의 시장’과 허영의 교회_손성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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쌔커리의 ‘허영의 시장’과 허영의 교회 

“온갖 감언이설로 포장된 거짓에 물들지 않아야”

손성은 목사_삼일교회

목회에도 허영이 있습니다. 허영으로 가득 찬 목회자는 시장 경제의 원리를 
목회현장으로 들여다 놓습니다. 물론 그것이 시장에서 나온 것인지, 하나님
의 말씀에서 나온 것인지 잘 분별하지 못하는 경우들도 있고 어떤 이들은 시
장에서 가져온 원리를 말씀에서 가져온 것처럼 위장하거나 스스로를 속이기
도 합니다. 

허영에 빠져 자신을 
위장하기도

허영의 시장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곳이 허영의 시장인 지를 잘 모릅
니다. 그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즐기면서 드나드는 이들도 있겠지만(그들은 
참으로 강심장이들입니다!), 그 실상을 제대로 안다면, 서둘러 빠져 나오려
고 할 것입니다. 
윌리엄 쌔커리의 “허영의 시장”은 존 번연의 “천로역정”에 나오는 천국
을 향하는 순례자들이 거치게 되는 경로들 중의 하나인, ‘허영의 시장
’을 
모티브로 해서, 영국 빅토리아시대 상류 사회의 허영을 고발하는 작품입니
다. 
이 “허영의 시장”에 영향을 입어서 미국의 여류작가 마가렛 미첼은 남북전
쟁을 배경으로 해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소설을 썼습니다. 여주인
공 스칼렛의 허영의 추구를 꼬집고 있는 것입니다. 그게 전쟁의 위기 중에서
도 보여주는 인생의 정곡을 찔러준다고 여겼는지도 모릅니다. 인생이란 ‘바
람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하는 셈입니다. 
이 모든 소설들 속에서 관통해서 꿰고 있는 공통의 주제는 ‘허영’이라는 
점에서 이 ‘허영’이 차지하는 몫이 인생의 문제에 있어서 너무나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허영의 시장”의 결론은 무엇일까요? 전도자가 단언
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
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바로 인생인 것입니다. 
이 소설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허영이라는 것만 아니라 ‘시장’이라는 것입
니다. 19세기의 빅토리아 시대의 시장보다도 포스트모던의 21세기 시장에서
는 허영이 더욱 판을 칩니다. 
이제는 ‘이름’과 ‘이미지’와 ‘브랜드’가 부와 가
치를 창출하는 시대
가 되었습니다. 이 ‘이름’과 ‘이미지’는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대량 생산
됩니다. 이 시장을 석권하는 것이야말로 ‘이름’의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 허영의 목회자들이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
다. “허영의 시장”을 통과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시장에 넘치고 있는 각종 프로그램들, 각종의 새로운 사조와 신학들, 범
람하는 목회의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목사들의 구미를 자극합니다. 각종 세미
나들이 그것에 참석하지 않으면 목회에 뒤쳐지게 된다는 식으로 즐비하게 선
전을 합니다.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세상의 미디어, 시장의 미디어의 광고 전
략과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가짜 학위인 줄을 알면서도 어쨌든 학위를 가지려고 하는 것도 이런 학위의 
이미지가 홍보 효과에 좋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속아주는 사람들이 있
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의 거짓은 거룩한 희생이 되는 것입니다. 고대 근
동의 ‘거룩한 창녀’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런 홍보전략으로 성장하는 교회가 있다면 그것은 허영의 교회이기 십상입
니다. 교회라고 불려질 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허영의 시장의 또 다른 모습입
니다. 그런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들은 교회의 브랜드화 된 그 이미지에 현혹
됩니다. 남을 속이면서 스스로를 속이는 시장의 논리에 눈이 가려집니다. 목
사의 선전에 속고, 그것이 거짓인 줄 알면서도 속아줍니다. 
이런 “허영의 시장”을 우리는 통과하고 있습니다. 무사히 잘 통과하여 천
국에까지 이를 것인가? 여기에 붙잡혀 현란한 상품들을 보면서 제정신을 잃
어버린 채 우리는 넋을 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궁극적으로는 하나님께서
만 아시겠지요. 

위장된 상품에 넋빠져선 안돼

어쩌면 우리도 하나의 ‘상품’이 되어서 ‘허영의 시장’에 널려져 있겠지
만 전혀 천국의 그 즐거움에는 참예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염려가 됩
니다. 과연 우리들은 이런 가능성을 전혀 생각조차 못하면서, 아니 안 하면
서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