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게도 마시고 가난하게도 마소서_이재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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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게도 마시고 가난하게도 마소서

이재헌 ·대구동흥교회 목사

얼마 전 한 일간지에 실린 기사를 보고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지
방세로 공무원 인건비도 대지 못할 정도로 재정 자립도가 낮은 전국의 140
개 지방 자치단체 가운데 110곳의 기관장이 자신의 전용차로 세법상 배기량 
2000cc 이상 되는 대형차를 타는 것으로 보도했다. 

분에 넘치게 사치부리는 세태

전라북도 내의 한 군수는 금년 1월에 4,500 만원 상당의 배기량 3,342cc급 
대형 승용차를 군수 전용 차량으로 새로 구입했는데,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해
당 군의 재정 자립도는 전국 248개 지자체 가운데 246위에 해당하는 8.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기업으로 따진다면 직원 인건비도 줄 수 없을 정도로 사
정이 어려운 회사 사장이 자신은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중앙정부의 경우 장관급은 3,300cc, 차관급은 2,800cc를 각
각 넘지 못하도록 전용차량 배기량 권고 기준을 정해 
놓고 있으나 지자체의 
경우 기관장이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 자율적으로 전용 차량을 결정하고 있
기 때문에 법적인 규제를 할 수는 없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자동차가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의 권위나 사회적인 수준을 대변하는 
수단이 되지 않는 때가 이미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 속에 잔재하
는 과시적 의식들은 쉬 떨쳐버리기 어려운 모양이다. 이것이 어디 그들만의 
문제이겠는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성도들은 물론이요 목회자들까지도 이
런 인간적인 과시욕에 메여 있지 않노라고 자유로움을 외칠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본다. 
비단 자동차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각양의 다른 환경에서 사역하는 우리 
목회자들에게는 각자에게 주어진 환경과 상황 속에서 가장 적절한 삶의 모습
을 보여 주는 것이야말로 세상 앞에서 드러나는 선지자적 지혜의 시작이라
는 생각이 든다. 
목회자의 길을 걷기 시작하던 초보 전도사 시절에, 이미 주님의 품에 안기셨
지만 본 교단의 지도자로 많은 분들의 존경을 받던 한 분 목사님을 담임목사
로 모시며 아버님처럼 존경하며 가르침을 받았던 행복한 시절이 
생각난다. 
우연한 기회에 목회자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에 철없는 질문을 
드렸다. “목회자가 어느 정도의 경제적 수준으로 생활하는 것이 가장 좋다
고 보십니까?” 당돌한 초년병의 질문에 목사님은 조금도 개의치 않으시며 
너무나 명확한 답을 주셨던 것을 생생히 기억한다. 
“목사 본인은 자신이 목양하는 교인들 전체의 경제적 수준에서 가장 어려
운 사람을 기준으로 20% 정도 선에서 살려고 노력하면 되고, 교회는 전체 교
인들의 경제 수준에 비추어 상위 20% 선에서 목회자를 대접하려고만 하면 
그 교회와 목회자는 아주 은혜롭게 지낼 수가 있습니다.” 간단하면서도 자
상하게 대답해 주신 그 가르침은 지금도 내 목회 현장에서 꼭 실천 해 보려
고 애쓰는 기준이 되어 있다. 
목회자가 너무 사치하여 교인들로 하여금 시험에 들게 하는 것은 두 말 할 
나위 없이 바르지 못한 모습이요, 너무 궁색하게 보여서 보는 이의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거나 성도들에게 무언의 부담을 주는 것 또한 덕스러운 모습
은 아닐 것이다. 지나치지도 않으며 모자라지도 않게 살면 되는 이 간단한 
말이 실제에 있어서는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기준으로 이렇게 산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 어려운 과제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로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내게 먹이시옵소서’(잠 30:8)라는 말씀이 
우리 속에서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 

모자라지 않을 정도면 족해

누가 보아도 ‘가장 적절하게 생활하시는 목회자’로 살기 위해 애쓰는 모습
이 참으로 아름답고 존경받는 목회자 상(像)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