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목회의 보람과 과제
이은국 목사_용연교회
‘경관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예배당도 너무 아담하구요!’
우리 교회를 방문한 사람들의 공통된 인사말이다. 숨막히는 접전의 현장이
다름 아닌 오늘날의 목회현장인데 나는 너무 한가한 사람처럼 여겨지는 것
은 아닌가 하는 염려를 하면서도 오히려 나에게 허락하신 여유로운 은혜로
받아들인다.
여유롭게 보이는 목회 현장
확 트인 하늘, 사방으로 펼쳐진 푸른 숲, 싱그러움으로 가득한 녹색 벌판
과 맑은 공기를 벗삼아 살아가는 것은 남다른 복이요 부러움이다. 눈곱만큼
의 여유도 없다는 요즘 세상에 숱한 사람들이 여유로움을 잊은 채 하루 하루
를 쫓기며 살아가는 마당에 여유로움이란 분명한 아름다움이다.
부산에서 살다가 서울로 이사한 친척이 있는데 가끔 부산에 와 보면 사람들
의 걸음에서부터 여유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서울 사람들보다는 부
산 사람들이 경쟁에 있어서 보다 여유로움이 발견된다는 뜻으로 풀이
할 수
있겠다. 하물며 농촌의 여유로움이야 어찌 표현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여유
작작, 즉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마음을 간직한 곳이
다.
여유로움은 어디서 오는가? 소금강으로 불리는 이곳 천성산 계곡의 맑은 물
이 흘러 흘러 낙동강에 이르듯 밤낮의 조화와 더불어 잘 익은 열매가 자신에
게 주어질 때까지 기다림만 있을 뿐 인위적인 조절이 없는 다만 바라봄에서
이다. 스스로가 이루어 내고자 하는 욕망을 멀리하고 누군가가 이루어 주리
라는 믿음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머문 곳이다.
농촌목회란 그야말로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하나님은
자라나게 하셨나니’라는 말씀을 누구보다도 깊이 있게 묵상하게끔 한다. 경
쟁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은혜의 동산, 오늘따라 어디선가 시원스레 울려
퍼지는 매미 노래가 무더위 속에서도 한껏 여유로움을 더해주고 있다.
창 밖으로 텃밭에는 무성한 들깻잎들이 실바람을 타며 하늘거리고 몇 줄기
피어오른 하얀 부추꽃의 자태는 소박하기 그지없고 우리 교회 상추쌈이 맛있
기로 소문난 것은 숨겨진 이유가 있다. 돌담장을 휘감으며 며칠사
이에 탐스
러운 열매를 내 놓은 호박넝쿨은 무더위도 모르는 듯 그 잎이 보드랍기만 하
다.
농촌목회의 보람은 순박한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처음 딴 옥수순데 맛이
있슴더, 벌써 고구마를 캐면 어떻해요? 좀더 자란 담에 캐지 않고서는… 아
니예요, 오늘 나눠 먹으려고 좀 캐봤어요! 우리 밭에서 호박 따 드세
요!…’ 이처럼 농촌목회의 아름다움은 풍성한 나눔의 현장이다. 그 어느
구석을 돌아보아도 선의의 경쟁이요 여유로움뿐이다. 정성으로 가득한 무공
해 먹거리를 통해 섬김과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들이 호박넝쿨을 닮았다. 이
번 주일 점심식탁에는 어떤 먹거리가 선을 뵐까 기다려진다.
농촌목회에서는 노동의 즐거움을 빼 놓을 수 없다. 온 몸으로 뛰어야 하는
지역적인 특수성으로 인해 어쩌면 피할 수 없는 복이다. 노동은 운동을 대신
하고 흠뻑 땀을 적시게 함으로 기분을 좋게 하고 식욕을 왕성하게 해준다.
성도들과 함께 텃밭에 물을 주고 풀베는 일, 웃자란 나무를 자르고 가볍게
는 문단속에서부터 전기, 수도공사 등 시설물 보수에 이르기까지 관리의 대
부분이 목회자의 몫이 되고 있다. 수고를 보람으로 땀을 값진
보상으로 생각
하지 않고서는 농촌목회를 감당하기 어려운지도 모른다.
반면에 도시화 추세로 인해 기존 인구가 점차 감소되고 있으며 주민 구성원
들이 거의 고령층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농촌교회 대다수는 경제적인
압박을 피할 수 없고 사역 현장의 발전이나 새로움을 기대하기 어렵다. 교
회 안 사역으로는 사역의 폭이 너무 좁을 수밖에 없으므로 교회 밖 사역에
눈을 돌려서 효과적인 복음사역이 이루어지는 데로 역량을 모아야 할 것으
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경우로는 농촌교회 사역이 현상유지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갈
수록 형편은 더 어려워지고 여건도 희망적이지 않다. 농촌교회를 전폭적으
로 지원하는 도농교회간 결연 모델 등 농촌교회를 위한 교단차원의 적극적
대안이 절실하다.
필자는 20년 가까이 농촌목회 사역을 하고 있는데 단순히 농촌교회를 섬기
고 있다고 해서가 아니라 먼저 농촌을 사랑하고 농민을 이해할 줄 아는 전문
성을 가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농촌과 농민 이해 앞서야
농촌목회는 아무라도 쉽게 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 탈피하여 농촌사역에 사명
감이 있고 전문성을 가진 목회
자들을 발굴하는 정책과 더불어 우리 교단에
도 보다 농촌사역을 희망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