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가 되어 줄 수 있는 교회_최영묵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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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가 되어 줄 수 있는 교회

최영묵 목사_화곡 언약교회

연일 30도가 넘는 날씨가 계속되어진다. 불볕더위, 찜통더위, 폭염이라고 불
리어지는 날들이 여름 더위의 위력을 유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무척 무더운 여름 날씨

올 여름 무더위 기승은 우리들에게 “쿨링센터: cooling center(폭염대피
소)”라는 새로운 단어와 아울러 소방방재청에서는 폭염종합대책이라는 것
을 발표하게 했다. 내용인즉 폭염주의보, 경보 발령이 내리면 산업현장에서
는 낮잠과 공사중지, 수업단축 및 휴교 등의 조치가 취해지고 고령노인, 독
거노인, 신체허약자, 어린아이들은 폭염대피소에서 더위를 피하는 것이다.
어찌 이 무더위가 올 여름뿐이겠는가? 여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 더워
질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더위를 피하는 것이 관건이 아니겠는가? 
지금으로부터 24년 전 초여름으로 기억된다. 서울 가난한 변두리 지역 중 하
나였던 망원동, 이곳에 사는 아이들에게는 별다른 놀이터가 없었던지라 여름

경학교를 전후로 해서 방학이 끝날 때까지 많은 아이들은 교회에서 살다시
피 하였다. 
그때는 에어컨이 뭔지도 몰랐다. 큰 선풍기 하나 돌아가면 그것으로 만족하
고, 어쩌다 한번 간식거리를 나누어주면 그날은 최고 신나는 날이었다. 혹 
‘예배당이 놀이터냐’면서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혼내주는 교회 어른들의 꾸
중 소리 역시 한 여름 매미울음소리처럼 들었을 뿐 어린아이들은 마냥 즐겁
기만 했다.
유난히 무덥다는 올 여름, 오래 전 놀이터가 되어주었던 옛 교회가 무척이
나 생각나고 그리워진다.
며칠 전 ‘어린 아들에게 출근을 하면서 오늘은 무척 덥다니까 대형마트 매
장에 가서 놀다오라고 했는데 잘 놀고 오려는지… ’ 하며 걱정을 하는 가
난한 모자 가정 엄마의 넋두리를 듣게 되었다. 어찌 이 모자 가정만의 이야
기일까? 이 무더위에 갈 곳 없고, 피할 곳 없는 힘겨운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에 폭염종합대책이 세워지지 않았겠는가?
우리는 흔히 공짜 여름 피서법은 은행이 제일이라고 우스개 소리를 한다. 그
러나 어디 은행 피서법이 그리 쉬운 일일까? 디마케팅(de-marketing. 돈 안 
되는 고객 쫓아내는 마케팅) 
교육을 철저히 받은 직원들은 공짜 손님들에게 
왜 번호표를 안 뽑냐면서 눈치를 주고, 그냥 이렇게 앉아서 에어컨 바람 쐬
면 다른 분들이 싫어한다는 경고에 그곳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
를 들으면 공짜 피서법 역시 쉬운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른들의 사정이 이러한데 아이들이야 어떻겠는가? 이런 무더운 여름 날 아
이들의 놀이터가 되어줄 수 있는 교회가 있는가? 갈 곳 없고, 피할 곳 없는 
사람들을 위해 시원한 에어컨을 켜 놓고 이들을 기다려주는 교회는 어떨까?

지금 아이들부터 돌봐야

“한기총”을 중심으로 하는 보수 교회들이 애국차원에서 벌이고 있는 구호
성 운동(아이 낳기 운동)보다 지금 있는 아이들이 눈치 안보고 살 수 있는 
삶의 터전을 만들어 주는 일부터 소리소문 없이 해 가는 것이 시급한 일 아
닐까?
오늘은 예배당에 있는 에어컨을 아주 시원하게 틀어 놓아야겠다. 그리고 더
위에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찾아 나서야겠다. 편한 마음으로 재미있는 놀이
로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해 주어야겠다. 행여 계면쩍게 눈길이 마주치면 
마음으로 말해야지… 
“괜찮아… 더울 때는 에어컨이 짱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