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가져오는 것_변세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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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 가져오는 것 

변세권 목사_온유한교회

간밤에 눈이 내려 앙상했던 겨울 산이 햇솜 같은 흰 눈으로 포근하게 덮였
다. 두툼한 파카에 목도리를 두르고 주변 산자락을 걸었다. 발을 내딛을 때마
다 뽀드득거리는 발자국 소리에 때묻지 않았던 어린 시절이 생각이 났다. 이
제는 많은 이별과 만남을 통해 늙었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시인은 이별에 대
해 이렇게 썼다. 

사랑하지 않아야 할 연인들이 사랑하는 것보다 / 더 슬픈 것은 이별하지 않아
야 할 연인들이 이별을 하는 것이다 / 사랑이 슬픔에 자리를 내어주고 / 이별
이 슬픔에 자리를 내어 줄 때마다 …

우리는 매일 이별을 하며 산다. 하루 종일 같이 일했던 동료들과도 매일 헤어
진다. 시간과도 이별을 하고 내가 다녀왔던 공간과도 이별을 한다. 
아침저녁 출퇴근하며 스쳐갔던 사람들과도 이별을 한다. 사람들은 태어나면
서 매일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사는 건지도 모른다. 이별은 살아있는 동안 거
부할 수 없는 하나님의 절
대 명령이다. 
그러나 이별은 슬프고 아프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별은 우리의 삶을 진지하
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별과 아픔이 없다면 우리는 삶에 대해 진
지한 질문을 생각하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지면서, 짙은 아픔을 
겪으면서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이었는가를 다시 생각하며 지나온 시간들
을 뉘우치며 새로운 삶을 결심하게 된다. 
이별은 아픔을 데려와 우리를 더욱 성숙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이별의 
불빛이 우리의 내면을 비출 때 참된 자신을 깨닫게 된다.
모든 이별에는 무게가 있다. 큰 이별일수록 더 큰 무게의 아픔이 따라온다. 
이별은 나이테를 만든다. 나이테가 많을수록 더 큰 나무로 자라나듯이 우리
는 이별의 나이테를 두르며 삶의 깊이를 더해간다. 
이별은 날카로운 칼날을 가지고 있다. 생살을 째는 듯한 아픔과 체념과 한숨
과 통증을 가져오지만 이별은 이별로 끝나지 않는다. 이별은 언제나 미래시제
이기 때문이다. 이별은 후회의 그림자를 달고 다닌다. 곁에 머무는 동안 더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고 내게 말한다. 
어떻게 보면 목회도 이별과 아픔의 연속이다. 일부러 고통과 이별을 
자처할 
필요는 없지만 그러나 사람은 어려움을 당하고 고생을 해봐야 깊은 사고를 하
고 성숙해진다. 따라서 이별을 맞이할 때 우리는 너무 슬퍼하지 말아야 한
다. 왜냐하면 그때 종도 크고 성도도 함께 커나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