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목회가 최고다?
이은상 목사/ 동락교회
기독교백화점에서 성도들에게 줄 선물로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라는 찬양
테이프를 백화점 주인으로부터 선별 받아 샀습니다. 책방 주인은 ‘친구가 신
도시에서 목회를 하는데 이 찬양을 매일 듣고 기도해서 큰 땅을 주님으로부
터 받고 교회당을 건축했다’는 간증까지 들려주셨습니다. 그의 간증에 반 설
득 반 믿음을 가지고 저는 찬양을 들었습니다. ‘주님이 주신 땅으로 한 걸음
씩 나아갈 때에~,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 그 땅을 취하리니 취하리니(아
멘)’
이 찬양은 정말 ‘하나님께서 땅을 주실 것’이라는 흥분과 ‘얼마후면 넓은
주차장에 휴식공간까지 마련하는 교회당이 세워지겠지’라는 확신과 더 나가
서 그동안 감추어왔던 ‘부동산 목회가 최고’라는 나 스스로 믿는 잠복신학
(?)에까지 나가게 만들었습니다.
겨울이 녹아가면서 주변에서는 교회당을 건축하는 망치소리가 들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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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망치소리는 목회자의 마음을 이렇게 때리는 것 같습니다. ‘부동산 목회
가 최고다, 땅! 부동산 목회가 최고다, 땅 땅 땅!’ 요즈음 목회자들에게는
옛 어른들과 달리 4방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책방, 골방, 심방, 그리고 복덕
방.
사람들은 큰 것을 좋아하고 새 것을 당연히 좋아합니다. 구멍가게보다 대형
할인마트를 선호하고 옛날 목욕탕보다 에덴의 문화혜택과 로마말기의 풍요에
접근할 수 있는 찜질방을 더 좋아합니다. 마찬가지로 성도들도 그런 문화적
인 이유로 크고 잘 지어진 교회당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교회도 건물만 지으
면, 자리만 잘 잡으면 목회를 성공할 수 있다는 ‘부동산 목회론’이 등장한
것 같습니다. 혹 자리를 잘 잡지 못해 전전긍긍 버텨야 하는 목회자들은 ‘나
도 저 자리에 들어가면 큰 목회 할 수 있을텐데’ 하며 스스로 위로하기도 합
니다.
그러나 목회자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부동산 목회가 최고라는 속마음과 작
은 교회가 아름답다고 설교하는 겉 입술의 이중성 때문에 겪는 딜레마일 것입
니다. 물론 모든 것을 초월해서 소신 목회를 하시는 분들에게는 별 갈등거리
가 아닐지 모르
지만 개척을 준비하거나 개척에 실패해서 이리저리 자리를 찾
아 방황하는 목회자들에게는 부동산 목회는 큰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
다. 이런 관심이 지나쳐 근심이 되고 근심에 마음을 빼앗겨 영적 침체를 경험
하기도 합니다. 이런 사실적(fact) 상황을 어떡하란 말입니까?
부동산 목회는 요즈음처럼 개척 성공이 어려운 시절에 분명 교회가 정착하는
데 한 몫 한다고 봅니다. 그만큼 망할 확률이 적다는 것이죠. 또한 자리를
잘 잡으므로 신앙 생활하는 성도들에게도 불편함이나 게으름에 대한 핑계거리
가 되지 않는 이점도 있습니다. 목회에 적절치 못한 자리와 건물은 사역의 한
계를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부동산 자체에 목적을 둔다는 데 있습니다. 부동산에 몰두하다보면 하
나님 없이 스스로 열매를 거둘 수 있다는 불신앙에 빠질 수 있습니다. 또한
한 영혼을 사랑하기보다는 빠른 길과 많은 숫자라는 우상에, 그리고 지름길
을 찾다가 그만 좁은 길이 아닌 넓은 길이라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말입니
다. 하나님의 영광보다 ‘나 잘났다’라는 자기 야심이라는 올무에 걸릴 수
도 있습니다. 로또 열풍의 배후에 돈
이라는 우상이 있는 것처럼 부동산 목회
의 배후에는 한 사람의 영혼 사랑이 아닌 숫자 사랑, 스피드 사랑이라는 육
적 감각이 있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부동산을 추구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정직하게 자주 물어야
합니다. 이것이 목회의 생존전략인지 아니면 목회의 생계전략인지, 이것이 영
혼구원을 위한 열심인지 아니면 자기 영광을 위한 특심인지 말입니다. 우리
는 어려운 일은 건너뛰고 땀도 없이 얼른 채우려하고 실패가 보이면 재빨리
돌아가려고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아픈 상처를 도려내시더라도 무쇠같
은 감각을 두들겨 패서라도(땅땅땅) 우리를 정금으로 만드십니다.
우리는 이렇게 고백해야 합니다.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 같이 나오리라”(욥23:10). 하나님께서는 오
랜 시간과 어렵고 복잡한 과정을 거치더라도 우리에게 완전한 승리와 진정한
성공을 마련해 주시고자 합니다.
우리는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며 또한 우리에게 맡겨진 달란트대로
만 충성을 다하면 되는 것입니다. 결혼의 평생 목표가 ‘내 집 마련’이 아
닌
것처럼 교회도 예배당 짓는 게 지상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주보 표지에
멋진 예배당 조감도를 싣고 성도들에게는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 기도하
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건물의 소유 여부가 아니라 교회가 바르게 서서 교
인들 각자 성전이 되어 세상 속에서 성도답게 살아가라고 하는 것이라 믿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