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표 인생
이은상 목사/ 동락교회
저는 언제부터인지 신문을 볼 때마다 꼭 빼놓지 않고 보는 면이 있습니다. 그
것은 바로 경제면에 있는 종합주가지수의 등락현황을 알리는 화살표(↑↓▲
▼)입니다. 제가 버릇처럼 이 화살표를 보게 된 이유는 주식투자 때문이 아니
라 순전히 목회적인 측면에서입니다. 성도들 중에는 이 화살표의 오르고 내림
에 따라 신바람이 날 때가 있고 때로는 울상이 되기도 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
입니다. 그래서 저도 화살표의 방향대로 성도들처럼 희비의 감정을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코스닥과 나스닥지수의 포인트의 급등을 그려보
곤 합니다.
저는 이런 인생을 화살표 인생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즉 화살표 인생이란 인
생의 기쁨이 화살표의 방향에 좌우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
면 우리 주변에는 화살표인생들이 꽤나 많은 것 같습니다. 정부의 강력한 부
동산 안정 대책과 관련하여 강남 및 수도권의 토지 거래
허가 구역 주민들은
마음이 꽁꽁 얼어붙고 강북 뉴타운 후보 지역의 주민들은 후끈 달아오른답니
다. 즉 지역별 아파트 매매가 및 전세가의 변동률과 땅값 상승률을 알리는 화
살표는 강남은 울고 강북은 웃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년초 대비
연말 전세가 변동율 추이라든지 원달러 환율이나 금리를 알리는 화살표는 가
진 자나 빚쟁이와 상관없이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화살표 인생들은 경제에만 있지 않고 시공간을 초월한 각 영역마다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 후보의 인기도와 지지율의 변동을 알리는 갤럽조사의 수
치는 각 후보에게 희비의 감정을 실어줍니다. 학교에서 수능시험을 치른 학생
들도 얼마후면 성적을 알리는 이 화살표 때문에 울고 웃을 것입니다. 다이어
트를 목표로 하는 미인들도 허리사이즈나 몸무게의 변동수치 때문에, 성장기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자녀의 키를 알리는 화살표 때문에, 심지어 교통란이
심한 교차로 앞에서 길게 늘어져 좌회전을 기다리는 바쁜 운전자들에게도 화
살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닙니다. 그런가하면 교회에서도 지난주 출석 통
계와 헌금액수의 등락 때문에 마
음이 동하는 목회자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정말 화살표가 이렇게 인생의 많은 영역에서 희비를 가늠하는 절대적인 표지
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물론 숫자와 행복의 감정과는 분명히 상관 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곧 인생의 행복의 절대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요즈음 연상의 커플이 유행이랍니다. 그들의 한결같은
외침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문제는 나이가 아니
라 사랑이라는 것이죠.
그렇습니다. 화살표는 숫자의 높낮이를 가르치는 표시이지만 마음을 지배할
수 있는 잣대(Canon, 헬라어로 벽돌공의 다림줄, 기능공의 틀이나 막대를 뜻
함)는 아닙니다. 인생이 얼마 남지 않은 경로당의 노인이나 이제 막 인생을
출발한 선교원의 아이들도 모두가 동일하게 웃을 권리가 있고 누릴 이유가 있
는 것입니다. 백화점에 가보면 허리사이즈 24이하의 청바지보다 24를 넘는 바
지를 더 찾기 쉽더군요. 양장을 육육을 입던 칠칠을 입던 면티가 LX든지 L든
지 가격에는 차이가 없더군요.
수은주의 화살표가 0이하를 알리는 계절이 올 때 두 종류의 삶을 생각해봅니
다. 하나는 온도계와 같은 인생이고 다른 하나는 온도 조절기와 같은 인생입
니다. 온도계와 같은 인생은 주변환경을 마음 그대로 나타낼 뿐입니다. 그러
나 온도 조절기와 같은 인생들은 환경이 자기들을 조정하도록 내버려두지 않
고 오히려 변화를 만들어 냅니다. 화살표 인생들은 오늘도 온도계와 같이 화
살표에 얽매여 살아가지만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온도 조절기와 같이 주변상
황을 조정하며 화살표에 기쁨을 빼앗기지 않습니다. 바울의 고백처럼 말입니
다.
내가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에 배부르
며(▲)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
(빌4:12). 그래도 이 화살표를 잊지 못하시겠다면 이것을 영적 바로 미터로
사용해보세요. 예배 횟수가 줄고 기도 시간, 성경 읽기는 줄고 죄와 교만은
증가할 때 애통해하거나 슬퍼한다면 문제가 없겠죠. 올림 화살표는 위를 즉
하나님만 바라보라는 표시이고 내림 화살표는 땅을 즉 인생의 부족함을 바라
보라는 것으로 이용된다면 천국을 소유하며 어떤 형편에서도 하나님의 위로
와 복을 받을 것입니다(마5: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