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의 불신앙과의 전쟁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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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의 불신앙과의 전쟁 되어야 한다

김재성 교수 

최근에 미국이 대 이라크 군사작전을 감행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양편으로 갈라서서 각기 다른 목소
리를 내고 있다. 보수적인 신학과 신앙을 견지하는 사람들은 이라크 공격을 
지지하고 있고, 진보적인 그룹들은 한결같이 전쟁반대론을 펴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복음주의 신학자들과 지도자들 5명은 죠지 W. 부
시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서 이라크 폭격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전 닉슨 대통령 참모였다가 워터게이트 사건에 연루되어서 옥고를 치렀고, 
그 후로 감옥전도자가 되어서 유명해진 챨스 콜슨, 대중전도자 빌리그래함, 
대학생 전도협회 빌 브라이트 등이라고 월간 잡지 ‘크리스챠니티 투데이’ 
최신호에서 밝히고 있다.

한국인들은 세계 제2차 대전이라는 참혹한 체험을 하였기에, 오늘의 전쟁 위
협 앞에서 그냥 무관심하게 넘어갈 수 없다. 과연 오늘의 전쟁이 미국
의 군사
작전이 의도한 바대로 중동지역에 평화를 가져올 것인가? 

히틀러가 1936년 라인강 주변의 여러 나라를 짓밟은 결과가 무엇이었던가? 소
련의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 북한이 남한을 침략한 이 전쟁은 무엇을 남겨놓았
는가?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자들의 꼭두각시 놀음으로 인해서 남북 분단 50
년과 가족간의 생이별, 그리고 수 백만의 이산가족과 사망자를 냈을 뿐이다. 
그런가 하면 복음주의자이지만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주장하는 이스턴 침례신
학대학 로널드 사이더 교수와 토니 캄폴로 등 70여 명의 미국과 영국 신학자
들과 목회자들은 이라크 침공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사이더 교수는 
이미 ‘복음과 사회적 행동’이라는 책을 1993년에 발표한 바 있고, 현실참여
론자로 잘 알려진 학자이다. 개인을 전도해서 구원하는 것과 사회의 정의실현
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잘 알려진 지론이다. 그는 이번 침공으
로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힘을 사용하게 되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결
코 좋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이라
크의 도덕적 타락을 바로 잡아줄 수 있도록 전
세계가 창조적 지혜를 발휘하자
고 주장하고 나섰다. 

사이더 교수는 1925년부터 1952년까지 뉴욕시 갈보리 성공회 교회의 목사였
던 새뮤얼 무어 슈메이커 목사가 취했던 입장을 매우 찬양하는 사람이다. 슈
메이커 목사는 교회를 알코올 중독자 재활센타로 만들었던 사회참여자였고, 
1930년대에는 도덕재무장 운동을 이끌면서 전쟁과 대립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
했었다. 슈메이커는 제2차 세계대전에 미국이 참여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유
럽에서 남자들이 탱크와 전투기에 대항하여 싸우는 것은 단순히 대적자들과
의 싸움이 아니라, 이념과의 싸움이라고 질타했다. 군사적으로 나라를 지켜내
기도 해야 하지만, 사실은 도덕적으로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메이커 목사가 남긴 설교집에 보면, 성도들로 하여금 도덕과 용기와 자기 
중심적인 이기심을 버릴 것과 깨어있을 것과 전체적인 안목에서 살아갈 것을 
강조했다. 어느 나라, 어느 사회든지, 적은 성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성 안
에 있다는 혜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우리 성도들이 수행해야 할 전쟁은 사회제도와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해 
주려는 전쟁이다. 그
런데 그것도 역시 교회 밖에 있는 어떤 자들과의 싸움이 
아니라, 내부에 있는 불신앙과의 싸움이 되어야 한다. 개개인의 인간 내부에 
있는 죄악을 눈감아 버리면서, 하나님이 주신 특권을 받은 나라들이 그 받은 
복으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기 위해서 전쟁을 벌인다는 것은 명분이 서지 않
는다. 

더구나 현대전쟁은 하나님이 명령하신 거룩한 전쟁이라고 볼 수 없는 여러가
지 이유가 있다. 미국 국가주의의 안목에서 전쟁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해서
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기준에서 이번 전쟁을 일으킬 의미가 있는 것
인가? 미국은 여러가지 면에서 하나님의 복을 받은 사람들의 후손이지만, 이
라크는 하나님의 저주를 받아야만 하는 우상숭배의 나라요 무식하고 더러운 
백성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서구 유럽의 기준과 시각에서 보는 것이
다. 

미국은 지금 전세계 불의와 타락과 테러리즘과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
라, 한 나라와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태도로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미
국이야말로 점점 더 타락하고 방탕한 저질 오락문화가 확산되고 있음을 탄식
하고 그런 추잡한 세속주의와 싸워야 하는 
것이다. 미국의 복음주의자들이 이
렇게 전쟁에 대한 태도가 분열되어 있고, 주어진 현실인식이 현저히 다르게 
드러나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미국은 마음대로 총을 소유하고 살아가는 나라이다. 그들에게는 엄청난 자유
가 주어져 있다. 세계 여느 나라와는 전혀 다른 복을 누리고 살고 있다. 따라
서, 지금은 그들의 기준에서 이라크를 공격할 때가 아니라, 도리어 그들이 가
진 무한대한 자유를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도구로 사용하지 않고 있는 풍
조와 싸워야 할 때인 것이다. 마음속에서 하나님을 향한 감사가 없는 무감각
과 싸워야 하고, 받은 은혜를 기억지 못하는 건망증과 망각의 세력과 싸워야 
하고, 감사와 예배를 등한시하는 일상적인 범죄와 싸워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