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전도법_이은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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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전도법

이은상 목사/ 동락교회

앞다투며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는 모습을 보노라면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
요’ 라는 유행가 가사가 떠오릅니다. 그 이유는 가을낙엽이 주는 멍든 상념이
나 텅 빈 교회당 때문이 아니라 정말 바보 같은 시절 때문입니다. 개척교회 
처음 문을 열기 얼마 전 아내와 함께 전도지를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 층마다 
문마다 붙히고 다녔습니다. 

제법 디자인도 내용도 깔끔하게 누구라도 부담이 되지 않는 그런 예쁜 전도지
를 말입니다. 그리고 며칠 후 첫 예배를 드렸습니다. 기대에 부풀어 교회 문
을 열었지만 한 명도 오지 않았습니다. 그때 ‘전도지는 정말 소용이 없구나’ 
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고 전도지의 효과를 부인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또 다른 기회가 왔습니다. 주변에 아파트가 새로 입주하는 것입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으로 또 다시 교회 전도지를 들고나섰습니다. 벌써부터 아파트 
정문 앞과 목이 좋은 곳에는 여러 교회가 플래카드와 커피 및 
생수를 비롯한 
선물과 함께 전도캠프를 설치해 놓았습니다. 서로 뒤질세라 이삿짐이 들어오
기가 무섭게 재빨리 전도지를 들고 들어가는 여러 교회 무리들과 저도 동참하
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보아서는 안될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기교
회 전도지를 붙히느라 다른 교회 전도지를 떼어버리는 전도자를 목격한 것입
니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전도자들이 자기교회로 먼저 입주자를 
데려오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다른 교회를 비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비로소 전도지를 아무리 돌려도 소용이 없던 개척초기의 이유를 발견하
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 이후로 전도영역의 치열한 경쟁의 두려움 때문에 전
도지도 붙히지 못하는 바보가 되었습니다. 

대부분 전도자들의 소원은 오직 자기교회로 성도가 오기를 바랄 뿐인 것 같습
니다. 전도현장의 이런 슬픈 광경들을 보노라면 동물의 왕국을 보는 기분마
저 듭니다. 동물들은 먹이를 앞에 두고 줄을 서는 법이 없습니다. 약자를 보
호하거나 약자와 나누어먹거나 하지 않고 오로지 상대방을 
죽여야 내가 산다
는 투쟁적 생존의 양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합니다. 교회가 부흥이라는 미명 하
에 이런 생존의 법칙을 성도들에게 가르치고 정글로 내몰기도 합니다. 그리
고 그곳에서 엉터리 복음, 싸구려 복음, 편의주의적 복음을 외치고 있습니
다. 정직, 회개, 십자가, 헌신, 자기부인은 없고 교회자랑, 목사님 자랑만 합
니다. 대형교회는 미투전략(Me Too; 중소기업이 힛트치는 물품을 대기업이 따
라함으로 이익을 보려는 경영방식)으로 그리고 작은 교회들은 틈새전략으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합니다. 그 결과 동네에 커다란 우물을 파면 작은 우
물들이 마르듯이 큰 쇼핑센터가 생기면서 구멍가게가 문을 닫듯이 문을 닫는 
교회를 보게 됩니다. 

불신자들은 교회를 하나로 봅니다. 성경도 본질적으로 교회를 하나로 봅니
다. 그래서 우리는 예배 때마다 ‘거룩한 공회와 성도가 서로 교통하는 것’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전도현장에서만큼은 우리 교회만 하나님나라이고 자기교
회의 부흥만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주위 교회에 피해를 주
면서까지 자기교회를 성장시키려는 전도법은 잘못이며 고상한 이기주의적 

상이며 한국교회 전체적으로 보면 손해보는 전도입니다. 

그래서 바보전도를 생각해봅니다. ‘전도지에 자기교회 이름 쓰지 않기. 남의 
교회 정문 앞, 특히 개척교회 앞에서 띠 두르고 전도하지 않기. 아파트 입주 
때 특공대를 투입시키지 않고 적어도 입주가 완료된 후에 가서 전도하기. 전
도캠프 설치하지 않고 선물공세 하지 않기. 교회자랑 목사님 자랑하지 않고 
십자가만 자랑하기’ 이렇게 바보전도를 하다보면 교회가 문 닫을지도 모릅니
다. 그래도 교회전체를 허무는 작은 여우보다(아2:15) 문만 닫는 바보가 훨
씬 남는 장사일겁니다(마7:6). 

이 시대가 진정한 영웅에 대한 갈증 때문에 ‘긴또깡’이 요즈음 유행이랍니
다. ‘장군의 아들’ 서두에 이런 글귀가 있더군요. ‘승자는 지는 것도 두려워
하지 않지만 패자는 이기는 것도 두려워한다. 승자는 과정을 위하여 살고 패
자는 결과를 위하여 산다’. 요즈음 교회마다 고구마 전도가 유행이라죠? 내
가 찜 해놓고 찔러보던 다 익은 고구마를 다른 사람이 가져가면 어떡하죠? 패
자의 입맛은 쓸 것이고 승자는 김치국만 마셔도 입맛이 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