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수련회 장소 ‘브솔 시냇가’
이은상 목사/ 동락교회
월드컵 4강 기적을 이룬 태극전사들에게 대한 축구협회는 이사회를 열고 대표
선수 23명에 대해 활약도에 따라 3등급으로 구분하여 포상급을 지급한다고 결
정했답니다. 이에 대해 축구팬들과 네티즌들은 ‘말도 안 되는 발상’이라며 분
노했습니다. 팬들의 주장대로 이번 4강 진출은 23명의 태극전사들과 4천800
만 국민 모두의 한마음으로 이뤄낸 결과라면 축구협회의 방침은 정말 국민이
모아준 마음을 갈가리 찢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또한 우열에 따
른 포상급 지급은 앞으로 한국팀의 강점인 팀워크가 아닌 개인플레이 위주로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현실이 될지도 모릅니다.
일단 대표팀에 선발되면 실력차이보다는 그 날 컨디션에 따라 기용여부가 결
정되는 상황이라면 모두 똑같이 `열매’를 나눠 가질 자격이 있다는 주장은 옳
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경기자체가 우열을 다투는 것이고 그
에 따른
상급도 다르다는(고전9:24) 스포츠 정신에 입각해서 본다면 차등지급
도 별 무리는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월드컵 자체가 이미 상업주의와 경제
적 논리로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어쩌면 균등지급은 모순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차등 균등의 논리를 따지기보다는 하나님나라의 백성들에게 요
구되는 영성을 찾고자 합니다. 하나님 왕국에서의 분배의 법칙을 배울 수 있
다는 것입니다.
먼저 이야기를 ‘브솔 시내’로 거슬러 올라가 봅시다(삼상30장). 아말렉과의
전쟁의 승리감에 도취되어 시글락으로 돌아가던 400명의 다윗 군사는 너무 탈
진한 나머지 중도에 낙오된 200명의 동료들을 만나게 됩니다. 400명의 군사들
은 그야말로 죽음을 무릅쓰고 아말렉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동안 남은 200
명의 군사들은 그저 피곤하여 시냇가에서 발을 담그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
그들은 400명의 군사를 만나서 비록 자기들이 힘을 보태진 못했지만 동료들
이 거둔 승리를 기뻐했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다름 아닌 전리품을 나누는 일에
대한 의견이었습니다.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자들에게는 아
내와 아이들
외에 더 이상의 전리품을 줄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왔던 것입니다. 그때 다윗
이 나섰습니다. 도중 하차해 뒤에 남아 ‘브솔 시냇가’에서 물건을 지키고 있
었던 200명이나 목숨을 걸고 싸운 400명이나 모두 동등하게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삼상30:24).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성경은 공정한 분배를
요구했던 주동자들을 ‘악하고 야비한 사람들’이라고 부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삼상30:23-25). 어쩌면 상식적이고 당연한 요구를 했던 자들에게 말썽꾸러기
(troublemakers)라는 평가는 지나칠지 모릅니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나라에서의 분배의 법칙을 발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세
상에서의 분배의 법칙은 상식이나 공정함에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왕국
에서는 관대함과 은혜에 있다는 것입니다. 세속나라의 분배는 개인공로자에
게 우선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왕국은 다른 이들과 함께 하는 공동체를 우
선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더불어 사는 “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대입니다. 현 사회는 이기
적 자기중심주의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자아성취는 일종의 종교가 된 기분입
니다
. 대한민국이 단체경기에 약하다는 속설의 근원이, 한국교회가 교단이 많
은 원인이 혹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우리의 목회현장을 돌아봅시다. 나누어
주기는커녕 남의 양을 도둑질해 가는 냉혹한 정글의 법칙이 무성합니다. 교회
의 수평이동 현장에서 관대함이란 바보들의 영성이겠죠? 어거스틴의 말대
로 ‘자신의 삶이 형편없는 것보다 자신의 별장이 형편없는 것을 더 고통스럽
게 여기는’ 세대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왕국은 다릅니다. 형편없는 교회의 외적수준보다 관대함
없는 내면의 세계를 더 고통스럽게 여깁니다. 가정에서의 유산분배는 물론 교
회 내에서 아이들에게 간식을 제공하는 일이나 식사 및 청소당번을 준비하는
성도들에게 그리고 대한축구협회처럼 분배를 고민하는 자들에게 ‘브솔 시냇
가’를 여름수련회 장소로 적극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