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건 내 것
이화영 목사/남노산교회
어느 날 점심시간 때의 일입니다. 아내와 둘이서 점심을 먹은 후에 후식으로
단감을 먹게 되었습니다. 마침 단감이 밖에 있어서 먼저 식사를 끝낸 제가 가
지고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단감을 두 개 들고 왔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조
금 더 컸습니다. 저는 순간 갈등을 느꼈습니다. “어떤 것을 아내에게 주지?
큰 것을 줄까, 작은 것을 줄까? 그래, 큰 것을 줘야지!” 그런데 제가 막상 아
내에게 단감을 줄 때는 작은 것을 주고 말았습니다.
‘우째 이런 일이!’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제가 아내에게 무엇을 줄 때는 십중팔구는 좀 더 못한 것
을 주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또한 간혹 아내에게 더 좋은 것을 줄 때도 갈등
을 느끼면서 주는 게 확실했습니다.
나쁘게 해석하면 이것은 저의 마음이 악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일 것입니
다. 마음이 탐욕스러우니 몸이 욕심스러운 생각이 드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현상을 좋게 해석하고 싶습니다. 왜냐
하면
이런 현상은 저의 습관에 기인하는 것 같이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평소에 아내로부터 언제나 좋은 것을 제공받았기 때문에 제 마음 속에
는 항상 ‘좋은 것은 내 차지다’는 생각이 잠재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때문
에 제가 아내에게 더 좋은 것을 주려고 하면 갈등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생각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만일 제가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 아내가 저에게 좋은
것을 줄 때 항상 나쁜 것을 달라고 고집한다면 자녀의 교육에 좋지 않은 영향
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제가 좋은 것을 먹는 습관이 반드시 나쁜 습관이라고
는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전병욱 목사의 글을 읽다보니까 전 목사가 어느 날 친척의 혼인식에 참석했
을 때의 일을 적은 것이 있었습니다. 그 때 전 목사의 자리가 다른 가족들에
비해서 좀 뒷자리였다고 합니다. 그게 전 목사의 신경을 거슬리더란 말입니
다. “내 자리가 여기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입니다.
전 목사는 그 일을 자신의 마음이 악하기 때문이라고 고백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전 목사가 악해서 그랬다고 하기보다는 전 목사의 습관 때문에 그런 것
이라
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전 목사는 교회에서 늘 상석에 앉는 것이 습관화
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말석이 앉고 보니 영 기분이
어색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만일 전 목사가 이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 평소에 늘 말석에 앉는다면 성도들
이 오히려 불편하게 여길 것이며 더 나아가서 일부 성도들에게 목사를 존중하
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는 오해를 가르치는 우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전 목
사가 상석에 앉는 습관이 반드시 나쁜 습관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이보다는 더욱 악하고 위험한 습관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술 마시는 습관, 도박하는 습관, 싸우는 습관, 욕하는 습관, 게으른 습
관 등등입니다. 이런 습관은 자기도 망치고 남도 해치는 아주 위험한 것입니
다.
얼마 전 뉴스를 통해서 술 취함과 음란함과 폭력을 행사하는 악한 습관 때문
에 자기 가족 4명을 살해하고 구속된 어떤 남자의 비극을 본 바가 있습니다.
그 남자는 가족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일로 감옥에 갇혔다가 출옥한 후에 또
다시 술에 취하여 폭력을 휘두르다가 가족들을 다 죽인 것입니다. 이 일로
말
미암아 자신도 망하고 가족도 망하게 된 것입니다. 이 얼마나 악하고 위험한
습관이란 말입니까.
성도의 경우에는 ‘예배 안 드리는 습관, 기도 안 하는 습관, 헌금 안 하는 습
관, 봉사 안 하는 습관, 남을 미워하는 습관’ 등이 위험한 것입니다. 이런 습
관이 생기게 되면 자신은 물론 남에게도 큰 해를 끼치게 됩니다. 부모가 예배
를 잘 안 드리는 습관이 있다면 자녀들은 십중팔구 예배를 잘 안 드리는 습관
을 가지게 됩니다. 감사에 인색한 것이나 봉사를 잘 안 하는 습관 역시 마찬
가지로 자녀들에게 전수됩니다.
우리는 항상 좋은 습관을 기르도록 힘써야 합니다. 이왕 습관을 기르려면 ‘예
배 잘 드리는 습관, 기도 열심히 하는 습관, 봉사 잘 하는 습관, 남을 사랑하
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입니다. 훌륭한 선배들이 기도를 열심히 하는 습관
을 길러서 늘 기도를 힘쓰므로 구원 사역을 훌륭하게 감당했듯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