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총회와 걱정스러운 일
< 이승구 목사, 합신교수 >
“종교개혁 원리에 충실했던 선배들의 발자취 잘 따라가길”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 WCC) 제10차 부산총회 등과 관련하여 가장 걱정스러운 일은 한국도 유럽이나 미국처럼 상당수의 교회와 소위 그리스도인들이 포용과 관용의 길로 나아갈까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미국의 PCUSA(Presby terian Church of USA, 우리나라의 통합 측과 가장 가깝고, 가장 많이 교류하는 교단)에 속한 분들 가운데 상당히 복음주의적 입장을 지닌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처음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러합니다.
그런데 PCUSA의 신학적 입장은 점점 더 넓어져 가고 있습니다. 처음보다 지금은 더 폭이 넓어져 갑니다. 그 안에서도 성경적 복음을 잘 지키기 위해 그 안에 계신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모든 복잡함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미국 상황이나 영국 상황보다는 좀 더 좋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이제는 성도들조차도 성경을 정확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지 않는 일이 많아지고, 성경으로부터 나온 중요한 생각들을 꼭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여겨가게 될 것입니다.
이번 WCC 모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확히 성경에 근거한 구원관에 철저하지 않아도 그런 것을 기독교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해지고, 그것이 세계의 많은 교회들이 나아가는 대세라는 것이 분명해지면 그 길로 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리라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하여 결국 우리나라 기독교계에서도 점점 포용과 관용의 길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주류를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그래도 다음과 같이 믿음을 가진 신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1) 성경을 정확 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으며,
2) 구원은 십자가에서 피흘려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으로만 가능하다고 믿으며,
3) 따라서 이 구속을 이루는 사건인 예수님의 그리스도서의 공식적 죽으심과 그의 몸의 부활을 믿으며,
4) 그가 성경이 말하는 바와 같이 동정녀에게서 태어나셨고, 이땅에서 여러 이적들도 행하셨다고 믿으며,
5) 그리스도께서 지금도 하늘에 몸을 가지고 게시며, 그가 그 몸으로 이 세상에 다시 오시리라고 믿으며,
6) 이 모든 것을 성경으로부터 배워 믿기에 성경을 더 잘 공부하여 성경이 가르치는 대로 생각하고 살아가기를 믿으며,
7) 그런 개인과 교회가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뜻을 수행하기 위해 할 여러 가지 봉사적 역할도 많이 있음을 믿는 신자들이 많다고 여겨집니다.
그렇지만 과연 우리가 이 모든 내용을 진심으로 믿고 있는지를 우리 자신을 향해 심각하게 질문해봐야 합니다. 이를 바르게 믿지 않으면, 우리는 결국 기독교회를 파괴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유럽과 미국의 예를 따라가면서 이중에 상당 부분을 믿지 않거나 다른 식으로 의미를 변화시키는 일이 발생할 것입니다. 그것을 바로 직시하면서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가는 길로 가지 말고 성경이 가르치는 방향을 굳게 붙들고 나아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작금의 상황을 돌아보면서 우리들의 마음은 어둡습니다. 그럴수록 “어두움 후에 빛이 온다”(post tenebras lux)고 고백하고 종교개혁의 원리에 충실했던 우리 선배들의 발자취를 잘 따라 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전통적으로 공교회가 고백해 오고 있는 신앙고백을 더욱 굳건하게 붙들어야 할 것입니다. 사도신경, 니케아 신경, 아나타시우스 신경을 비롯해 칼빈이 남겨 준 제네바교회 교리문답을 위시해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 벨직 신앙고백, 돌트 신경과 장로교회가 표준문서로 고백하고 있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및 대소요리문답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이처럼 역사적인 공교회가 고백해 온 신앙고백에 근거하여 역동적인 교회관을 정립하고 복음을 지키고 후손들에게 전해주는 것을 우리의 사명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