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석의 북카페| 왜 지금도 그 분은 우리에게 소중한가

0
16

왜 지금도 그 분은 우리에게 소중한가

 

< 조주석 목사, 영음사 편집국장, chochuseok@hanmail.net >

 

“신학을 사적 소유가 아닌 교회를 위한 공적인 것으로 여긴 분”

 

 

조주석책.jpg

|영음사, 2013년|

 

1979년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했다. 삼십도 아직 안 된 풋풋한 청년이었다. 그때 총신 신대원에서 박윤선 목사님의 강의를 처음 들었다. 그 뒤로 박 목사님의 강의는 합신으로 갈라져 나와서도 계속 들을 수 있었다.

 

세월이 이렇게 많이 흘러 이제 그분의 강의를 듣는 자리가 아닌 그분의 설교와 강의를 정리하여 책으로 내는 위치에 있다. 이런 자리에 있게 됨으로써 나는 하나님께서 베푸신 예상치 못한 유익을 누리고 있다.

 

그것은 박윤선 목사님이 어떤 분이시며 왜 지금도 소중한 분인가를 뒤늦게 깨우친 점이다. 특별히 올 연초부터 이 대담집을 내기 위해 편집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그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해 갔다.

 

이미 떠나가셨지만 왜 그분은 우리에게 여전히 소중한가? 나는 세 가지 점만 이 대담집을 통해 이렇게 짚어보려고 한다. 1) 박윤선의 개혁주의에 어떤 특징이 있는가. 2) 그분의 신학 작업이 어떤 성격을 띠었는가. 3) 교회 쇄신을 해가면서 무엇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셨는가.

 

1. 먼저 박윤선 목사님은 개혁주의 틀에 영적인 것을 들여놓으셨다. 이 말은 개혁주의에서는 그 영적인 것이 많지 않았다는 뜻일 것이다. 서양의 개혁주의는 지적인 요소가 강한 반면에 신령주의나 경건주의는 영적인 요소가 강한 것이 아닌가. 그러나 박윤선의 개혁주의에는 영적인 요소가 늘 움직이고 있었다. 이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박윤선 목사님을 사모하게 했다고 지적한다.

 

“박 목사님은 개혁주의 틀에다 그 영적인 것을 들여 놓았습니다. 영향력을 주는 것이지요. 박윤선 목사님을 다 사모하는 사람들이 그분의 영적인 영력을 다 사모해서 그런 거지 안 그렇습니까?”

 

“개혁신학이라는 것은 책이고 문서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안에 생명을 불어넣는 무엇이 있어야 합니다……그 불어넣는 생명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요소는 박윤선 목사님이 직접 하신 말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신학운동은 학문운동이 아니고 하나님을 높이는 운동이다……참된 기도로 뒷받침하는 신학 연구는 동시에 경건의 능력을 소유한다.”

 

2. 다음으로, 그분은 신학을 사적 소유로 생각하지 않고 교회를 위한 공적인 것으로 생각하셨다. 이는 성경주석 집필에서 찾을 수 있겠다.

 

“박 목사님은 신학을 자신의 명예라든가 사역의 발판으로 삼던가 아니면 신학의 현실적 효용성을 따지기보다 오히려 신학은 교회의 신학이고 신학은 훨씬 공공성을 가진다는 점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학문적으로 더 많이 쌓아가는 것보다 신학이 교회의 터전이고 기초라는 면에서 어떤 신학의 공적인 성격을 위해서 평생 애썼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쨌든 바른 성경 해석이 교회를 살리고 보호하고 세워가는 데에 기초가 된다는 헌신이 바로 박 목사님의 정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 한국교회를 세우는데 왜 박 목사님을 쓰셨는가를 알 것 같았습니다. 첫 번째가 공부에 대한 열심이고 두 번째가 교회를 바로 세워야겠다는 열심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공부라는 것도 그냥 많은 지식을 쌓아야겠다는 것보다 열심히 해서 교회에 유익한 것을 가르쳐야 되겠다는 열심이었습니다.”

 

3. 마지막으로, 교회 쇄신 추구에서 교회의 순결성과 일체성을 놓치지 않으려 한 신학자라는 사실이다.

 

“이분은 교회의 순결성도 중시하셨지만 교회가 타락했어도 하나님의 교회라고 하는 일체성 혹은 보편성을 중시하셨던 것입니다.”

 

박윤선 목사님은 신학교가 그분의 현실이었다. 이 신학교는 교단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문제였고 그래서 따라 왔던 문제가 교회 쇄신을 추구할 때도 교회의 도덕적 거룩함을 지키면서도 어떻게 교회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로 고심하셨다. 이것이 그분이 풀어내야할 신학의 큰 과제였고 감내해야 할 생활의 짐이었다.

 

이 둘 사이에 끼여 있는 현장의 지도자가 그 현실과 정직하게 대면하려고 할 때 고난은 피할 수 없다.

 

박윤선 목사님이 우리에게 큰 스승이신 것은 그 고난을 통과하셨다는 사실에 있다. 이것이 그분의 순종이요 하나님께서 이루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