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하기 쉬운 작은 절차와 규칙
< 박성호 목사, 푸른초장교회 >
“가볍게 생각했던 문제가 후일에 큰 고통 가져와”
며칠 전 심장 수술 후 입원 중에 있는 후배 동역자를 문병하러 갔었다. 가보니 엉거주춤 앉아 있으면서 잘 일어나지도 못했다. 입원한 김에 치질 수술도 함께 했다고 한다.
가슴에 남아 있는 긴 수술자국을 보니 설명을 듣지 않아도 정말 큰 수술이었음 알 수 있었다. 실제로 6분 동안 심장이 멎어 있어야 하며, 그 시간 안에 빠른 처치를 해야 하는 위험한 수술이었다는 말을 듣고는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냐고 물었다.
그러자 오히려 심장 수술은 하나님의 은혜로 모든 과정이 기적과 같이 정말 신속하게 이루어졌고 수술도 잘 되고 고통도 덜 받았는데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것은 심장수술이 아니고 가볍게 생각했던 치질수술이었다며 너무 아프고 고통스러워 견디기가 어려웠다는 뜻밖의 고백을 들었다.
가슴 한 복판을 절개하고 생사를 넘나드는 위험을 동반한 큰 심장수술은 잘 견뎌냈는데 의사뿐 아니라 환자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작은 수술이 정말 견디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들이 우리 삶에서 종종 일어난다. 얼마 전 국무총리 후보자와 몇몇 장관 후보자들이 사퇴하고 말았다. 어떤 큰 죄 때문이 아니고 임명권자와 인사 검증팀이나 후보자 자신들도 가볍게 여기는 문제 때문이었다.
고통 받는 자녀교육 위해 위장 전입한 것과 위기를 벗어나려고 쉽게 던진 사실과 다른 말 등은 다른 범죄보다 작게 또는 가볍게 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분명히 법을 어긴 것이며 거짓말을 하는 죄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들이 비록 정치계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신앙생활에서도 나타난다. 교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고통스런 사건들이 아주 작고 사소하게 여기는 문제에서 시작되는 것이 많다.
공동회의 소집절차를 소홀히 여긴 것 때문에 청빙, 가결된 것이 무효가 되고 그로 인해 분쟁이 일어나 법정 소송 중인 교회도 있다. 임원 선출 규정을 가볍게 여기고 선출된 총회장이 임기 중에 법원에서 당선무효 판결을 받아 총회장이 없는 교단도 있다.
내가 가볍게 생각하고 소홀히 여긴 것이 나 뿐 아니라 내가 속한 공동체에 큰 아픔과 고통을 줄 수도 있다. 내가 가볍게 여기는 것, 내가 작다고 생각하는 것이 하나님 앞에서 죄가 되고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특히 영적인 지도자인 우리는 작은 일에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작은 말 한 마디, 우리가 가볍게 생각하며 하는 작은 행동 하나 하나가 매우 중요하다. 별로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는 작은 절차나 규칙도 소홀히 여기지 말고 지키자.
간소하게 빨리 처리하는 것은 매우 유익한 것이다. 그러나 사소하게 여기고 지나간 것 때문에 더 복잡해지고 시간이 더 걸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음을 명심하자. 절차, 발언, 출석, 법, 모든 것이 다 중요하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특히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자. 교회나 노회 총회에서 맡은 일이 그렇게 중요하게 보이지 않는 일이라도 최선을 다하자. 우리는 무슨 일이든 주님께 하듯 최선을 다해야 하는 자들이다. 달란트 비유(마 25장)에서 칭찬받은 종들이 들은 말을 늘 잊지 말자.
“잘 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마 25: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