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사역자들이 노동자인가?
북서울노회장:김원광목사(중계충성교회)
최근 인천의 경인교회(통합)에서 「기독교노동조합준비위원회」라는 것을 구
성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미 지방 노동청에 노조가입신청을 했고, 노조설립
신고증도 교부받아 정식 노조를 구성했다. 담임목사인 이길원씨가 이 일을
주도했다고 한다. 보도된 바에 의하면 그들은 이러한 노조 구성을 통해 향
후 대형교회들의 전횡이나 강단 세습과 같은 폐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나는 이 기사를 보면서 참담한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가 교회의 사역자들이
스스로를 노동자로 여기게 되었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이 교회는 부교역자
들도 노조에 가입하였다 하니, 교역자들도 모두 월급 받아 생활하는 노동자
라고 생각한 것임이 분명하다. 한기총에서는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
박했다고 한다. 그리고 경인교회가 소속한 통합 교단에서도 그 추이를 지켜
보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이런 결과는 이미
예견되던 것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언제부터인지 교
역자들도 자신들을 월급쟁이의 하나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어온 것이 사실이
기 때문이다.
“신학생들이 너무 많이 양산되어 문제”라는 식의 교계 신문기사들은 그 실례
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일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없는 상태에서 그냥 대책 없
이 신학생들을 양산해 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투의 보도들은 일면 옳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보도들을 볼 때마다 나는 “신학교에 오는 사람들이
언제부터 일자리를 얻으려고 오게 되었는가? 도대체 일자리가 없다는 말이
무엇인가?” 라는 반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목사로 임직을 할 때 다음과 같은 서약을 한다.
“본인은 목사직을 구한 것이 오직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과 그 독생자 예
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고자 하는 마음 때문
임을 고백 합니다.”
바로 이것이 신학교에 입학하는 이유이어야 한다. 신학생은 삯을 찾아 일하
는 노동자가 아니다. 그들은 주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명자이다. 복음을 증거
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야 한다는 사명에 불타는 자들이다.
지금도 복음을 듣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너무나 많다. 사명
자는 이들을 향하여 가는 자들이다. 이런 사명자들의 수는 아무리 많아도 상
관이 없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마치 바울처럼 월급과 상관없이 자비량해
서라도 맡은 사명을 감당하고자 할 것이다.
신학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 공부하는 학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신학은 복
음을 증거 하는 사명자로 부르심을 받았고, 그 사명을 잘 감당하기 위해 배
우는 것이어야 한다.
교회의 사역자들은 노동자 의식을 가져서는 안 된다. 교회는 하나님의 권속
(가족)이다. 사역자들은 그 가정을 돌보는 사람들이다. 자기 가정을 돌보는
사람이 그 일의 대가로 노임을 받는 노동자라고 자신을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
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는 가족이 아니라 삯을 위해 일하는 고
용된 일꾼일 것이다.
물론 우리는 이런 주장들까지 나타나게 된 오늘의 불합리한 교회 운영의 현실
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모든 성도들이 보기에 합당한 교회 운영체계
가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 안에서 사역을 감당하는
교역자나 성도들이 스스로
를 일하고 삯을 받는 노동자로 여기는 것은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노동
자는 삯을 위하여 일한다. 그러므로 일을 한 후에 받는 대가가 중요하다. 그
러나 우리는 주님이 맡겨주신 사명이기에 일한다. 사명자는 주님이 맡기신
일이기에 대가가 없다할지라도 사명 자체를 감당하기 위하여 일한다. 교회
안에는 고용된 일꾼들이 아니라 자원하는 주님의 권속(가족)들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는 진정 사명자로 교회를 섬기는가? 진정 우리는 하나님의 권속인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