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신앙’이란 어떤 것일까?
유익순 목사(제주 탐라교회)
제주에서 목회를 시작하면서 겪는 어려움이 여러 가지이겠으나 그 중 한 가지
를 든다면 좋은 신앙을 만나지 못 한 것이다.
그동안 가을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잠시 머무르다 지나가는 교인들을 수
없이 겪으면서 “제주에서는 원래 그렇겠거니…” 했으나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면서 좋은 교인의 모습을 바라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좋은 교인’이란 어떤 사람들일까?
우리는 신앙생활에서 꽤나 많은 부분에서 실력 있는 신앙을 요구받고 있다.
흔히들 신앙생활이라고 하면 기도라든지 찬송이라든지 예배라든지 전도라든
지 그런 종교적인 행위들에 국한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교회서는 신앙생
활을 잘 하라고 하면서 기도하라, 전도하라, 예배에 참석을 잘하라는 등의 강
조를 하는 것이다.
신앙생활이란 무엇인가?
신앙생활이란 신앙으로 사는 생활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생활 속에서가
아
닌 교회에서 하는 기도나 예배나, 전도를 생활이라고 하지 않는다. 생활은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그걸 잘 해야 하는 것이다. 즉, “병든자를 돌
아보고 헐벗은 자를 입히고 주린자에게 먹을 것을 주고”와 같은 생활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일들이다.
이런 일들에 관하여 하나님은 성경에 일일이 적어 놓으시지 않으셨다. 우리
앞에 밀려오는 수많은 경우를 맞을 때에 그때, 그때 신앙으로 대처할 수 있
는 교인이 실력 있는 교인들일 것이다.
실력 있는 운전자라면 ‘초보 운전’의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지 않는다. 그렇다
고 스티커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다 실력 있는 운전자는 아닌 것이다. 보통
의 경우에 있어서 약 4년의 기간 동안 운전을 하면 언제 있을지 모르는 돌발
적인 사고에 대처할 수 있는 자기반응이 스스로 일어난다고들 한다. 우리 신
앙인들도 4년이 지나면 그렇게 될까? 어쨌든 우리는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을
신앙생활을 하여야 하는 것이다.
짧지 않은 기간을 신앙으로 살아가려면 ‘의리’가 필요한 것이다. 목회자가 믿
고 맡겨준 일을 끝까지 감당하는 모습이 그리운 것이
다. 혹 무슨 일이 생길지
라도 내가 맡은 일 때문이라도, 그 일을 믿고 맡겨 준 목사님과의 의리를 생
각해서라도 인내할 수 있다면 그건 방법일 수 있다.
우리는 유아세례를 받고 나서 무려 18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야 입교식을 하
게 되는 경우를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어느 사람이 섬기는 교회에서 장
로로 안수 받으면 그 섬기는 지교회의 장로인 것이다. 만약 사정이 생겨 다
른 교회로 적을 옮겼다면 이미 장로가 아닌 것이다. 이런 점들에서 우리는 교
회를 섬김에 있어서 의리적 성격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나님에 관한 신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의리가 생기기 전에야 이
익의 차원에서 붙들렸겠지만 신앙생활이 깊어지면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하
나님과의 의리가 생겨난 스데반 집사는 하나님을 향한 신앙으로 돌에 맞아 순
교하였으며, 바울 사도는 의리가 생겨 난 후에 자기는 ‘사나 죽으나 주의
것’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생명의 면류관을 받는 것만으로도 충성하다가 죽을 수 있는 것이
다. ‘축복’과 ‘보상’을 전재로 한 신앙이 반드시 잘못 되었다 는 것만은 아니
다. 다만 아직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한 수준이라면 ‘의리’까지는 가 보지도 못
한 것이다. ‘좋은 신앙’이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