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_한양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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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한양훈 목사

“선을 행하는 일에 낙심하지 말아야”

모든 일이 원만하게 진행되거나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때는 자축도 하고 
호사를 누리기도 한다. 하지만 영적이거나 주의 깊은 사람이라면 거기에 만족
하지 않고 평온할 때나, 혹은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갈 때는 주저 없이 모든 
과정을 면밀히 점검해볼 것이다. 

그런 혜안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마도 대부분의 개인이나 가정, 교회 그리고 
나라 사정에서 그것이 영적이든 도덕적이든 혹 경제적이든 우려할만한 수준
에 도달한 것을 감지 할 것이다. 만일 문제된 부분의 원인을 간파하여 속히 
대처한다면 실패를 막고 뒤늦게 후회하며 법석을 떨지 않아도 될 것이다. 

후회에는, 개인적 차이가 있겠으나 대부분 그 내용에는 공통점이 있다. 왜 
학창시절에 좀 더 학문에 전념하여 실력을 쌓지 못하였을까. 내가 왜 이 사람
과 결혼하였을까. 내가 왜 이 사업에 섣불리 투자하였을까, 내가 선출한 지도
자가 실망스러워 왜 내가 그를 선택했을까 후회한다. 

목회자는 
교회를 섬기면서 왜 좀 더 성실하게 목회하지 못하였나, 연약한 성
도에게는 실망하거나 꾸짖지 말고 좀 더 인내하며 너그러운 마음으로 대할 수
는 없었을까, 동역자와의 관계에 이르러서는 자신의 무례를 떠올리고 이로 인
해 선후배나 동료의 관계가 깨어진 것은 아닌가, 두고두고 속앓이를 하는 것
이다. 성도들로서는 왜 목회자와 협력하여 교회를 받들어 나가지 못했을까, 
성도간에 왜 화목하지 못했을까 뉘우친다. 

제 86회 총회의 총대들은 헌법수정 수의건의 집계가 잘못되어 총회장이 지면
에 사과까지 한 것을 보며, 왜 다른 때는 발언도 잘하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정작 헌법수의라는 중대사에서는 좀 더 꼼꼼하게 살피지 못했을까, 나는 총대
로서 직무유기를 한 것은 아닌가 수도 없이 자책하였을 것이다. 

이렇게 후회하는 것을 이해한다손 치더라도 애석하게도 모든 잘못들은 없었
던 일로 묻혀지지 않는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실책은 자신에게 큰 상처
로 남고, 그 동안 쌓아온 소중한 것이 무너지기도 하며 주변을 궁지에 몰아 
넣기도 한다. 아무리 후회해도 원상회복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는 모든 일을 급
하게만 서둘지 말고 결정하기 전에 신중 또 신중하고 지혜롭
게 행하여 고난을 자초하는 무리수나 오점을 남기지 않는 견실한 삶을 살아
야 한다. 만일 후회할 일이 있었다면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이
다.

한편, 우리 공동체는 공연히 후회하는 어리석음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지난 20여년 전 정들었던 총신대학을 떠나 합동신학교에 몸을 담았
다. 그리고 개혁적 합신 교단을 구성하여 바른 신학을 가슴에 품고 바른 교회
와 바른 생활을 향해 매진해 왔다. 현재 우리의 모습에서 누가 부끄러움을 느
끼는가.

또한 합신인은 목회자의 길을 가면서 결코 후회해서는 안 된다. 척박한 목
회 환경 속에서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심적인 고통과 회
의, 가족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역은 천사도 흠모
하는 영혼을 구원하는 복된 사역이다. 영적인 것은 세상적인 것의 판단을 받
지 아니 한다. 쟁기를 들고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

뿐만 아니라, 교단과 신학교 등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분도 결코 이 일에 
후회를 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 자기 실속을 챙기고 개 교
회 중심적인 요즘 
시간과 물질을 드리며 개 교회의 사역이 희생되는 것을 감수하면서 헌신하는 
것이 혹시 어리석은 짓은 아닌가 하며 회의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말하건 데 이것은 격려와 칭송을 받을 일이지 눈총과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특별히 불의와 부정과 부조리, 여러 이단에 대항하여 싸우는 분들은 결코 위
축되거나 이 사역에 후회가 없기를 바라는 것이다. 진리를 위해 산다 하면서
도 어려운 일에는 몸을 도사리고 나 몰라라 방관하고 중용을 취한다는 미명아
래 보신주의에 빠져 공동체를 우울하게 하는 주변을 보며 혹시라도 선을 행하
다가 낙심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이 시대에는 깨어있는 바른 지도자가 절실
히 요구되는 것이다.

나의 사려 깊은 언행은 자신과 이웃을 복되게 하지만 분별 없는 행동은 모두
를 곤경에 빠뜨리는 것이다. 후회 없는 한해가 되기를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