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합동의 성경적 원칙
지난 해 9월에 열린 우리 교단 총회가 고신 교단의 제안을 받아들여 합동연구위원회인 가칭 합동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12월 중순 고신교단과 상견례를 가졌다. 이어 오는 2월 20일에 2차 모임을 갖기로 하였다고 한다.
우리 교단과 고신교단은 한국장로교의 전통을 공유하고 있고,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를 표준 문서로 채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암 박윤선의 신앙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 되는 데 장애가 적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합동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도 만만치 않음을 부정할 수 없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국에서 교단 합동이 성공한 적이 없었고, 합동하고자 하는 상대 교단이 우리보다 교세가 2배나 커서 흡수 통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지난 30년 동안 수고하며 세워놓은 신학적 전통만이 아니라 개혁적 정체성까지도 허물어질 가능성이 너무나 크다.
이 시점에서 성경이 보여주는 원칙이 무엇인지를 살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우리의 행동 원리는 상황이 아니라 성경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님이 십자가에 달리기 전에 하신 마지막 기도는 “그들을 보존하사 우리와 같이 그들도 하나가 되게 하옵소서!”(요 17:11)라는 것이었고, 사도 바울도 “평안의 매는 줄로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고 부탁하였다(엡 4:3). 성경은 교회가 하나 되어야 함을 교훈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선진들도 교회의 하나 됨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그리스도가 나누어지지 않는 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교회가 둘이나 셋이 될 수 없다”고 하였다. 칼빈도 “그리스도가 한 분이신 것과 같이 교회도 하나”라고 하면서 교회연합을 위해서라면 바다라도 건너 갈 마음이 있다고 하였고 하였다. “머리이신 그리스도 아래서 모든 다른 지체들과 연합되지 않는다면, 장차 우리에게 기업이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암 박윤선은 “지교회는 자체 밖에서 다른 지교회들과의 연합체를 이루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와 같은 성경과 선조들의 가르침을 따라 우리는 교단 합동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지만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본다. 교단 합동에 대한 각종 염려를 없앨 방안을 신중히 모색한 후 연합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