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 – 그밖에 더 구하여 무엇하랴!_남웅기 목사

0
10

본질 – 그밖에 더 구하여 무엇하랴!

 

< 남웅기 목사, 바로선교회 >

 

 

“우리 교단 정체성은 우월성 아닌 진정성에서 찾아야”

 

통상, 대한예수교장로회(합신)로 불리는 우리 교단, 정말 대단합니다. 지난해에는 교단 30주년 행사를 너끈히 치러내면서 우리의 현실적 역량이 어느 정도인가를 대내외에 드러내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이제는 우리도 무슨 일이든 한다면 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자신감은 무엇보다 소중한 교단의 자산이라 하겠습니다. 지금은 교회마다 주보에 당당하게(?) 대한예수교장로회(합신)이라고 표기할 정도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교단이 시작되고 한참동안도 우리는 이단이라는 어이없는 소리를 들어야 했고, 새 교인이 교단 소속을 물으면 먼저 합동측이라고 말했다가 다시 부연설명을 덧붙여야만 했던 지난날에 비하면 정말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제 합신 교단은 한국교회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그나마 합신에 소망을 두는 이들이 많습니다. 만약 아직도 누군가 합신 교단을 모른다면 그건 우리의 부끄러움이 아니라 합신 교단조차 모르는 바로 그의 민망함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합신 교단’, ‘합신 교회’, ‘합신 목회자’, 그리고 ‘합신측 성도’라는 정체성은 이제 누구와도 그리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만의 소중한 브랜드라 하겠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한국교회 선명성의 노른자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고신 측에서 합신과 합동하자며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 작년 가을 총회에서 공식화 된 일입니다.

 

우리 중에는 이미 ‘합동을 기정 사실화 하고 빨리 손을 잡자’며 가슴 설레어하는 사람이 있나 하면, 합치더라도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이도 있고, 일부에서는 도무지 합칠 이유가 없는데 왜 이러냐며 걱정하는 이도 있는 줄 압니다, 이로 인해 우리의 하나 됨이 상실될까 염려스럽긴 하지만 그만큼 우리 교단이 한국교회에서 탄탄한 입지를 인정받았다는 대목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우리는 아직 멀었습니다. 이건 이미 우리 모두가 자인하는 대목입니다. 합신 교단은 지난 30년 간 우여곡절 끝에 그 규모와 능력 면에서 괄목할만한 발전을 보인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30년 전의 그 비전과 의지와 열정의 상당부분을 이미 상실한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의 오늘은 얻은 영광보다 잃은 손실이 많은 셈입니다.

 

합신 교단 30년 이후의 전망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본질의 회복입니다. 우리의 정체성은 본질 추구에서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본질, 목회의 본질, 신앙의 본질, 하나님 영광의 본질 등 말입니다.

 

고 박윤선 목사님을 비롯한 선배님들이 그것을 붙잡고자 몸부림치다가 광야로 내 몰리지 않았습니까? 그 처절함과 절박함을 생각하면 지금도 우리의 온 몸에 전율이 일어나지 않습니까? 합신의 태동은 오직 바름의 추구였습니다. 오죽하면 합신 교단의 3대 이념이 바른 신학, 바른 교회, 바른 생활이겠습니까? 정체성을 잃어버린 역사라면 그건 자랑이 아니라 더욱 욕됨일 뿐입니다.

 

역사에서 시대를 구한 것은 현실을 추구하는 다수가 아니라 언제나 하나님만을 찾는 소수의 의인들이었습니다. 저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본질을 추구한 나머지 박수가 아니라 박해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영광은 그때 드러난 줄 믿습니다.

 

합신은 이제 진정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교단의 경쟁력은 그 규모에 있지 않고 구별됨에 있습니다. 그 우월성에 있지 않고 그 진정성에 있습니다. 이는 굳이 다수가 아니라도 가능한 일입니다.

 

교단의 존재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도부는 끝없이 본질 추구를 주창(主唱)하고 선포해야 합니다. 보이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그 무엇에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묵묵히 십자가 길을 걷는 수많은 목회자와 성도들의 자부심이 되어야 합니다. 설령 그들이 극히 소수일지라도 교단은 다수가 아닌 바로 그 소수의 기쁨이 되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하나님의 영광입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한국교회가 주목하는, 다른 교단과는 구별된 진성 교단의 지위를 획득해야만 합니다. 그밖에 더 구하여 무엇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