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晩秋)에 생각하는 ‘하나님’
< 홍문균 목사, 주은혜교회 >
“하나님의 사람들만이 사랑의 시선 나누며 희락을 누릴 수 있어”
가을바람에는 분명 향기가 있다. 열매가 익는 향기이다. 가을바람은 느낌도 있다. 때로는 포근함으로, 때로는 그리움으로 가을바람은 느낌을 가지고 사람의 마음속까지 잔잔히 파고든다.
선선한 바람에 단풍잎이 곱게 물들면 사람들은 자꾸만 자연 속으로 묻히려 하니 가을바람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마력도 있는 듯하다. 누군가가 가을이면 모두가 시인이 되며 철학자가 된다고 했다.
잠시 멈추어서 지난 세월을 돌아보고 어디에 우리 자신이 있는 지 곰곰이 살펴보는 일은 진정 멋진 일이며 가치 있는 일이다. 왔던 길을 찬찬히 돌아보면서 삐뚤어진 삶의 걸음들을 반성하며 다시금 가야할 제 길을 찾아가는 것은 참으로 귀하지 않을 수 없다.
일 년 중 가장 사색하기에 좋은 계절은 10월이다. 옛 어른들은 10월을 사은(謝恩)의 달이라 하였다. 한 해를 돌아보며 감사한 일들을 깊이 생각하는 달이라 여겨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정작 우리 신앙인들에게도 지난 세월 가운데 베풀어 주신 하나님의 은혜들을 깊이 돌아보기에는 역시 10월이 가장 좋을 듯하다.
하나님께서 지난 세월 동안에 우리 자신에게 베풀어 주신 은혜들은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생각할수록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큰 은혜들을 누리며 살아 왔다. 또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그 많은 은혜 중에 가장 큰 은혜는 무엇인가 생각해 보면, 주저 없이 하나님의 친밀감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나님께서 다가오심, 하나님께서 손잡아 주심, 하나님께서 항상 동행해 주심, 하나님께서 간섭해 주심, 하나님께서 말씀해 주심, 하나님께서 깨닫게 하심, 하나님께서 능력으로 역사해 주심, 하나님께서 환경의 문을 열어주심, 하나님께서 사악한 적들을 물리쳐 주심, 하나님께서 토닥이시며 위로하여 주심 등등 많기도 하다.
그것뿐이 아니다. 하나님의 영광스런 모습을 우리 육체로 뵈올 수는 없고 하나님의 손길을 우리 손으로 마주 잡을 수는 없지만, 또 하나님의 자애로운 눈길과 미소를 우리 눈으로 대할 수는 없지만, 나아가 하나님의 거룩한 품성을 우리 오감으로 직접적으로 느낄 수는 없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보고 있다. 곧 성령님으로, 말씀으로, 믿음으로 말이다.
하나님은 모세를 친구처럼 아주 가까이 대하여 주셨다. “사람이 자기의 친구와 이야기함 같이 여호와께서는 모세와 대면하여 말씀하시며 모세는 진으로 돌아오나 눈의 아들 젊은 수종자 여호수아는 회막을 떠나지 아니하니라”(출 33:11).
그런가 하면 우리 주님은 요한을 가슴팍에 의지하도록 허락하셨다. “그가 예수의 가슴에 그대로 의지하여 말하되 주여 누구니이까”(요 13:25).
가을이 오니 멀리 있는 가족들도 보고 싶고, 소싯적 친구들의 소식도 참 궁금하고, 많이 연로하실 학창시절 은사님들도 뵙고 싶다. 하지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고 가장 소중한 관계는 하나님과의 친밀함이다. 하여 이 가을에 하나님과 더 깊은 사귐을 위하여 잠잠히 기도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성경말씀을 손에 들고 거룩하신 하나님의 존전으로 한 걸음 더 나아게 된다.
그리고 이 가을, 누구도 감히 알 수 없는 그래서 하나님의 사람들만이 아는 은혜로운 그 팔에 안기고 싶다. 누구도 감히 볼 수 없는, 그러나 하나님의 사람들만이 바라 볼 수 있는 그 사랑의 시선을 마주 보며 거룩한 희락을 누리고 싶다.
이 가을에는 모세처럼 그리고 요한처럼 주님의 그 친밀감을 마음껏 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