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신학교의 진로를 생각한다
송영찬 국장 daniel@rpress.or.kr
교단의 정체성은 교단이 추구하는 신학으로부터 나온다. 이것은 교단이 가지
고 있는 신학적 특성으로 말미암아 교단의 성격이 규정됨을 의미한다. 따라
서 교단은 무엇보다도 신학적 특성을 보존, 계승해 나가는 실체로서 역사적
인 존재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점을 간과할 때 교단의 특성이 사라지게 된
다.
우리 교단은 개혁 교회의 사상을 계승하고 함양하는 것으로 교단의 정체성을
밝히고 있다. 칼빈의 개혁 사상에 근거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과 대, 소요
리문답을 신앙의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근거하
여 우리 교단은 바른 신학, 바른 교회, 바른 생활이라고 하는 3대 강령을 제
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교단이 지난 23년 동안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에 총력을 기울인 것도 개
혁의 3대 강령을 올바르게 추구하기 위해서이다. 이 목적을 위해 우리 교단
은 합신에 적극적으로 후원을 아끼지 않았고 오늘의
합신이 있기까지 물심양
면 총력을 기울여 왔던 것이다. 심지어 우리 교단의 명칭을 초기 개혁 이념
이 담긴 대한예수교장로회(개혁)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합신)로 개명한 것 역
시 합신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합신의 태동은 과거 합동측과 총신대와의 부적절한 관계에서 얻은 교훈이 적
극적으로 작용하여 교단 직영이 아닌 교단 인준으로 시작되었다. 이것은 교단
의 교권이 목회자 양성을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신학교의 경영에 부적절하게
작용함으로써 야기될 수 있는 부정적인 요소들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함이었
다. 그러나 우리 교단과 합신은 체제상으로만 인준이었지 실질적으로는 직영
과 같은 체제를 유지해 오고 있다.
교단이 신학교를 운영하는 것은 장로교 교리의 가장 기본적인 정신에 근거한
것으로 신학이 순수성을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지속적으로
교단이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목회자 양성을 위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신
학 교육의 제 일차적 목적은 목회자 양성에 있다. 우리 교단의 개혁주의 사상
과 신학을 함양하기 위한 수준 높은 목회자를 양성하는 것이 합신 존
재의 제
일차적 목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치러진 강도사 고시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과연 합신 출신의 목
회자들이 개혁주의 사상과 신학으로 배양되어 장차 우리 교단의 정체성을 계
승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위치에 있는지에 대한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첫째 원인으로 합신 지원자의 수준 저하를 지적하고 있다. 이 사실은 이
미 몇 년 전부터 합신 교수들이 제기했던 문제점이기도 하다. 이것은 합신에
대한 호감도가 예년 같지 않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또한 각 지교회와 노회에
서 학문적 소양뿐 아니라 인격적 소양이 높은 목회자 후보생들을 양성해서 추
천해야 할 책임을 등한시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둘째 원인은 교단의 특성을 충분히 감지하지 못하는 타 교단 출신들의 입학률
이 높다는 점이다. 이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우리 교단에서는 강도사 고시
에 응시하기 위해 최소한 2년 동안 노회의 지도를 받도록 보완한 바 있다.
하지만 입학생 선정에서부터 발생한 문제가 졸업 후에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
고 기대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가급적이면 본 교단 출신의 입학
률을 높이는
것이 이 문제의 최선책이 될 것이다. 아울러 현행 입시 조건의
추천 규정에서 노회 추천을 의무화하는 방법도 재고되어야 한다. 또한 합신
에 입학하기 위해선 최소한 2년 전에 소속 노회로부터 목회자 후보생 자격을
취득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대안이라 할 것이다.
셋째 원인은 합신 교육의 수준이 향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3년 동안 쌓아 온 합신의 명성은 이제 더 이상 자랑할 수 없
는 위치에 와 있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인정해야 한다. 끊임없이 발전해야 할
합신 교육 수준이 여전히 20여년 동안 답보 상태에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시대
적으로 뒤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합신의 교육 환경과 수준을 높이기 위한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
야 한다. 교수진에 대한 대폭적인 지원과 더불어 합신 출신의 유능한 교수 요
원들을 과감하게 등용하고 학업 성취욕을 높이기 위한 제반 시설 확장에 교단
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또한 합신 역시 체질 개선을 위해 과감하게 변신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합신에 대한 교단의 일방적인 사랑으로 합신의 체제가 상당히
경직화되었음
이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이제 합신도 경직된 운영 체제로부터 벗어나
자율적이면서도 효율성을 높이는 역동적인 운영 체제로 전환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합신은 신학의 최 정예이자 선봉에 서 있는 최고의 학부임을 명심
해 주기를 바란다. 합신을 가리켜 ‘합신고등학교’라고 한다면 얼마나 어이없
는 일인가? 학문의 전당으로서 최고 수준에 스스로 서기 위한 교수진들의 끊
임없는 노력이 없다면 합신은 더 이상 지금의 명성을 유지하지 못하게 될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