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기구의 대표성, 누가 부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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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기구의 대표성, 누가 부여하는가?

송영찬 국장 daniel@rpress.or.kr

한국 교계에는 잘 알려진 것처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기독교교회협
의회(교회협)라고 하는 두 개의 연합 기구가 활동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
느 기구가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지에 대한 대표성의 문제가 간간이 발생하게 
되었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한국 교회의 대표를 초청하는 자리에 이 두 기
구 대표중 누구를 초청할 것인가 하는 데에서 더욱 그러했다. 일반 언론에서
도 신학적 입장이 다른 두 기구가 각기 다른 메시지를 발표할 때 어느 기구
가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지에 대해 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소하고 한국 교회의 대표성을 위한 새로운 기구가 새워져
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가칭 한국기독교연합을위한준비위원회(한기연)가 창
립된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한기연은 “한국 교회의 대립과 분
열 구조를 극복할 수 있는 통일된 연합 기구의 출현이 가장 절실하다”고 전
제하고 “한국 교
회 각 교단의 정체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한국 교회를 대표
할 수 있는 연합기구를 구성하여 그 기구로 하여금 대 사회적인 발언과 봉
사, 남북통일과 민족 복음화 사업, 그리고 세계 선교를 통일성 있게 추진하도
록 하자”고 제의하고 있다.

한기총과 교회협은 이러한 한기연의 활동에 일찍부터 제동을 걸어 왔었다. 이
미 양 기구에는 ‘교회일치위원회’를 구성하고 양 기구의 통합 또는 연합을 
위한 활동이 진행 중에 있으므로 한기연과 같은 제3의 기구가 등장할 경우 혼
란만 가중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리고 한국 교회를 대표하기 위해 양 기
구가 각기 대표성을 가진 대표 회장직을 교대로 세우자고 제의하기도 하였
다. 즉 양 기구는 그대로 존속하면서 구조적인 조정 절차를 밟아 점차 한국 
교회의 대표성을 가지게 하겠다는 것이다. 반면에 한기연은 양 기구를 발전적
으로 해체하고 새롭게 대표성을 가진 하나의 기구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의 본질에 대해선 서로가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 그
것은 대 사회적인 필요성 때문에 야기된 한국 교회 대표성에 대한 정의가 분
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기득
권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대표성 문제를 해결하자
는 한기총과 교회협의 주장은 기존의 기구들에게 한국 교회의 대표성을 부여
하자는 주장이다. 그리고 아예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 대표성을 부여하자는 한
기연의 주장 역시 현실적이지 않다는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여기에서 생각할 것은 한국 교회의 대표성이다. 연합기구의 활동은 어디까지
나 대 국가 혹은 대 사회를 향해 교회 공통의 유익을 위한 연합 사업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이때 연합기구는 교단들의 주장이나 의견을 대변하는 위치에 
서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한국 교회의 목소리는 주로 연합
기구들에 의해 주장되어 왔다. 이 과정에서 정작 한국 교회의 주체인 각 교단
의 입장은 언제나 배제되어 왔었다. 

아무리 대표회장이 선출되었다 할지라도 각 교단의 주장을 대표회장 임의로 
대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연합 기구가 한국 교계
를 대표하는 것처럼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것은 본말을 뒤집는 오만과 다를 
바 없다.

비록 연합 기구인 한기총이나 교회협이라 할지라도 그 배경에는 회원 교단들
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
다. 따라서 연합기구가 성명서나 기타 의견을 발표할 
때에는 당연히 교단과 교단장들의 동의를 얻고 그들의 명단과 함께 발표되어
야 한다. 회원 교단의 동의가 없는 연합 기구의 단독 행위는 결코 대표성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한기총과 교회협이 각각 그동안 한국 교회의 대표로 인정받지 못한 이유도 여
기에 있다. 심지어 대표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을 보더라도 각 교단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단지 몇몇 기득권을 가진 인사들에 의해 대표회장이 
선출되거나 조직이 개편되고 있을 정도이다. 때문에 정작 회원 교단들조차도 
대표회장의 선출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어느 
기구의 대표 회장이라 할지라도 결코 한국 교회의 대표성을 주장할 수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연합 기구의 실세는 따로 있고 대표회장은 단순히 명함뿐이
라는 말도 회자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한국 교회의 대표성을 인정받기 위해선 먼저 회원 교단들의 의견을 수
렴해야 한다. 그리고 회원 교단들의 의견이 하나의 중지(衆志)로 모아지면 자
연스럽게 그 기구와 대표 회장은 한국 교회의 대표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금처럼 계속해서 기득권을 가진 인사들의 전횡이나 자리 나눠 갖기가 계속된
다면 한국 교회는 이들 연합 기구들에 대하여 등을 돌리고 말 것이다. 하나
의 연합기구를 다시 조직하자고 주장하는 한기연 역시 이 점을 분명히 알아
야 한다. 연합기구와 각 교단간의 밀접한 관계 아래에서만 한국 교회의 대표
성이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