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신 동문들에게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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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신 동문들에게 거는 기대

송영찬 국장

1980년대에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가 출범한 이래 21년이 지났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지금까지의 합신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합신 동
문들이 그만큼 성장했음을 시간이 말해주고 있다. 더불어 교단 내에서 합신 
동문들의 비중도 상당히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합신 동문 대부분이 우리 교
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교단에 소속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시간이 갈수록 
더욱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것은 합신 동문들이 
곧 우리 교단의 중추적 역할을 감당해야 할 날이 머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하
겠다.

그동안 합신 졸업생은 12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어느새 우리 교단의 주체
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리고 목회 현장에서, 신학교 교수로서, 교계 여러 
기관의 전문 사역자로서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고 있다. 그만큼 한
국 교계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는 것이다. 

합신이 출범하던 80년대만 해도 교계의 미래가 밝지 않았던 것을 우리는 
지금
도 기억하고 있다. 오랜 교권주의에 따른 교계의 무기력과 지방 세력간의 갈
등으로 교계가 기울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와중에서 교계는 70-80
년대에 발생한 민주화 운동이라는 국민적 요청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리고 우리 민족 앞에 미래를 여는 희망을 제시하지 못했다. 일제 시대 민족
의 등불처럼 빛나던 한국 교계가 70년대부터 시작된 경제의 급성장과 인구 도
시 집중화에 힘입어 다른 어느 때보다 교회에 금전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자
기 교회 성장 일변도의 길을 걸었던 것이다. 이것이 결국 한국 교회를 병들
게 했다. 그리고 교권주의자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한국 교계에 가진 
횡포를 부렸던 것이다.

작금의 교계라 해도 그다지 크게 변한 것은 없다. 일부 공룡화된 대형 교회
를 모델로 너도나도 대형교회 지향을 꿈꾸고 있다. 성공 지향적인 목회가 판
을 치고 있는 것이다. 교회마다 독자적인 교회, 독특한 교회, 개성 있는 교회
를 세워가면서 그들이 모두 그리스도의 지체를 이루는 하나의 교회라는 사실
을 외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교단이 무력해지고 한국 교계의 덩치에 비해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기형아가 되고 말았다.

그 결과 과거 어느 때보다도 지능화된 이단들이 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양의 
탈을 쓰고 있어 겉으로는 그 정체를 쉽게 드러내지 않기 마련이다. 교회들이 
대형화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동안 이단들은 틈새를 공략하여 여기 저기
에서 뿌리를 내리고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혹시 이단들에 대해 그 정체
를 밝히려 들면 오히려 그들은 교회 법이 아닌 사회 법을 악용해 더 이상 정
체를 밝히지 못하게 하는 비열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한국 교계는 이단들에 대한 자체 정화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오히
려 그 기능마저도 상실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그동안 우리 교단은 합신을 설립하고 차분히 후진들을 양성하는데 총력을 기
울였고 이제 그 결실을 얻기에 이르렀다. 우리 교단의 특색 중에서 교권과 지
방색에 물들지 않은 참신한 목회자들이 많다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리
고 교계 각 기관에서 합신 출신의 전문 사역자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는 것 역
시 후진 양성에 힘을 기울인 결과일 것이다.

이제 합신 동문들은 더 이상 유아적 상태의 연약한 
집합체가 아니다. 어엿하
게 우리 교단의 주력으로 부상하였고 나아가 한국 교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
당할 수 있을 정도로 위치를 잡아가고 있다. 이것은 합신 동문들이 그 사실
을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합신 동문들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
한다. 그리고 동문 개개인으로서가 아닌 동문회라는 하나의 집합체로서 한국 
교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단체로 부상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합신 동문들은 교단과 교계의 기대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 같
아 안타깝기만 하다. 실제로 합신 출신의 실력자들이 많은 것에 비하여 총동
문회 활동은 너무나 미력하게 보인다. 그것은 각자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최
선을 다하는 것에 비해 동문회 활동에는 그만큼 소극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목회자로서 그리고 전문 사역자로서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
는 것은 오히려 칭찬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교단과 교계의 기대
에 대하여 아직은 아니다고 말할 것인가? 지나친 겸손은 결코 겸양이 될 수 
없다. 그리고 세월은 결코 기다려 주지 않는다. 일할 수 있는 때에 힘써 일하
는 것이 마땅한 본분인 것이
다. 

교단과 교계는 우수한 재원을 가진 합신 총동문회가 활성화되기를 바라고 있
다. 그리고 그 힘을 바탕으로 한국 교계의 개혁 주체 세력으로 선봉에 서서 
전진해 가기를 요청하고 있다. 총동문회는 명색만 존재하는 기관이어서는 안 
된다. 합신 총동문회는 우리 교단의 개혁 주체이자 동시에 한국 교회의 미래
를 여는 원동력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에 개최되는 총동문회 수련회에서
는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우리 교단의 발전을 위해 그리고 어지러운 한
국 교계의 개혁과 정화를 위해 발군의 힘을 발휘하길 바란다. 역사를 외면하
는 자는 그 역시 역사로부터 버림을 당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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