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큰소리, 고요한 큰 걸음
< 조병수 목사,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 >
“일생 동안 주님의 나라를 건설하는 강한 용사로 사신 분”
먼저 유가족과 교회에 천국의 위로가 임하기를 빕니다. 일평생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교단과 교계에 헌신하시던 존경하는 故 박윤성 목사님을 주님의 품으로 떠나보내면서 고별사를 말씀드리려 하니, 여러 가지 회상이 떠오릅니다.
37년 전 은곡교회의 인근 어느 교회에서 전도사로 섬기던 시절, 은곡교회에 몇 친구가 사역을 하고 있어서 찻잔 나눌 겸 때때로 방문을 하였는데, 우연찮게 박윤성 목사님을 뵙게 되어 인사를 드리면, 당시 지천명의 연세를 넘기신 목사님은 젊은 신학도에게도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격려의 말씀을 들려주셨습니다.
박윤성 목사님은 우리나라가 한국전쟁 이후 겪은 격랑의 시기를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오직 하나님의 은혜에 힘입어 40여 년간의 성역과 30년 동안의 은곡교회 담임목회를 사랑과 진실, 말씀과 기도, 헌신과 희생으로 올곧게 감당하셨습니다.
우리는 목사님이 새로 설립된 교단에서 개혁신보의 주필로 다년간 활동하시면서 분명한 필치로 한국교회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것을 보았고, 특히 합신 교단의 방향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확실한 의견을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목사님이 총회장으로 섬기던 당시는 모두가 잘 알다시피 우리 교단이 설립 10년을 뒤로 하고 격동기에 들어서던 때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팎으로 다양한 일을 일궈내셨습니다.
지금의 총회사무실을 구입하여 총회센터 건립과 관련된 오랜 논의를 일단락 짓고, 이단사이비로부터 교회를 보호하기 위한 필연적 조처로 대책연구 위원을 세웠으며, 남북통일과 북한교회에 대한 큰 관심을 보이면서 남북통일대책위원회를 설치하였고,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에 대하여 남다른 사랑과 관심을 표명하였습니다.
박윤성 목사님은 조용한 큰소리였고, 고요한 큰 걸음이셨습니다. 목사님에게는 요란하지 않지만 분명한 교훈이 있었고, 화려하지 않지만 선명한 방향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목사님이 일생 동안 주님의 나라를 건설하는 강한 용사로 사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억이 맞는다면, 지난 해 여름 은곡교회의 임직식에서 마지막으로 목사님을 뵈었는데, 그 때도 비록 육체는 쇠약해졌지만 영혼은 맹렬하게 깨어있는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이제 목사님은 이 땅에서 모든 용맹스런 사역을 마치고 주님의 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목사님을 보내면서 영적으로 점점 어두워져가는 이 시대를 선도할 용사가 곁에 없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믿음의 용사 박윤성 목사님이 남기신 성역이 헛되지 않을 것을 확신하기에, 다윗의 활 노래로 고별사를 갈음합니다.
“요나단의 활이 뒤로 물러가지 아니하였으며 사울의 칼이 헛되이 돌아오지 아니하였도다”(삼하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