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통해 꿈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한국에 온 아이티 고아들과 함께 – 안두익 목사(동성교회)
지난 2010년도에 지진으로 고통을 당했던 아이티에 우리 교단이 물심양면으로 그들의 어려운 처지를 돌아보았는데 그때 아이티에서 고아들을 돌보던 백삼숙 선교사가 자비로 20여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왔다.
그 사연을 들어보니까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교통비만도 1억이 가까운 경비를 혼자 감당하는 것도 쉽지가 않았을 터인데 한국에 와서도 처음에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다가 그들을 돕는 밤비라는 단체에서 이 사실을 알고 여러 교회에 협력을 요청했고, 지난 15일 한강 ‘물빛 무대’에서 근사한 음악회를 열게 되었다.
동성 교회에도 와서 아이들이 공연도 하고 함께 식사와 장학금 전달을 하는 시간도 가졌다. 백 선교사가 엄청난 경비를 들여서 한국에 온 이유는 단 한가지, 아이들에게 한국을 통해 꿈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이야기를 했다.
인구 980만인 아이티에 강도 7인 지진이 나자 한 순간에 30만이 넘는 가족과 이웃을 잃었다. 지진이 난지 3년이 지나도 복구는 지지부진하고 한때 요란스럽게 전 세계가 와서 집을 지어주고 식량을 주고 했지만, 이제 점점 기억에서 잊혀져 가는 안타까움이 있다.
이젠 빛바랜 텐트, 희망을 잃어가는 사람들… 빈곤의 악순환으로 절망하는 그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온 백 선교사의 이야기는 정말 가슴을 도려내는 아픔과 동시에 우리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지를 다시금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우리나라 역시 전쟁으로 500만이나 넘는 가족과 이웃을 잃는 민족의 상처가 있다. 그 당시 아이티는 우리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미 달러로 800만불을 경제 원조를 해 주었다. 1960년대 한국은 자원도 돈도 없는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였다. 유엔에 등록된 120여 국가 중에 필리핀의 국민 소득이 170달러 태국 220달러일 때 한국은 76달러였다. 우리보다 국민 소득이 낮은 나라는 인도뿐이었다. 그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회생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후진 국가였던 것이다. 길거리마다 고아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그러나 지금은 2만 불이 넘는 국민 소득과 전 세계 10위안에 드는 수출을 하는 국가로, 전자 산업은 세계 최강으로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 우리의 지난날을 생각하며 한 선교사가 이렇듯 자신의 사비를 털어가며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모습 속에서 아이티의 미래의 희망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