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재난 지역을 다녀와서
안두익 목사, 동성교회, 총회사회복지부장
“고난당한 현장에 복음의 향기 전할 수 있게 된 것은 무한한 감격”
지난 2013년 11월 6일에 12m가 넘는 해일을 동반한 하이옌 태풍이 한 순간에 필리핀의 여러 개 섬들을 덮어 버렸다. 그 가운데 가장 피해가 심한 지역은 인구 20만이 살고 있는 타클로반이다.
그동안 총회사회복지부는 3차례에 걸쳐 재난 지역을 다녀왔다. 그 이유는 단지 구호성금을 전달만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피해 지역의 주민이 바로 일어설 수 있는 일을 돕기 위함이었다.
처음 타클로반 공항에 도착했을 때, 공항 청사는 포탄에 맞은 듯 쑥대밭 그 자체 였다. 공항을 빠져 나오는데 퀘퀘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재난의 현장에 왔다는 긴장감이 밀려 들어왔다. 한 순간에 1만 여명이 태풍에 쓸려 주검으로 변한 현장은 3개월이 다 되어 갈 때까지도 참혹한 그대로였다.
우리 일행이 태풍 지역인 사마르 섬을 5-6시간을 도는 동안에도 끝없이 펼쳐진 재난의 모습은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으며,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는 재앙의 현장 그 자체였다. 무엇보다 다음 세대를 위한 아이들이 6,000명이나 죽은 현실과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할 가족의 고통이 얼마나 클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함께 울고 웃던 마을 주민들이 한 순간에 싸늘한 주검이 된 그 절망의 현실 앞에서 다른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인생의 허무감, 의욕상실감 같은 극단적인 것들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것 같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그 절망이 서려있는 현장 곳곳에는 세계 각처에서 온 자원 봉사자들이 무너진 도로를 깔아주고, 천막을 세워 주고, 식량을 공급하는 모습을 보았다. 차마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감동의 현장이었다.
처음에 우리가 살펴본 지역은 이미 다른 단체가 도와준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다시 3월에 들어가 현장을 살펴보고 학교를 재건하는 일을 추진하게 되었다. 그리고 7월 14일부터 18일까지 총회장을 비롯해 3명이 다시 현장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동안 총회사회복지부는 삐나미띠난 초등학교(학생 268명, 교사 7명)를 재건하고 교회당 두 곳을 복구 및 신축을 했다. 곧 태풍으로 무너진 Christ is King Mission Church(성도 80-100여 명) 교회당을 복구했으며, 새로운 지역에 풀 가스펠 교회(성도 30여 명)의 교회당을 신축했다.
학교 완공식과 예배당 복구 및 신축을 맞아 예배를 드릴 때 감격의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 지역 교회의 목회자와 성도들이 학교 완공식을 보며 얼마나 기뻐하는 지 알 수 없었다. 돌아보면 고난과 아픔뿐이었지만 하나님께서는 그 고난을 통해 또 다른 역사를 이루어 내는 모습 앞에 감사만 드려질 뿐이었다.
특히 삐나미띠난 초등학교 교장은 “우리나라(필리핀) 지도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이 깊은 산 속에, 절망과 탄식만 할 수 밖에 없는 바로 이곳에 이렇게 아름다운 학교가 다시 세워질 줄은 몰랐다”고 하면서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가르침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들을 때, 섬김과 나눔의 사역이 이처럼 크게 다가온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귀국하는 길에는 또 다른 태풍이 불어 타클로반에서 마닐라로 나오지 못하는 어려움도 겪었다.
하지만 바쁜 가운데서도 이 사역에 기도와 사랑으로 함께 동참한 총회장 이주형 목사님의 수고를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전국 교회가 하나가 되어 이 일에 동참함으로써 슬픔에 젖은 저들에게 복음의 향기를 전할 수 있게 되어서 무한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