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묵상] 폭포_이정우 목사
폭포
이정우 목사(은혜의숲교회)
사춤 계곡을 쓰다듬다
절벽을 만나는 날,
당신의 목새 위 관제가 되어
그리움 짙은 포말로 변명하리라
앞서 간 선진처럼 나 여기서
욕망은 우금에게 부탁하여 바다로 보내고
사랑은 산허리 바람꽃에 잠시 목례를 하고
햇무리 타고, 나 하늘로 가리라
바다로 보내야 할 것과
하늘에 드려야 할 것이 갈라서...
[풍경이 있는 묵상] 산길_이정우 목사
산길
이정우 목사(은혜의숲교회)
너덜길 지나니 또 자드락길
거친 지돌이 몇 번 하다 보면
자기 꼬리를 문 뱀처럼
날숨과 들숨이 멱살을 잡는다
산길은
죽을 것 같아서 좋다
숨이 끊어질 것 같은 자리,
거기 은혜가 있기 때문이다
산에는 하늘만 있어서 좋다
기슭에 숨 겹기를 기다려
기어코 우러르게 만들고야 마는,
산길은...
[풍경이 있는 묵상] 초록에로의 초대
초록에로의 초대
연둣빛을 이기지 못한 그리움이
온갖 기슭을 오르내리는 오월,
연잎의 살결을 아는 바람에 끌려
당신의 초록 품을 찾았습니다
앙증맞은 새순, 새순들의 인사
풀잎 이슬 목 넘긴 새들의 노래
풍선같이 부푼 동심들의 볼웃음
당신의 온갖 영광이 환영합니다
문득 연잎 새로 내리는 세례수,
나는 잠시 기도로 몸을 씻고
누구도 초대받...
[풍경이 있는 묵상] 꽃별_이정우 목사
꽃별
이정우 목사 (은혜의숲교회)
당신 생각만 하면
연신 꽃잎이 떨어집니다
반가워서 한 잎
설레어서 한 잎
그립고 서러워서 한 잎
낙화야 모르는 바 아니지만
떨어진 잎이 다시 뜨는 이유는
미처 알지 못하였습니다
이렇듯 가슴 철렁 내려앉았다가
다시 별로 뜨는 까닭
밤이면 하늘 우러르게 하는...
[풍경이 있는 묵상] 산동 산수유_이정우 목사
산동 산수유
이정우 목사 (은혜의숲교회)
동토(凍土)를 쓰다듬던 햇살에
곡강(曲江) 돌담에 터 잡은 혜풍에
깨알같이 태어난 산수유 아기씨들
오구작작 온 동네 참 야단이다
충남 도둔리 개막은땅에 터 잡고
조랑조랑 달린 자식들 키워내다
거반 휘어버린 내 어머니의 허리에도
그여는 은혜가 다래다래 피었었다
백배의 열매를...
[포토에세이] 두 번 피는 꽃
두 번 피는 꽃
이정우 목사 (은혜의숲교회)
동뜬 영광으로 피었다가
소소리 모질게 부는 밤
남몰래 목을 꺾고
별처럼 떨어진 꽃
시들 수 없는 사랑이라
밤새 동박이도 피같이 울더니
반야(半夜)의 가슴팍에 떨어져
당신 같이 다시 핀 꽃
떨어져야 사는 생명
썩어야 피는 영광
붉은 수묵으로 번지며
느껍게 나를 물들이는...
[풍경이 있는 묵상] 해동(解凍)_이정우 목사
해동(解凍)
이정우 목사(은혜의숲교회)
살얼음 같았다, 지난밤은
깨질 듯 말 듯 하는 의문 사이를
깨금발로 넘어온 나는
등 시린 물오리 한 마리였다
곱고 푸르던 소망의 계절
아프게 떼어낸 다정의 초리마다
냉정에 정죄당한 언어들을 퍼덕이며
나의 기도는 얼마나 하늘을 날았던가
하루만큼 열린 하늘
햇살에 살얼음 풀어지는 소리가 ...
[풍경이 있는 묵상] 골목서정_이정우 목사
골목서정
이정우 목사(은혜의숲교회)
전깃줄에 칭칭감긴 곱창골목
소장 대장 가림새 없이
가스통 차고 살아온 이모네 앞으로
몸살기 후들대는 택배씨 지나간다
삭풍에 한껏 사나워진 진눈깨비
모질게 인적을 지워내는데
여전히 그느르시는 당신 발자국
은혜는 골목을 떠나지 않았다
[풍경이 있는 묵상] 불꽃_이정우 목사
불꽃
이정우 목사(은혜의숲교회)
용접똥에 중년 다 태우고
연기에 가슴 다 그을렸지만
택도 없는 아비 노릇,
얼굴 가리는 게 직업이 되었다
그래도 불꽃은 튄다
문래동 철근쟁이로 삼십 년
녹슨 기레파시 구르듯 한 세월이지만
지난 겨울 대마찌를 넘긴 마스크 앞으로
뜨거운 희망이 날아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