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축시| 일곱 날의 빛 _ 이은숙 시인
신년축시
일곱 날의 빛
<이은숙 시인 | 예수사랑교회>
쓰지 못한 페이지에 햇살 남은 강이 있다
설레는 강 위로 새 곳,
새 말이 닿기를 바라는 나뭇가지
기울어진 강 따라 흔들리는 어두움 삼킨 산,
자신을 부수고 온몸 새로이 할 말씀 기다린다
이방의 언어로 흔들...
|성탄절 명시| 성탄절의 촛불 _ 박목월 시인
성탄절 명시
성탄절의 촛불
<박목월>
촛불을 켠다.
눈을 실어 나르는 구름
위에서는 별자리가
서서히 옮아가는
오늘밤
크리스마스이브에
눈이 내리는 지상에서는
구석마다 촛불이 켜진다.
믿음으로써만
화목할 수 있는 지상에서
오늘 밤 켜지는 촛불
어느 곳에서 켜든
모든 불빛은
그곳으...
|추수감사축시| 추수감사 _ 박부민 시인
추수감사축시
추수감사
억새풀 출렁이는 단풍골
종일 햇빛 따스하다
삶이란 모든 걸 털어 낸 후
비로소 허름한 집 하나 세우는
마른 깻단 같은 것
계곡에 감사 찬송 울릴 때
부부의 어깨 위엔
푸드덕, 산그늘이 흩어진다
저 힘줄 굵은 큰 산
은총의 구름 내리는 마을
길은 늘 비탈을 이기며 오르고
맑은 숨 내뿜어...
|한국의 명시| 광야 _ 이육사
푸른산 -편집국
한국의 명시
광 야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진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
|한국의 명시| 쉽게 씌어진 시 _ 윤동주
여름 들녘-편집국
한국의 명시
쉽게 씌어진 시
윤 동 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한국의 명시| 그날이 오면 _ 심 훈
한국의 명시
그날이 오면
심 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人...
|5월의 시| 성흔 42 _ 송영권 시인
5월의 시
성 흔(聖痕) 42
송 영 권
그 나라에 가면 빛으로만 당신을 그려낼 수 있으리라. 지금 이 손끝에 잡힐 듯 일렁이는 빛 덩어리로 당신의 안과 밖을 한꺼번에 빚어낼 수 있으리라. 하나이신 당신의 처음과 끝을 매만지며, 잔잔한 기쁨으로 당신의 사랑을 새겨낼 수 있으리라. 그날 마침내 당신은 내 앞에 ...
|독자시| 나그네 _ 김금희
독자시
나 그 네
<김금희 집사 _ 세계로교회>
머물다 갈 나그네
집을 짓지 않음은
돌아갈 집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머물다 갈 나그네
창고에 쌓지 않음은
영원히 쉴 곳 아님을
알기 때문입니다.
머물다 갈 나그네
그 짐이 가벼움은
본향집의 부유함
알...
|부활절축시| 새날의 약속 _ 윤여성 목사
부활절축시
새날의 약속
<윤여성 목사|시인 _ 열린문교회>
냇물은 흐르고 벚꽃은 지고 있네
지나감이 아닌 새로이 태어남의 흐름 속에
꿈결같이 다가오는 새날의 약속이여!
수많은 시간들 속에서 만나는 어둠을
기꺼이 임께로 보내드리오리니...
그날의 아침 갈릴리와
나만의 새벽 광장을 밝히시고
...
|수필| 고쳐 가며 살고 싶다 _ 장인선 작가
수필
고쳐 가며 살고 싶다
<장인선 작가|수필가>
그래도 어쩌랴. 적어도 내 추한 모습을 아니까
주님께 기도하고 고쳐 가며 살아야지
우리 가족의 별난 특징이 언어의 돌직구를 던지는 것이다. 그런데 나도 돌직구를 잘 던지면서 남이 내게 그리하면 상처를 잘 받는다는 것이 모순이다.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