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축시| 추수감사 _ 박부민 시인
추수감사축시
추수감사
억새풀 출렁이는 단풍골
종일 햇빛 따스하다
삶이란 모든 걸 털어 낸 후
비로소 허름한 집 하나 세우는
마른 깻단 같은 것
계곡에 감사 찬송 울릴 때
부부의 어깨 위엔
푸드덕, 산그늘이 흩어진다
저 힘줄 굵은 큰 산
은총의 구름 내리는 마을
길은 늘 비탈을 이기며 오르고
맑은 숨 내뿜어...
|한국의 명시| 광야 _ 이육사
푸른산 -편집국
한국의 명시
광 야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진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
|한국의 명시| 쉽게 씌어진 시 _ 윤동주
여름 들녘-편집국
한국의 명시
쉽게 씌어진 시
윤 동 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한국의 명시| 그날이 오면 _ 심 훈
한국의 명시
그날이 오면
심 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人...
|5월의 시| 성흔 42 _ 송영권 시인
5월의 시
성 흔(聖痕) 42
송 영 권
그 나라에 가면 빛으로만 당신을 그려낼 수 있으리라. 지금 이 손끝에 잡힐 듯 일렁이는 빛 덩어리로 당신의 안과 밖을 한꺼번에 빚어낼 수 있으리라. 하나이신 당신의 처음과 끝을 매만지며, 잔잔한 기쁨으로 당신의 사랑을 새겨낼 수 있으리라. 그날 마침내 당신은 내 앞에 ...
|독자시| 나그네 _ 김금희
독자시
나 그 네
<김금희 집사 _ 세계로교회>
머물다 갈 나그네
집을 짓지 않음은
돌아갈 집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머물다 갈 나그네
창고에 쌓지 않음은
영원히 쉴 곳 아님을
알기 때문입니다.
머물다 갈 나그네
그 짐이 가벼움은
본향집의 부유함
알...
|부활절축시| 새날의 약속 _ 윤여성 목사
부활절축시
새날의 약속
<윤여성 목사|시인 _ 열린문교회>
냇물은 흐르고 벚꽃은 지고 있네
지나감이 아닌 새로이 태어남의 흐름 속에
꿈결같이 다가오는 새날의 약속이여!
수많은 시간들 속에서 만나는 어둠을
기꺼이 임께로 보내드리오리니...
그날의 아침 갈릴리와
나만의 새벽 광장을 밝히시고
...
|수필| 고쳐 가며 살고 싶다 _ 장인선 작가
수필
고쳐 가며 살고 싶다
<장인선 작가|수필가>
그래도 어쩌랴. 적어도 내 추한 모습을 아니까
주님께 기도하고 고쳐 가며 살아야지
우리 가족의 별난 특징이 언어의 돌직구를 던지는 것이다. 그런데 나도 돌직구를 잘 던지면서 남이 내게 그리하면 상처를 잘 받는다는 것이 모순이다. 어...
|한국의 명시| 봄 _ 이성부
한국의 명시
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
|신춘 에세이| 차별 없는 세상 _ 이종섭 시인
신춘 에세이
차별 없는 세상
<이종섭 시인 _ 찬미교회 목사, 문학평론가>
나는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을 좋아한다. 그러나 마당이나 정원, 또는 텃밭이 딸린 집이 아니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정확하게 말해서 단독주택보다 마당과 텃밭을 더 좋아한다고 해야 맞다. 누구는 아파트에 살면서 주말농장을 분양 받아 텃밭을 가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