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가을을 보라_박부민 편집국장
가을을 보라
그대
순백의 물음표로
가을을 들여다보라
가을은 바람으로
구름으로 대답한다
영글어 가는 알곡들을
찬찬히 보라고
거기 버물려 엉긴
봄 여름
햇빛과 소낙비의 심장을
푸르른 하늘빛
알알이 출렁이는
피흘림을 보라고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햇빛편지] 이슬_박부민 편집국장
이슬
거기 스민 것은
적요
수십년 혹은
더 오래된 새벽
갈증 난 가슴으로
얇아진 이파리
푸릇이 떨고
빛이 다가올수록 불어나는
눈물
눈물
거푸 버팅기는
표면장력도
시리게 출렁이는
하늘을
채 거부하지 못하네
다시 번지는 것은
햇살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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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편지] 짐승_박부민 편집국장
짐승
지금껏 노루와 고라니, 사슴을 홀로 만난 일이 예닐곱 번이다. 어린 날 마을 뒷산에서의 첫 만남 이후 산기슭, 밭두렁, 자동차 길에 돌연 출몰했었고 지난여름 어느 숲길에서도 어린 사슴을 만났다.
잠시 머쓱하게 서로 쳐다본 짧은 시간들. 마음에 각인된 것은 그 한결같은 순한 눈빛들. 가까이 가려 했으나 놀라 황급히 뛰어가 버렸다. 아무래도 그들 눈에...
[햇빛편지] 헌 구두_박부민 편집국장
헌 구두
헛간처럼 쓰는 다용도실에 들어갔다가 여러 해 신다 버린 구두가 구석에 팽개쳐 있는 걸 보았다.
탈색, 변색되고 먼지와 곰팡이와 거미줄까지 적나라했다.
오래 내 발걸음을 위해 헌신했던 신발을 버리지 않고 거기 둔 이유가 선뜻 기억나지는 않았다.
아마 낡아빠져 흙 노동할 때나 허드레로 쓰려고 치워 두었는데 끝내 재사용 않...
[햇빛편지] 섬, 그리고_박부민 편집국장
섬, 그리고
섬
섬이 사랑하는 건
해 달 별 물 길 꿈
섬은 한 낱말을 좋아해
숨 쉼
그리고
돌
다 내 주고 깎여 끝내
푸른 몸 하나로
남는 둥글고
단단한
삶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햇빛편지] 땅끝에서_박부민 편집국장
땅끝에서
바삐 살다가 문득
무기력한 날이 오지
눈물 슬쩍 고이는 날
그런 날엔 땅끝 바닷가에 앉아
전도서를 종일 묵상하고 싶다
한 절 한 절 차가운 물결로 받아
사무치게 헛되고 헛되다고
흐린 섬들에게 철썩이고 싶다
세월이 무늬진 갯돌 속에 오가는
숱한 배와 바람과 사람들
행성과 항성의 숨가쁜 궤적 아래
색 바랜 무지...
[햇빛편지] 도라지 꽃밭_박부민 편집국장
도라지 꽃밭
산 너머 해 뜨는 꽃밭
도라지 돌아왔네
보랏빛 하얀빛 섞여 놀다
문득 분홍꿈 짙어지네
바람 몇 모금 꽃잔에 부어 마시며
한참 저릿하게 푸르렀네
노을 너머 별들이 돌아와
불콰해진 여름 함께 웃네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햇빛편지] 논물_박부민 편집국장
논물
땅은 물을 안고
물은 하늘을 담으니
하늘은 땅으로
땅은 하늘로 품겨 있네
점점이 여린 생명들에
걸쭉한 시간을 불어넣는 바람
물이랑 찰랑이며 영원을 그리네
저리 초록으로 통통 노는 물
빛물고기 재잘대는 은총의 놀이터
깃발 펄럭이며 꽃구름 번지네
물은 햇살을 머금고
햇살은 산그리메 품어
개구...
[햇빛편지] 숲의 합창_박부민 편집국장
숲의 합창
각자의 자리
밝거나 그늘진 곳
누군 앞 누군 뒤
누군 살짝 숨은 듯 옆에서
여럿이 혹은 둘이나 혼자
서로 너무 멀지는 않게
숲 향기에 꿈 모아
오늘도 함께 하늘을 보네
동그란 화음 잔치
햇덩이를 만드네
아, 흰옷 입은 친구들
너와 나, 우리들
박부민 국장 nasaret21@ha...
[햇빛편지] 별_박부민 편집국장
별
초롱초롱 반짝이는 별
왠지 시무룩한 별도
별은 별
깔깔 웃는 별
저 혼자 울먹이는 별도
별은 별
잡힐 듯 가까운 별
아스라이 멀어지는 별도
모두 별은 별
내 맘속 어우러진 뭇별은
누구나 제 자리에
빛나는 별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