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_박부민 국장
<사진/ 김인석-발자국>
<햇빛편지>
발자국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
비 갠 후, 닭들이 마당에 꽃잎을 찍어 댄다. 무수한 그 발자국들이 그려진 화폭을 걷다 잠시 내 발자국을 돌아본다. 거기에 고여 무늬지는 햇빛과 서늘한 그늘의...
고귀한 눈물_박부민 국장
<햇빛편지>
고귀한 눈물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
낡아 버린 밥솥의 뚜껑에 흥건히 맺힌 이슬은 온몸으로 뜨겁게 밥을 지어 바친 눈물이다. 흐릿해진 형광등에 돋는 검은 자국도 가슴을 태우며 어두운 방을 밝혀 준 눈물이다. 이처럼 오랜 세월 나를 위해 흘린 눈물들이 있다. 그 일생의 진...
잡초 제거_박부민 국장
<햇빛편지>
잡초 제거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
어느 마을에나 한두 채 정도의 무너져 가는 폐가가 있다. 인기척이 없는 휑한 집. 세월과 함께 삭아 내리는 모습을 보노라면 한 인간도 가정도 사회도 나라도 저렇게 퇴락하는 것이겠거니 마음이 착잡해진다.
물론 어찌하든 고쳐서 쓸 만...
기다림의 미학_박부민 국장
<햇빛편지>
기다림의 미학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
새 대통령, 새 정권에 대한 온 국민의 기대가 크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와 조급한 채근은 금물이다. 한동안은 기다려 주고 협력하며 차분히 성원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병리 현상 중의 하나가 기다림을 못 참는 것이다. 그...
찬란한 기쁨의 계절
<햇빛편지>
찬란한 기쁨의 계절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
온 마을이 연초록 융단으로 덮였다. 햇빛은 넘실대고 산은 더욱 힘찬 얼굴로 우뚝 선다. 이 푸른빛을 배경으로 모란꽃이 우아하게 피어났다. 김영랑 시인은 모란이 만개하는 이 오월을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 했다. 화려하게 피었다 지는 인...
땅울림_박부민 국장
<햇빛편지>
땅울림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
어린 날 친구들과 땅에서 놀며 짓궂은 장난질을 했었다. 바람에 떨어진 풍뎅이를 잡아 발을 다 떼어 내고 목을 비비꽈 돌려놓으면 앵앵 제자리를 돌며 발버둥치는 꼴이 재미있어 히죽대던 철없는 아이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주전자에 물을 담아 와 개...
부활의 아침_박부민 국장
<햇빛편지>
부활의 아침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
안개 속에서 막 깨어난 꽃잎에 이슬이 맺힌다. 꽃잎이 촉촉하게 빛나는 것은 이 눈물 때문이기도 하다. 어떤 화려한 인생도 눈물 한 방울쯤은 머금고 산다. 누구든 삶의 길목에서 진한 눈물을 만나곤 한다. 실상 눈물이 온전히 마른 날은 생각보...
왁자지껄 교향곡_박부민 국장
<햇빛편지> 왁자지껄 교향곡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 짹짹짹째재재재재삐리리릭삐삐삑. 아침부터 참새랑 까치랑 많은 새들이 숲과 들과 마을을 돌며 쉴 틈 없이 떠들어 댄다. 그에 더하여 각종 농기계 소리들이 합창하듯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우다다다타타크가가칼칼칼칼프프. 산기슭에서 작...
다시 시작하는 봄_박부민 국장
<햇빛편지>
다시 시작하는 봄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
잠깐의 꽃샘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봄이 왔다.
흙냄새를 맡으며 모두들 밭 갈고 씨 뿌리는 삶의 들판으로 돌아가는 시간.
생동하는 봄날을 꿈꾸며 긴 호흡으로 인내한 자에게 봄의 교향악은 더 없이 찬란하다.
...
우리나라의 강_박부민 국장
<햇빛편지> 우리나라의 강<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 봄을 맞는 강은 얼부풀었다가 방금 녹은 아기의 볼처럼 발그레하다. 겨우내 숨죽인 몸을 천천히 이끌고 남은 눈송이를 털어내며 둔중한 산을 부드럽게 돌아 나오는 강. 어두운 엄동의 곡절을 안고 햇발 가득한 아침을 기다려 이윽고 뜨거운 입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