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3회 총회에 기대하는 것
남북, 북미 관계 등, 정치, 경제, 사회적인 변동의 시절이다. 게다가 한국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기류도 여전하다. 이 격랑 속에서 한국교회의 작은 예인선으로 힘쓰자는 목표로 최선을 다한 102회 총회에 상찬을 보낸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우리 교단의 자긍심 제고와 다소 어수선했던 문제들의 정돈, 그리고 교회의 화합을 위해 애쓴 족적 등은 좋은 평가를 받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새 총회이다. 매번 설렘은 같다. 모두가 총회와 교단의 진일보를 진심으로 바라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후의 총회에 아래의 몇 가지가 우선 반영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첫째, 상비부의 효율적 운영과 조정에 실효적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 총회 정책연구위원회가 ‘총회 상비부 재정비 및 신설과 운영에 관한 연구’를 위해 여러 모임과 공청회를 갖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점을 높이 평가한다. 다만 지지부진하지 않고 모두의 관심 속에서 조속히 실제적 적용과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난관이 있더라도 법적 지원을 받아 급변하는 교회적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총회가 되기를 바란다. 기우이겠지만 효율적 조정, 통폐합에 있어 매너리즘과 인맥이나 부서 이기주의적 생각은 멀리하고 적극 협력해야 옳다.
둘째, 위의 사항과도 연접한 문제인데 4차 산업혁명의 환경 속에서 한국교회가 미래를 대비하는 긴장감으로 노력하는 시점에 우리 교단의 미래를 위한 대책은 어떠한지 묻고 싶다. 본보는 지난 768호 사설에서 교단적으로도 미래를 준비하고 연구하는 부서나 위원회가 꼭 필요하며 그래야 시대적 변화와 문화적 조류에 반응하며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급속한 노령화, 신생아와 청소년의 극감, 안티 기독교의 흐름 등, 교회는 결코 이런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그런데도 이런 충고를 반영하는 헌의안 하나 올라오지 않았다는 것은 실망을 넘어선 허탈감을 준다.
셋째, 다가오는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총회가 되기를 바란다. 북한과 관련한 일들이 정세적으로 민감하긴 해도 좀 더 전향적, 구체적인 선교 방법론에 대한 연구와 협의가 필요하다. 기존의 선교 활동들이 소중하지만 사명과도 같은 북한 선교에 대한 연구와 실효적 방안들이 교단적으로 강구돼야 한다. 바라기는 이 문제와 관련, 한국 교회의 연합적 활동에 곁에서 수동적으로 협조하는 태도 이상의 적극적 대처를 주문한다. 그러려면 이에 대한 우리의 분명한 철학을 다져야 한다. 연구하고 선도하는 모임이 필요한 이유이다.
넷째, 교회 개척에 전폭적 지원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총회가 되기를 바란다. 이미 본보는 2017년 751호 사설에서 이 점을 논했다. 개척교회 실태 전수 조사, 합신의 개척교회 도우미 매뉴얼 제작, 총회와 노회적 격려와 지원, 교회개척 훈련 과정 설치, 개척 목회자 모임의 운영 등이 그 골자였다. 이를 참고로 103회 총회는 교회 개척과 개척교회에 대한 지원 방안을 실현하기 바란다. 이와 관련 신임 총회장의 취임사에서 국내 교회 개척에 힘쓰는 일을 실천 사항 중 하나로 제시한 것은 매우 기대되는 약속이다. 또한 인천노회에서 ‘가칭 교회 개척 훈련원 개설의 건’을 헌의한 것도 반가운 일이다. 모쪼록 말뿐만 아니라 구체적 논의의 결실이 있기만을 바란다.
다섯째, 총회를 위한 건강한 옴부즈맨이 필요하다. 사실 총회 활동에 대한 자기 성찰의 공적인 기회는 상임위원회 모임인데 통상 시간에 쫓겨 충분한 토론과 합의 과정이 약한 것이 사실이다. 격렬한 비판만을 말함이 아니다. 더 집요한 진단과 객관적 성찰의 장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본보에 의뢰하여 총회 종료 직후나 연중에 대대적 설문 조사를 실시하는 것도 좋다. 피드백의 질량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겠지만 그나마 총대들의 의견, 전국 교회들의 총회에 대한 건의 사항이나 여론을 수렴할 방법은 된다. 교류 교단의 교수나 전문가를 초빙 참관시켜 객관적 논평을 듣는 것도 총회 성찰의 한 방법이다.
여섯째, 교단 연합 활동에는 우리의 정체성을 보다 확고히 하며 응하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잘해 왔지만 물리적 이익을 따져 관행적, 가시적 연합만을 강조하는 흐름에 무작정 참여하는 태도는 앞으로도 지양해야 한다. 대승적 연합 활동이 필요하더라도 사안에 따라 함께할 수 없는 행사들은 정중히 사양하고 우리가 개혁주의 교단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는 배타적 자만의 표현이 아니라 겸허하면서도 굳센 개혁 사상의 기반을 우리 스스로가 지키려는 모습이다. 그것은 건전한 자긍심의 발로이며 또 한국교회를 섬기는 주체적 태도이다.
매 총회마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완벽이 아니라 진지한 노력이며 실효성이다. 보다 많은 실효적 논의와 결실을 통해 우리 교단이 더 발전하는 회기가 되기를 바란다. 상기한 권고들을 잘 반영하여, 작지만 영향력 있는 배의 키로서의 역할을 강조한 신임 총회장의 취임사가 오롯이 실현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