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개척에 합력하자
주지하다시피 한국교회의 교인 수가 감소하고 국민들의 대 기독교 인식 또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 와중에 목회자들의 공급이 한정된 사역지의 수요를 초과한 지 오래다. 따라서 다수의 합신 졸업생들에게도 남은 건 교회 개척뿐이다. 개척은 참으로 어렵다고들 한다. 그러나 어려워도 이제 다시 사도행전의 역사를 기대하며 우리가 교단적으로 힘써야 할 사역은 개척인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들려오는 안타까운 사연들과 도움을 요청하는 부르짖음은 거의 단말마에 가깝다. 개척의 거대한 전장에서 고지를 점령하지 못하고 수년 간 지쳐 있는 병사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포탄 속에서 보급품은 끊어지고 고립무원의 두려움에 처한 전우들이 많다. 처처에 뒹구는 중상자들과 겁에 질린 탈영병들을 목도하며 졸아붙은 마음으로 다시 고지를 향해 기어서라도 가야 하는 슬픔이 있다. 오늘 우리 동역자들의 교회 개척 전쟁은 이처럼 냉엄한 실제 상황이다. 차제에 우리는 그에 어떻게 합력할 것인가를 지난 개척교회 목회자 좌담회(본보 749호)에서 정돈된 내용들을 참고하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 교단적 관심과 도움 역량을 환기해야 한다. 총회 전도부에 속하든 아니면 독립적이든 개척교회 전담 팀이나 부서가 필히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교단 내 개척교회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관리 체제를 정비하고 총사령부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말해 두자면 여기서 관리란 간섭이 아니라 도움이다. 각 노회의 협조로 대대적인 개척교회 전수조사를 실시하여 이를 토대로 개척교회 상황판을 만들자는 것이다. 총회적 차원에서 합력할 일이 없는지 수시로 살피고 합력자들을 주선하는 섬김의 실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해당 부서는 개척교회를 최대한 도울 수 있는 크고 작은 여러 방법들을 강구하여 준비해 두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합신 교단만의 개척교회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개혁주의 신학을 기반으로 한 개척의 준비와 시작과 진행과 최소한 설립예배 때까지의 일련의 과정 속에 참고할 만한 통합적 도우미 자료집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내용은 자상할수록 좋다. 그래야 당사자가 막연함 없이 안정감 있게 신학적, 행정적인 착오를 줄이고 개척을 실현해 갈 수 있게 된다.
둘째, 노회의 섬김이다. 개척 지역의 노회는 개척 단계에서부터 관심과 사랑을 갖고 개척 목회자를 격려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준비 단계와 개척예배, 설립예배 그리고 노회 가입 등의 과정들에 지도와 도움을 주고 끈끈한 관계를 형성한다면 이후의 노회 생활에도 피차 유익할 것이다. 무엇보다 노회원들의 적극적이고 자상한 배려가 필요하다. 수시로 소통하며 지원 포격을 해 주며 울타리가 된다면 고지를 점령하는 데 더없이 힘이 될 것이다. 이런 노회야말로 진정한 야전 사령부가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각 노회는, 기왕에 노회에 가입을 한 교회들만 결속할 것이 아니라 가입 전의 교회들에도 할 수 있는 한 법적, 심적, 인적, 물적 도움을 주려고 애써야 한다. 그리고 총회와의 관련된 사안들에 가교 역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셋째, 개척 당사자의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일단 고립되지 말고 합력의 장으로 스스럼없이 나와야 한다. 이것은 개인의 성품에 달린 문제가 아니다. 노회의 건전한 지도와 섬김을 받으며 함께 기도하며 동역하는 관계를 설정하지 않으면 고독 속에서 방황하기가 쉽다. 자기연민과 자아상실감이 더 심화되기도 한다. 따라서 노회나 총회를 간섭의 주체로 생각하는 태도를 버리고, 무익한 자존심도 눌러 두고 적극적으로 노회에 반응하고 합류해야 한다. 본인이 소극적이면 주위에 돕고 싶어도 머뭇거리는 사람만 늘어나게 된다.
넷째, 합동신학대학원의 역할이다. 입학 직후부터 개척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하고 도전을 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귀중한 개척목회 강의가 개설되어 있지만 이미 안정적인 목회자들만이 아니라 현재 막 개척, 설립하여 후배들과 근접감을 지닌 선배들도 초청하여 그들의 생생한 증언과 체험들을 나누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개척 목회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기도하고 준비하는 모임을 만들어 주고 선배 개척 목회자들을 간사로 섬기게 하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이런 모임은 자생적인 것이 바람직하지만 학교 당국에서 권유하고 물심으로 지원해 주는 것도 좋다고 본다. 선교훈련원이 있듯이 개척훈련원, 혹은 개척학교를 교단과의 협의 하에 만들어 운영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는 개척교회를 준비하거나 개척 목회 중인 동역자들의 모임이 절실하다. 함께 대화하며 기도와 말씀 속에서 답을 찾아가며 쉼을 얻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합신농목회를 본으로 개척목회자들이 먼저 마음을 열어 모이고 교단적으로는 이를 뒷받침하는 장치와 후원이 필요하다 하겠다.
지난한 개척으로 수고하는 동역자들과 이들의 뒤를 따를 준비자들에게 교단적으로 두루 합력해야 할 시기이다. 적자생존과 각자도생의 냉혹한 전장의 고립감과 불안함에 동역자들을 방치해 두지 않기를 바란다. 아울러 개척 당사자들도 모종의 섭섭함과 고독 속에 함몰되지 말고 힘을 내어 합력의 광장으로 나오기를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