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아침_박부민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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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편지> 

부활의 아침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

안개 속에서 막 깨어난 꽃잎에 이슬이 맺힌다. 꽃잎이 촉촉하게 빛나는 것은 이 눈물 때문이기도 하다. 어떤 화려한 인생도 눈물 한 방울쯤은 머금고 산다. 누구든 삶의 길목에서 진한 눈물을 만나곤 한다. 실상 눈물이 온전히 마른 날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러나 그 아픔이 오히려 생을 성숙시키기도 한다.

햇빛이 스며들어 이슬이 영롱하게 빛난다. 어떤 쓰라리고 슬픈 인생도 햇빛 한 가닥은 품고 있다. 모든 눈물 속에는 머잖아 찬란한 소망의 햇빛이 비쳐 오래 머물 것이다. 주님의 은혜가 있고 누군가의 위로와 격려가 있고 기쁜 일들도 다가 올 것이다. 그리고 종국에는 주님이 그 모든 눈물을 씻어 주실 것이다.

이토록 생명력으로 충일한 계절에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것은 의미 깊고 적절하다. 그런데 이 봄날은 죽음의 기침 소리 가득한 겨울의 눈물 끝에 비로소 꽃피는 생명과 영광의 순간이 아니던가.

우리의 죄악과 그 징벌을 대신 담당하시고 죽음의 심연으로 내려가신 그리스도의 눈물과 고난이 없이는 천지에 가득한 생명의 향기는 아예 불가능했다.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그분의 권능과 은혜의 햇빛이 세상의 눈물 속으로 스며들 때 비로소 진정한 봄날이 되는 것이다.

인생과 역사에 맺힌 눈물들은 은혜의 햇빛으로 스며드는 생명을 갈망하는 아픔이다. 천지에 진동하는 큰 물소리와 만개한 꽃들의 합창이 울려 퍼지는 아침. 우리와 우리 사회의 내면에 고인 모든 쓰라림과 슬픔과 절망 속으로 그리스도의 부활의 생명이 햇빛처럼 쏟아져 내리기를 기도한다.

이 빛나는 계절, 우리는 어떤 어둠과 눈물의 골짜기에서도 생명을 누릴 수 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가 우리 안에 계시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