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단 곁에 늘 두고 싶은 살아있는 예식서를 기대하며
“그들이 나를 섬기리라”(출 3:12) 하신 말씀처럼,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구원하신 궁극적인 목
적은 예배에 있다. 부름 받은 하나님의 백성인 교회는 본질적으로 ‘예배하는 공동체’다. 불가시적
(不可視的) 교회가 가시적인 방식으로 그 정체성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정점이 바로 예배이기
때문이다. 예배와 예식은 개인적 신앙고백을 넘어 공적인 신앙의 요체를 담아내며, 이를 대외적으
로 천명하는 행위다. 따라서 결코 개인의 취향이나 시대적 유행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그러나 예식이 원리에만 머물러 목회 현장과 성도들의 삶의 형편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일례로
화장(火葬)률이 90%가 넘는 오늘날의 장례 문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예식서는 현장과 괴리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총회 신학연구위원회에 맡겨진 예식서 개정 작업
은 교단의 개혁주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면서도 목회적 현실을 담아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시의
적절하고 중차대한 과업이라 할 수 있다.
개혁교회 예배의 핵심은 ‘예배의 규정적 원리’로 요약된다. “성경에 규정되지 않은 방식으로는 하
나님을 예배해서는 안 된다”(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21장 1항)는 원칙에 따라, 외적 의식을 최소
화하고 말씀 중심의 단순성을 지향해 왔다. 이는 인간 중심의 종교성을 경계하고 예배의 주도권을
철저히 하나님께 두기 위함이다. 동시에 개혁교회는 고착화된 전례(Liturgy)를 강요하기보다 예배
의 지침을 제공하는 ‘예배모범(Directory for Worship)’을 존중해 왔다. 모든 지교회가 동일한 기
도문으로 기도하거나 설교문을 낭독하지 않지만, 예배 모범의 지침 안에서 각 지교회의 상황에 맞
는 자율성을 인정해 온 것이다.
이미 헌법에 예배모범이 있음에도 별도의 예식서가 필요한 이유는 구체적인 집행 현장을 고려해
야 하기 때문이다. 예식서는 예배모범의 지침이 정규적인 주일 예배만이 아니라 세례, 성찬, 임직,
혼인, 장례 등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구현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실천적 가이드
라인이다. 목회자가 어떤 말씀으로 권면하고,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는 현
장에서 매우 절실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타 교단에도 있다. 합동과 고신 총회 등도 최근 ‘표준예식서’나 ‘예전예식서’를
개정하고, 심지어 예식용 맞춤 설교집까지 발간하며 현장의 필요에 응답하고 있다. 실제로 목회 현
장의 갈증은 깊다. 자칫 방심하면 혼례나 장례 절차 속에 유교적 관습이나 샤머니즘적 요소가 스
며들기 쉽기 때문이다. 현행 우리 총회의 예식서는 순서와 절차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개혁주의 정
신과 질서를 담아내는 데는 충실했으나, 급변하는 목회 현장에 적용하기에는 한계를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 막 사역을 시작하는 초임 목회자나 깊은 예전적 통찰이 필요한 이들에게 적실성을
갖춘 예식서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많은 이들이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신학이 녹
아 있는 예식서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예식서 개정은 고도의 신학적 안목과 목회적 감각을 동시에 요구하는 작업이 될 것
이다. 규정적 원리에 충실한 절제와 엄밀함을 유지하면서도, 현장의 다양한 요구를 외면하지 않는
균형이 필요하다. 신학이 실제가 되고, 원리가 현장을 살리는 예식서여야 한다. 목회자들이 서재
책상이나 강단 곁에 늘 두고 펼쳐보고 싶은 지침서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배를 소중히 여기는 교회는 그 예배를 담아내는 문서 또한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 개정위원들
의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렵고 원리와 현실 사이의 접점을 찾는 일도 지난하
겠지만, 이 과정은 우리 교단과 다음 세대를 위한 예배의 이정표를 세우는 거룩한 사역이다. 새롭
게 마련될 예식서가 하나님께 합당한 영광을 돌려드리고, 목회자들에게는 든든한 길잡이가 되며,
성도들에게는 바른 신앙의 풍성함을 보여주는 도구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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