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신 교수에게서 듣는 성탄절 이야기_성탄절의 기원과 기념/ 박상봉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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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의 기원과 기념

 

박상봉 교수/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역사신학

1. 성탄절 날짜의 기원
초대교회는 예수님의 탄생일, 수난일, 부활일등 특정 날짜를 기념하기보다는 그분이 부활하신 ‘주일’ 자체를 중시했다. 그래서 성탄절은 신약성경과 초기 교부들의 문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이레니우스나 터툴리안 등이 기록한 절기 목록에서 예수님이 태어난 날짜는 언급되어 있지 않다. 그럼 ‘12월 25일’이라는 성탄절 날짜는 어떻게 발생했을까? 역사적으로 크게 두 가지 전승으로 설명되고 있다.
먼저, 전통적 연대 계산법에 따른 교회 내부의 전승이다. 성탄절 날짜에 대한 논의는 2세기 중엽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가 예수님의 탄생 일자에 관심을 가지면서 시작되었다. 이때로 부터 예수님의 수난일인 유대력 니산월 14일(로마 제국의 율리우스력 3월 25일)을 성령으로 잉태된 수태일과 동일시하는 전승이 생겨났다.
그리고 이 수태일에 임신 기간 9개월이 더해지 면서 자연스럽게 예수님의 탄생일이 12월 25일로 도출된 것이다. 예수님의 탄생일이 12월 25
일이라는 최초의 기록은 3세기 히폴리투스의 『다니엘 주석』(204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문헌은 후대에 가필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신뢰성에 의심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학문적으로 4세기 『필로칼루스 연대기』(354년) 의 기록을 가장 확실한 최초 증거로 간주한다.
“12월 25일, 유대 베들레헴에서 그리스도가 태어나셨다” 5세기 교부 아우구스티누스는 그의 저서 『삼위일체론』에서 “예수께서 3월 25일에 수태되셨고, 전통에 따라서 12월 25일에 태어 나셨다”라는 기록과 함께 당시 교회가 12월 25 일을 예수님의 탄생일로 지켜온 전통을 확인시켜 준다.
다음으로, 로마 제국의 태양신 축제일을 기독교적으로 수용한 것과 관련된 전승이다. 본래 12월 25일은 로마 제국에서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274년에 제정한 ‘무적의 태양신’(Sol Invictus) 축제일이었다. 그리고 로마 제국에서 12월 17-23일은 전통적으로 동지 이후 낮이 다시 길어지는 시기로 농경신 사툰을 기념하는 축제일이었는데, 이때 로마인들 사이에서는 선물을 주고받고, 집을 푸른 가지로 장식하며, 촛불을 켜는 풍습이 있었다. 기독교는 로마 제국의 이러한 문화적 배경 속에서 12월 25일을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로 수용했다는 것이다.

2. 성탄절의 수용과 공인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밀라노 칙령을 통해서 기독교가 공인된 이래로 교회는 로마 제국의 태양신 축제일을 이미 전승으로 전해오던 예수님의 탄생일과 연결하여 기독교 절기로 수용했다. 즉, 12월 25일을 성탄절로 지키기 시 작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역사적으로 336 년 달력의 축일 표시를 통해서 성탄절이 12월 25일에 기독교 절기로 지켜졌다는 처음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349년 로마 교구의 감독 율리우스가 12월 25일을 공식적인 성탄절로 공포했다. 이교도의 축제일을 배척하는 대신 예수님을 말라기 4장 2절에 기록된 ‘의의 태양’(Sol Iustitiae)이자 ‘참된 태양’으로 제시 하며 로마 제국의 문화적 형식을 기독교적으로 수용했다고 볼 수 있다. 로마 사람들을 자연스 럽게 기독교 안으로 포용하려는 선교적 전략이 담긴 결정이었다.
현재 성탄절은 서방교회의 전통에서 12월 25 일로 기념하고 있다. 하지만 동방교회는 1월 7 일을 기념한다. 로마가톨릭교회와 개신교는 주전 46년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로마 달력을 개혁하여 만든 율리우스력을 개정한 그레고리력 (태양력 / 1582년 교황 그레고리 13세에 의해 개정됨)을 교회력으로 채택하였고, 동방교회는 여전히 율리우스력을 교회력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3. 종교개혁 당시 깔뱅의 성탄절 이해
장 깔뱅(Jaen Calvin)은 갈라디아 4장 10-11절 해석에서 각 절기들에 대한 이름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당시 로마가톨릭교회에서 시행되는 절기들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즉, 어떤 특정한 날을 하나님을 예배하는데 특 별한 종교 행사로 규정하는 것은 양심을 억압 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이 특정한 날에 성스러운 의미를 부여하여 이 날과 저 날을 구별 하고, 이렇게 구별된 날에만 하나님을 특별하게 예배하는 것처럼 간주하는 것은 미신적이고 거짓된 예배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견해는 로마서 14장 5-6절과 골로새서 2장 16-17절 해석에서도 동일하게 확인할 수 있다. 1550년 12 월 25일(목요일) 성탄절 당일에 깔뱅은 연속 강해(lectio continua)의 순서대로 미가서 5장을 설교했다. 그는 설교 서두에서 “오늘이 성탄절 이라고 해서 평소보다 더 거룩한 날은 아니다” 라고 언급하며, 그 날을 어떤 특별한 날로 강조 하지 않았다. 물론, 깔뱅은 성탄절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아니다. 다만, 성경이 명령하지 않은 인간이 만든 절기(holy days)를 의무 화하거나 율법화하는 것을 반대한 것이다. 교회가 예수님의 구속사역과 관련된 절기를 지키는 것은 자유이지만, 신앙의 필수 조건이 될 수없고 또 양심을 구속하거나 미신적으로 지켜질수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다른 종교개혁자들의 절기에 대한 이해도 깔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4. 성탄절을 어떻게 기념하는 것이 좋은가?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하는 구약 시대의 모든 의식적인 절기와 규례는 그분이 이 땅에 오심 으로 성취되었고, 그분을 기념하는 날과 의식 으로 주일(예배)과 성례가 제정되었다. 우리는 주일과 성례를 통해서 주님을 기억하고 만나며 연합한다. 그러므로 이미 오랜 과거로부터 관습적으로 지켜져 왔을지라도 성탄절을 하나님이 정하신 안식일로서 주일보다 더 비중을 두거나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하늘 영광을 버리고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에 대한 구속사적인 의미를 좀 더 깊이 마음에 새기는 날로 단순히 기념할 필요가 있다. 즉, 성탄절을 특별히 구별된 날이 아닌 예수님의 탄생을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서 되새기고, 그분을 통해서 우리에게 허락된 구원을 감사하는 날로 지키는 것이다. 주님이 우리에게 베푸신 은혜에 대한 감사 속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며, 가난한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날로 지키는 것이다. 덧붙여, 선교적인 차원에서 불신자들에게 성탄절은 인류를 죄와 사망에서 구원하시기 위해 메시아가 오신 날임을 알리는 기회로 선용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결론적으로, 로마가톨릭교회의 잘못을 반복 하지 않기 위해 성탄절을 어떤 특정한 날인 것처럼 성스러운 의미를 부여하거나 양심을 조작 하지 않고, 미신적이거나 남용되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 우리의 시대적인 과제이다. 종교개혁 자들의 개혁 정신에 근거하여 인간의 자의적이고 세속적인 방식으로 성탄절을 지키지 않는다 면, 12월 25일을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로 기념하는 것은 신자이든 불신자이든 나름 유익이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