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신에서 33년
장정일(합신 前 사무국장)
“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들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모든 사람의 본분이니라”(전 12:13)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허전함의 긴 시간을 마감하는 20대 말의 결혼으로 신혼의 시기를 보내고 있던 저에게 합신 근무의 제안은 약속의 땅으로 이주를 명하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가정을 이루고 근무하던 직장에서 주일성수를 고민하던 저에게 아내는 금전적인 부분은 주님께 맡기고 믿음 생활에 우선하자며 선택의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합신 33년은 온전한 주님의 인도하심과 저를 사용하심의 시간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입사 초기 일반 회계 기준과는 다른 학교 회계를 이해하기 위해 퇴근 이후 시간을 활용하여 과거 1~2년 기간의 장부들을 모두 다시 기록해가며 학교 회계 규칙에 의한 장부정리와 예·결산을 배우며 시작된 근무가 어느덧 33년이 흘러서 이제 정년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1년 그리고 1년…. 해를 더할수록 가중되는 행정과 시설관리 업무 및 재정관리와 함께 책임에 대한 저의 부족한 능력을 느끼며 내가 계속 이 자리에 있는 게 맞는 것일까 고민도 했고, 외향적이지 못한 성격에 관계적인 한계에 자책하는 저를 주님께서는 그저 할 수 있는 역할은 최선을 다해 감당하게 하시며 저의 부족함마저도 마음껏 사용해주신 것 같아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부모님과 이른 이별로 심적으로 재정적으로 불안정과 어려움을 체험한 저로서는 안정을 보장해주는 직장을 옮긴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주변의 소중한 분들의 격려 속에 선택한 합신은 제 삶의 절반의 기간 일용할 양식을 공급해주신 ‘만나’였습니다.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3명의 딸과 함께 믿음의 가정을 이루고 자족하며 감사하며 살아오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합신을 위해 그동안도 변함없이 후원해주신 후원자님들께 개인적인 감사를 더 하여 드립니다.
합신의 출발인 반포 남서울교회와 반포 사무실에서부터 개인적인 인연으로 시작된 교수님들과 귀한 만남과 합신 입사 후 3분의 이사장님과 이사님들 그리고 9분의 총장님을 가까이서 섬기며 일한 귀한 만남, 어디를 가든 먼저 알아보고 다가와 인사를 나눠주시는 합신 동문 목사님들과의 만남, 합신 교직원 가족들과 만남은 제 인생의 귀하고 소중한 만남과 인연이 되었고, 때로는 인격 수양과 믿음 성숙을 위한 훈련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귀한 기억과 추억으로 간직하겠습니다.
합신에서의 시간을 정리하기 3년 전부터 업무 인수인계를 준비하고 변화를 실행하면서 ‘모든 일에 늘 내가 필요하다’라는 교만으로 일해왔던 저를 발견하고 회개하는 마음으로 책상 모니터에 이렇게 적어 놓았습니다. “모든 일에 늘 내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능력 없는 제가 주님의 은혜로 일할 수 있었던 33년의 세월을 정리하며 은퇴하는 시간까지 근무에 충실하려고 했습니다. 업무 인수인계 과정의 어려움들을 총무과 직원들과 함께 해결하며 모든 직원과 조율하면서 인계의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입사 첫해 성탄절부터 시작된 모든 직원에게 나눈 선물을 신년과 추석, 그리고 성탄절 때마다 33년 동안 이어온 소소한 감사의 나눔도 아쉽지만 이젠 마무리합니다. 직원 여러분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은퇴 후 업무적인 연락을 받으면 받는 대로 연락이 뜸하면 뜸한 대로 묘한 감정을 경험하기도 하였지만, 저를 여기까지 사용하신 하나님께서 이제는 남겨진 그들을 통해 충분히 감당하도록 함께 하시리라 확신하기에 신뢰와 격려를 전합니다.
저는 평생에 주일을 예배하며 온전하게 지키기를 소망합니다. 또한 제 자녀들이 제 묘비에 ‘평생 믿음의 삶을 살기 위해 거룩한 몸부림을 치신 아버지’라고 기록하도록 그러한 삶을 살아가는 게 꿈입니다. 저의 능력이나 실력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온 삶이었기에 남은 삶 또한 책임져주실 하나님의 은혜와 인도하심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요즘 반복되는 질문을 받습니다. “앞으로 뭐할 거냐? 계획이 뭐냐?”고 물으실 때마다 지금까지도 제 계획이 아닌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가장 좋았다고 답합니다. 지금도 제 삶은 하나님이 인도하고 계십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하시는 분들도 많으신데, 덕분에 잠시 잘 쉬고 있으며 건강관리도 신경쓰면서 잘 지내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하루하루 감사하며 바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