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복음설교를 잘하자

0
76

복음설교를 잘하자

종교개혁 신학은 이신칭의 교리의 중요성을 교회의 존립과 연결하여 강조한다. 루터의 말로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이신칭의 교리가 바르게 세워질 때 교회는 세워지고, 반대로 무너질 때 교회도 무너진다. 이 말이 주는 무게는 단지 신학적으로 교리를 바르게 정립하는 작업과 관련하여서만 무거운 것이 아니다. 이신칭의 교리가 교회를 세운다고 할 때, 이것은 이신칭의 교리가 교회에 바르게 전달되고 가르쳐져야 한다는 실천적 사역에 의한 것임을 주지하여야 한다. 가르쳐지지 않는 교리는 명목상 살아 있을 뿐이며 실제로는 죽은 것과 같다.

이신칭의 교리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말해서 복음을 가르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회는 이신칭의 교리를 근간으로 하는 복음 설교에 전심전력하여야 한다. 교회가 이 책임을 다할 때 교회는 살아나고 세워질 수 있을 것이다. 칼빈은 교회에 대하여 비유하기를 신자를 잉태하고 낳고 가슴으로 먹이고, 보호하는 어머니와 같다고 하였다. 어머니와 같다는 비유는 하늘의 교리를 선포하는 교회의 책임과 관련한다. 하늘의 교리를 선포함이란 바로 성경의 기록된 말씀의 의미를 밝히 알 수 있도록 강설하는 일이다. 내용적으로 이것은 그리스도께서 행하신 일로 인하여 신자들이 참된 믿음으로 복음의 약속을 받아들일 때 이들의 모든 죄가 진실로 용서받으며 의롭게 된다는 이신칭의의 교리이다. 이러할 때 과연 설교는 천국을 여는 천국열쇠가 된다.

이신칭의 교리를 근간으로 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설교하기 위하여 두 가지 점에 힘써야 한다. 첫째로 은혜 언약의 실행 아래 성취되어 온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을 성경의 강설을 통해 선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베푸시는 구원의 은혜를 강력하게 드러낸다. 또한 그리스도의 은혜가 아니면 구원의 소망을 찾을 길이 없는 인간의 부패와 무력함과 연약성을 드러낸다. 둘째는 이 은혜의 복음 앞에서 모든 신자가 마땅히 누려야 할 기쁨과 위로를 강력하게 선포하고, 이에 따라 합당한 감사의 찬양을 올릴 수 있도록 일깨우며 이끌어가는 것이다. 곧 복음 설교에 대한 반응으로 눈물 어린 감사와 기쁨과 위로를 누리면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교훈을 따라 살고자 하는 새로운 헌신의 결단을 촉구하는 것이다.

값싼 복음에 젖지 않도록 성화의 설교를 강력하게 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를 흔히 듣는다. 충분히 이해될만한 주장이지만, 값싼 복음으로 폄하되는 것이 이신칭의에 근간한 복음 설교이어서는 결코 안 된다. 이신칭의 교리와 복음 설교는 값싼 복음이 아니라 참된 복음이다. 이신칭의의 교리와 복음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고 이를 바르게 가르치지 않는 상업주의적 설교와 목회가 값싼 복음으로 지칭되는 양태일 것이다.

이러한 값싼 복음으로 인한 교회의 상처를 고치고 교회를 부흥하게 하는 일은 이신칭의 교리에 근간한 참된 복음을 더욱 담대하게 강력히 전하는 일이다. 이를 오해하여 성도가 거룩한 삶을 살지 않으면 구원을 받을 수 없다는 윤리적 주장을 앞세우면 값싼 복음의 오류를 시정하고자 하는 선한 의도를 넘어서 참된 복음을 해치게 될 위험성이 지극히 높아진다. 은혜의 용서가 거룩한 선행보다 앞서는 구원의 역사의 순서를 뒤집어 앞뒤를 바꾸게 놓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할 경우 교회는 외적으로는 경건한 종교 양태를 잘 드러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엄밀하게 말해서 신율법주의적 정서에 눌리게 될 수 있다. 이것은 열매를 복음의 뿌리로 삼는 것이 되고 만다. 그러나 이것은 복음의 은혜 원리에 어긋난다. 복음의 은혜가 열매의 뿌리다.

교회사를 통해서 살필 때 교회의 부흥은 거의 예외 없이 이신칭의 교리의 토대 위에서 예수 그리스도로 인한 은혜의 복음을 확신과 열정으로 강력하게 선포할 때 나타났다. 교회의 부흥은 사람이 하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부흥은 복음을 전하는 설교자를 통해 일어난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일에 더욱 익숙해져야 하겠다. 회개를 촉구하는 설교에 능하지만, 죄인을 부르시는 그리스도의 용서와 하나님의 긍휼하심에 대해서 설교하기에 익숙하지 않은 설교자를 종종 만난다. 은혜의 복음이 죄를 더하는 결과를 낳을까 염려가 큰 듯하다. 그러나 성령 하나님께서는 복음을 믿는 믿음을 주시며 또한 회심과 순종의 은혜도 함께 주신다. 이른바 칭의의 믿음과 성화의 순종으로 이끄시는 이중 은혜이다. 합신 교단의 설교자 모두가 성령 하나님의 이중 은혜의 사역을 믿으며, 성경의 구속사와 은혜 언약의 교훈을 따라 이신칭의 교리에 근간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설교하는 일에 아주 뛰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