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톱 깎기
방바닥에 주저앉아 발톱을 깎는다
깔아 둔 신문지 세상사 위에서
살과 껍질의 경계가 모호하고 아프다
지킬 것과 버릴 것을 여태 구별 못해
쓰걱쓰걱 선 작두질로 피를 보는 대낮
성급히 뜯긴 살들은 억울한 표정을 짓고
책장 밑으로 달아난 발톱들이
먼지 속에 실눈 뜨며 비웃는다
웅크린 허리가 한참 어둑해져
뭔가를 정돈한다는 게 쓰리고 힘겹다
모호하게 아픈 각질의 정체를 탐색하지만
선명한 건 그 피의 흔적 뿐
아둔한 자는 발톱 하나도 잘 못 다룬다
발톱보다 발톱의 때보다 내가 더 못났다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