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빠딜라의 <복음에 대한 새로운 이해 >
< 민현필 목사, 중동교회 교육담당 >
“교회의 선한 일들은 하나님 나라가 현재적 실재로 가시화되는 길”
이 책의 핵심 요지는 비교적 길게 편집된 ‘제2장 복음 전도와 세상’이라는 챕터이다. 그 이후의 장들은 여기에서 주장하고 있는 생각들을 다양한 루트들을 통해 발표했던 글들을 모은 것이다.
빠딜다는 로잔 언약의 주요한 싱크탱크였던 사람답게 ‘복음전도와 사회참여’를 강조한다. 그의 성찰은 주로 남미적 상황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인데, 자신의 논지를 끌어내기 위해 본질적으로 복음이란 무엇이며, 신학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1세기 문맥에서 복음이란 말 그대로 정치, 사회적 함의를 지닐 수밖에 없었음을 지적하면서 오늘날 미국이나 남미에서 유행하는 세속화된 복음전도와 성공주의를 비평한다. 그는 교회가 두 가지 오류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첫째, 복음을 개인주의화하거나 영성화시키는 것.
둘째, 복음을 사회 혁명을 위한 Agenda로 환원시키는 것.
그는 오늘날 복음주의권에서 가장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미국을 비판적 사유의 대상으로 상정하고 문화화된 기독교, 세속화된 기독교의 속물근성을 꼬집는다. 또, 서구 유럽 중심으로 발전되어온 서양신학이 남미에 이식되는 과정에서 성찰의 과정 없이 답습되고 있는 ‘고민 없는 교회’의 모습을 한탄한다. 그러면서 그는 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이렇게 자문자답한다.
“신학이 해야 할 역할은 구체적 상황 속에서 사람들로 하여금 그리스도에게 순종하도록 만들기 위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해석하고 설명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신학은 복음이 문화 속에 뿌리 내리기 위하여 사용되는 도구이다.”
그런 면에서 남미의 교회는 그리스도께 온전히 순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빠딜라는 복음을 ‘구속과 해방’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이해한다. 그가 주로 지적하는 부분은 바로 교회가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침묵하고 정치, 경제적 예속 상태를 영속화시키려는 구조적인 모순들, 곧 ‘정사와 권세들’에 대해서 인식하지 못하거나 선지자적 목소리를 발하지 못하는 남미의 교회를 지적한다.
그는 시종일관 이 책에서 묻는다. 참된 믿음과 회개는 무엇이냐고. 참된 복음은 무엇이냐고…. 복음과 선한 행실은 항상 함께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그는 말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선한 뜻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교회는 또한 하나님께서 준비하여 주신 선한 일들을 행한다.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교회를 창조하신 목적은 그 일을 위함이다(엡 2:10). “사도들의 기록을 통하여 예수님과 사도들은 오늘날도 계속하여 말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다. 동시에 교회와 교회의 선한 일들을 통하여 하나님 나라가 현재적 실재로 역사 안에서 가시화되어 나타난다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선한 일들은 교회가 감당해야 하는 부수적 사역이 아니다. 오히려 선한 일들은 하나님 나라가 현재 나타나는데 있어 핵심 요소이다. 교회가 선한 일들을 행함으로써 하나님 나라가 이미 이 땅에 임하였으며 또한 장차 임할 것임을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다.(p.274)
르네 빠딜라의 특징은 균형잡힌 신학적 고찰과 절제 있는 어조 그리고 복음과 우주적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경륜이라는 큰 틀에서 남미의 상황을 조망한다는 점이다. 이런 시각은 우리도 배워야 할 자세이다.
남미 교회에 대한 비판과 성찰을 토대로 쓴 책이기 때문에 다루는 주제들이 결코 가볍지 않지만, 철저히 성경 신학적 논증을 통해 절제 있는 어조로 저술하고 있기에 생각보다는 책 분위기가 무겁지 않다.
복음 전도와 사회 개혁, 믿음과 행함 사이의 관계, 소비주의 문화에 길들여진 교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교회의 본질적 소명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꼭 한 번 읽어볼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