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영혼을 위하여  박종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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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혼을 위하여 

박종훈 목사/ 궁산교회

지난 사월에 처음 교회에 나오기 시작한 백00 성도가 한해를 보내는 마지막 
주일에 학습을 받았다. 그 성도는 오십을 넘은 남자로서 딸과 아들이 초등학
교 다닐 때 그만 아내를 병으로 먼저 세상을 보내야 했고, 그 후 교통사고
로 인해 두 손가락을 잃었던 장애인이었다. 

우리교회에 역시 장애의 몸을 입고 읍내로 통혼 치료하는 청년의 전도로 교
회에 등록한 성도였다. 그를 처음 봤을 때에 얼굴에 병색이 짙었고 천식으
로 자주 기침을 하는 모습이었다. 아무런 희망도 없이 그저 자포자기한 표정
으로 말없이 끌려오는 인상을 금할 수 없었다. 그분을 전도한 계기는 자주 
병원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교회에 나오는 중에서도 응급차로 병원에 자주 
실려 가곤 했었다. 

육체의 병도 병이지만 마음의 병도 많이 있다는 걸 후에 알게 되었다. 자녀
들은 이제 장성하여 딸은 서울에서 직장생활하며 결혼을 준비하고 있고 아들
은 군에 입대한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논과 밭도 
없고 겨우 식량 할 남의 
논 몇 마지기를 벌고 있었다. 정부에서 보조하는 것으로 겨우 약값과 생활
을 하였다. 그 성도는 사고나기 전 몇 년간 남의 집에서 일꾼으로 살면서 모
은 돈을 동네 어느 젊은이에게 사업자금으로 빌려 주었다가 십 년이 지난 지
금까지도 이자도 못 받고 있다고 한다. 그 일이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것
이다. 

교회당에서 그 곳 동네까지 한번 오고가는 거리가 40km나 되었다. 일주일에 
세 번씩 오고가며 운전 봉사하는 청년이 있어 그나마 그 성도는 중단하지 않
고 꾸준히 교회에 나올 수 있었다. 어떤 때는 일 때문에 손님 왔다는 이유
로 또는 갑자기 몸이 아파서 못나와 허탕 치는 때도 종 종 있었다. 
우리교회에서 장년 성도를 위해 차량 운행하는 경우는 그분 때문이다. 갈수
록 올라가는 고유가 때문에 과연 차를 운행해야 하는 고민도 솔직히 있었
다. 더구나 생활이 어렵다지만 육 개월이 다 지나가도록 동전 한 푼 헌금하
지 않고 나오는 그분이 이상할 정도였다. 하지만, 세상 영리목적이 아닌 한 
영혼의 귀중함을 부르짖는 목회자의 입장으로 세상방식으로 따질 수 없는 일
임을 스스로 일깨우며 지켜
보았다. 

그런데 언제부턴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선 자주하는 기침도 없어지
고 한 달이 멀다하고 입원하는 일도 없고 서서히 성도들과 대화도 하기 시작
했다. 구역예배 때 심방 가서 예배도 드리며 지나온 사정을 들으니 나 역시
도 그 분을 이해하며 호감을 갖게 되었다. 나름대로 삶의 의지도 강했고 아
는 것도 많았다. 어느 때는 강에서 잡았다며 자연산 숭어도 가지고 왔다. 비
록 가족은 없지만 토끼들을 기르며 적적함을 달래며 열심히 사는 모습이 아
름다웠다. 

지난 가을에 그 성도의 생일날이 되었다. 자녀들도 내려올 형편이 안 되어 
내가 대신 위로해주기로 했다. 전도한 청년과 운전하는 청년과 함께 인근 음
식점에서 점심으로 생일상을 대신했다. 그분도 마음을 열고 지난 온 삶을 이
야기해 주었다. 

그 후로 거짓말같이 조금이나마 감사헌금을 하기 시작했다. 물질로 사람을 
평가할 수 없으나 그 분의 감사헌금은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기에 많은 의미
가 있었다. 성도들도 많이 달라졌다고 이구동성으로 칭찬한다. 한 영혼에 대
한 소중함과 사랑을 다시금 체험케 하며 모든 일에 반드시 인내가 요구됨을 

절실히 확인시켜 주었다. 

목자장이신 주님은 감당할만한 목회자에게 귀한 영혼을 맡기신다고 생각한
다. 나 역시 이 모습 그대로 받으시는 주님의 넓고 크신 사랑 때문에 구원받
고 하나님의 종으로 부름 받았다. 그 성도 역시 그 모습 그대로 보듬고 가
야 할 사람으로 보냈다고 확신한다. 이제 세례를 받으며 더디더라도 신앙이 
성장하고 인생을 살아갈 이유를 알고 좀 더 기쁨으로 생활하길 소망한다. 
하나님께서는 먼 거리를 홀로 나온 것이 안됐던지 또 다른 남자 청년을 보
내 주었다. 그래서 지금은 중간을 들려 서로 위로 받으며 나오고 있다. 십
이 년 동안 교회가 위치한 동네에서만 나오던 성도들이 이 사람들로 인해서 
지경을 넓혀주고 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