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인도하는 묵상칼럼(49)| 불행의 시작_정창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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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의 시작

“결국 그 사람 자신의 사람됨이 문제가 돼”

정창균 목사_합신 교수,남포교회 협동목사 

솔로몬이 죽자 그의 아들이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습니다. 그가 바로 르호보
암이었습니다. 이 사람은 왕이 되자마자 두 그룹의 정치 자문단을 구성하였
습니다. 

선택의 기준은 바로 자기 자신

하나는 아버지때부터 나라를 섬겨왔던 나이 많은 원로들로 구성된 자문단이
었고, 다른 하나는 자기와 함께 자란 젊은 친구들로 구성된 자문단이었습니
다. 
새로 왕이 된 이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백성을 다스리면 좋겠는지 이 두 그
룹의 자문단에게 각각 정책자문을 구하였습니다. “백성을 섬기는 자가 되
어 백성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십시요. 그러면 백성들이 영영히 왕의 종
이 될 것입니다.” 이것이 원로들의 자문이었습니다(7절). 
그러나 젊은 친구들의 자문은 달랐습니다. 더 무겁고 더 포악하고 더 심하
게 힘으로 다스리는 정책을 택하라는 것이었습니다(10절). 왕이 내심 원하
는 
것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원로들의 자문을 버리고 자기와 
함께 자라난 젊은이들에게 다시 자문을 구한 것이었습니다. 
원로 자문단원들은 왕이 백성의 마음을 얻어야 된다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
고, 젊은 자문단원들은 왕이 백성들의 요구에 한번 물러서면 어디까지 밀릴
지 모르니 초반에 강하게 휘어잡아야 한다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을 법도 합
니다.
그래서 젊은 친구들의 자문을 택한 왕은 백성 앞에 서서 단호하게 선언을 하
였습니다. “내 아버지는 너희의 멍에를 무겁게 하였으나 나는 너희의 멍에
를 더 무겁게 하겠다. 내 부친은 채찍으로 너희를 다스렸으나 나는 전갈로 
너희를 다스리겠다!” 
이전 왕의 시대에 주어졌던 버거운 부담과 고역과 무거운 멍에를 이제 가볍
게 해달라는 백성들의 요청을 거부하고 폭군정치를 선언한 것입니다. 폭군정
치 노선을 선언하자 나라가 둘로 갈라져버렸습니다. 열두 지파 가운데 열 지
파가 똘똘 뭉쳐서 여로보암을 왕으로 추대하여 북왕국 이스라엘을 세우고 독
립해버렸습니다. 
이렇게 왕을 등지기로 결심하면서 백성들이 쏟아놓은 분노에 찬 저주의 말들
을 보면 왕이 폭압적
인 정치노선을 선택한 것으로 말미암아 그 백성들이 얼
마나 큰 상처를 받았을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다윗과 무슨 관계
가 있느냐… 다윗이여 이제 너는 네 집이나 돌아보라…”(16절). 
그들이 쏟아 붓고 있는 이 분노에 찬 저주의 말은 사실은 그들의 요청을 거
부한 왕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원역사를 멸시하며 거부하는 무서운 말이었습
니다. 그리고 이 백성은 이후에 두고두고 그 책임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 백성들은 자기들이 지금 얼마나 무서운 말을 내뱉고 있는가를 알
아차리지도 못한 채 왕에 대한 서운함과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그렇게 소리
치며 각각 자기처소로 돌아가버린 것입니다. 
새로 세워진 왕과 함께 펼쳐질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큰 기대를 가졌을 백성
들은 틀림없이 말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받았을 것입니다. 그들은 그 상처
를 새로 세워진 왕으로부터 받은 것입니다. 결국 나라는 둘로 쪼개지고 말았
습니다. 그리하여 잠간 동안의 통일왕국 시대는 그렇게 끝나버리고 긴긴 분
열왕국의 시대가 시작된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을 주위에 두고 사는가, 누구에게 어떤 조언을 들으며 사는가 하
는 것
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분열왕국의 시대를 연 르호보
암 왕의 문제는 단순히 자문단이 누구였는가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문단이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자신이 그것을 원하였기 때문에 
그 자문을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그 사람 자신의 사람됨의 문제였던 것입니다. 그러기에 그는 인간의 보
편적인 상식으로 판단해보아도, 인간의 최소한의 도리라는 점에서 생각해보
아도, 더욱이 하나님을 아는 신앙인이라는 점에서 생각을 하면 더욱 그리해
서는 안 된다는 것이 분명한 일을 서슴없이 그리고 당당하게 행할 수 있었
던 것입니다. 

불신앙적 방자함이 불행 자초해

그리고 그가 그렇게 무모하게 왕권을 휘두를 수 있게 한 밑바닥에 둥지를 틀
고 있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야심에 대한 이기적 집착과, 왕 위에 진정한 왕
이 계신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불신앙적 방자함이었을 것입니다. 
왕과 백성과 역사의 불행은 그것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