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고 받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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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균 칼럼>

주고 받는 사랑

다른 사람이 내게 베풀어주는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
에게 나의 사랑을 베풀 수도 없습니다. 사랑을 받을 줄 모르는 사람은 사랑
을 줄 줄도 모르는 것입니다. 제가 외국에 있던 7-8년 가까이 전에 어느 부인
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이야기 중에 그 여인이 말했습니
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베풀기만하지 받지는 않아요.” 그러면서 그 부인은 
아주 떳떳하고 자랑스러워 하는 기색이 만연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부인
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이해 하기 힘들었던 그 
부인의 성격을 그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 부인은 다른 사람에게 대
접을 받거나, 신세를 지는 일을 못견뎌하였습니다. 마치 어떻게 해서든지 되
갚아주어야 할 큰 빚을 진 것처럼 마음에 부담을 느끼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자기에게 호의를 베풀면, 거의 본능적으
로 “무슨 의도로 그러지? 무얼 바라는 거지?”하며 경계심에 찬 고민
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주기만하지 받지는 않는 훌륭한 사람”이라는 얼토당토 
않는 인생철학이 그 부인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을 나 나름대로 확인하고 나
자, 그 부인이 불쌍해 보인 것입니다. “네 것 너 먹고, 내 것 나 먹자”는 식
의 삶은 정말이지 맛도 없고, 멋도 없는 인생살이입니다.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도 아니고, 나는 
그 사람만 못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른 사람에게 받은 사랑
은 어떻게 해서든지 되갚아주어야 편안해지는 마음은 그렇게 성숙된 마음도 
아니고, 그다지 복된 마음도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은 
그냥 기분 좋은 일이고, 서로의 인간 관계에 따뜻한 훈짐이 돌게 하는 아름다
운 일입니다. 언제나 받을 궁리만 하고 자기 것을 베풀줄 모르는 사람이 문제
이 듯이, 언제나 주려고만하지 받을 줄을 모르는 사람도 똑 같이 문제인 것입
니다. 옥합을 깨뜨려서 그 비싼 향유를 부어드린 여인에게 주님이 보여주신 
반응은 참으로 감동적일 뿐 아니라, 또 도전적이기도 합니다. 제자들은 다 
그 여인에게 사랑을 잘못 베풀고 있다고, 
비싼 재물을 허비하고 있다고 비난
하였지만, 주님은 자기에게 베푼 그 여인의 사랑을 감격스러워하며 받아들이
셨습니다. 사랑을 베푸는 데 있어서 뛰어난 우리 주님은 사랑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도 참 멋이 있으신 분이었습니다.
몸이 많이 불편한 형제가 있었습니다. 재능도 많고, 성품도 좋고, 교회도 
열심이고, 다 좋은데 몸이 너무 장애가 심하였습니다. 어느 마음 착하고 희생
적인 그리스도인 아가씨 한 사람이 그 형제에게 사랑을 느꼈습니다. 둘이서 
교제를 하였고, 그리고 마침내 아가씨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가지고 이 형제
와 평생을 같이 지내겠다는 결심을 하였습니다. 집안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
하고 이 아가씨는 결심을 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결혼을 이루지 
못한 채 헤어지고 말았습니다. 그 자매가 집안 식구들의 반대에 굴복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 아가씨가 변절을 하여 그 형제와 평생을 같이 살겠다던 마
음을 거두어들여서도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의 결혼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 
것은 바로 그 형제의 마음이었습니다. 그 아가씨가 자기와 결혼하여 평생을 
같이 살고자 하는 것이 “그리스도의 사랑
으로”라면 자기는 싫다는 것이었습니
다. 자기 자신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을 베풀어서 자기와 함께 
살겠다는 것은 싫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존심이 상하는 모양이었습니다. 내가 
내 힘으로 이루어낸 정정당당한 것이어야지, 상대방이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도움을 “베품”으로 얻는 것이라면 싫다는 철학인 것 같았습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실강이를 하다가 얼마 후, 서로 헤어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것
이 상처가 되었는지 아니면 응어리가 되었는지, 그 후로는 뒤틀리는 그 불편
한 몸임에도 열심히 나오던 교회마저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젊은 이
를 떠올릴 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