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영원한 작정과 특징들 그리고 그 방식에 대하여 (제3장 1항)
< 김병훈 목사, 화평교회, 합신 조직신학 교수 >
3장 1항: “하나님께서는 영원 전부터 그 자신의 의지에 속한 지극히 지혜로우며 거룩한 계획에 따라서, 일어나게 되는 모든 일을 자유롭게 그리고 변화가 있을 수 없게끔 작정을 하십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심으로 인하여 하나님께서 죄의 조성자인 것이 아니며, 피조물의 의지가 침해를 받는 것도 아니고, 또한 제 2원인들의 자유나 우연성이 제거되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확립이 됩니다.”
“하나님의 작정은 취소되거나 변경되는 일 없어”
본 항목은 크게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나는 하나님의 영원한 작정의 사실과 그것의 특징, 그리고 하나님께서 작정을 행하시는 하나님 편에서의 방식에 대해 고백이며, 둘째는 하나님의 작정과 제 2원인들의 관계에 대한 고백입니다.
먼저 첫째 내용과 관련하여, 하나님의 주권을 고백하는 개혁신학은 하나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시고 그 가운데 일어나는 모든 일을 영원 전부터 작정하셨음을 또한 믿습니다.
하나님의 작정이란 시간 안에서 장차 일어날 모든 미래의 일들을 이미 영원 전부터 정하시는 하나님의 목적과 계획과 뜻을 의미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자연적 세계와 영적 세계를 비롯한 모든 그의 창조 영역 안에서 미리 정하신 그의 계획에 따라서 그의 주권적 의지를 행사하십니다.
곧 하나님의 작정이란 성경에 이른 바처럼, 하나님께서는 ‘계획을 가지고’ ‘모든 일을 그의 뜻의 결정대로 일하시는’ 분이시며(엡 1:11), 하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면 참새 한 마리라도 땅에 떨어지지 아니할 것이라는 영적 사실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작정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이 있음을 고백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그의 작정을 ‘영원 전부터’ 하십니다. ‘영원 전부터’라는 말은 이해하기 어려운 말입니다. 이 말은 “창세로부터 너희를 위하여 예비된 나라를 상속하라”(마 25:34), “곧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엡 1:4), “오직 자기의 뜻과 영원 전부터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에게 주신 은혜대로 하심이라”(딤후 1:9) 등의 구절들에서 읽는 ‘창세로부터’, ‘창세 전에’ 또는 ‘영원 전부터’를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창세 전에’라 할 때 그것은 세상이 시작이 된 그 시점보다 시간적으로 앞선 때를 말하기 위함이 아니며, 또 ‘영원 전부터’라 할 때 ‘영원’보다 앞선 어떤 때를 말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주의하여 알아야 할 것은 이러한 표현들이 시간 안에서 어떠한 일들이 앞뒤로 이어져 나오는 것과 같은 어떤 순서를 의식하며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그와 반대로 시간이란 것이 있기도 이전에 있었던 일임을 뜻합니다.
“너희를 위하여 나라를 예비하신” 일이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신” 일이나,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에게 은혜를 주신” 일은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심으로 시작이 되기 시작한 시간 안에서 이루어진 일이 아니라, 시간이란 것이 존재하기도 전에 시간 밖에서 이루어진 일임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이미 하나님의 의지 안에서 그의 목적과 계획에 따라 정하여져 있으므로, 그러한 일들이 실제로 시간 안에서 실행이 될 때는 어떤 순서를 가지고 나타납니다. 그러므로 각각의 시간적 차이를 가지고 실행이 되는 일들에 대한 하나님의 작정도 또한 어떤 시간의 차이를 가지고 된 듯이 착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처럼 시간 안에서 나타나는 실행의 순서가 마치 하나님의 의지 안에서도 이미 어떤 시간적 순서를 갖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과 그의 작정은 시간의 순차적인 흐름에 종속되지를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시간 안에 종속된 피조물인 우리에게 있어서 앞선 것과 뒤에 따라오는 것을 시간의 순차적인 구별이 없이는 어떠한 개념적인 인식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의 작정들 가운데 어떤 것들은 앞서고 어떤 것들은 뒤에 나타나는 것처럼 시간의 차이가 있는 듯이 여기지만, 사실에 있어 하나님의 작정은 영원하며, 하나님의 작정이 그러한 시간적 차이를 두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작정은 또한 지혜롭고 거룩합니다. 이 고백은 하나님께서 작정하시는 일이 그의 지혜와 거룩함에 따라 이루어지는 일임을 표현합니다. 하나님의 작정이 그의 계획에 따라서 이루어진다고 고백할 때, 그의 계획이라는 말의 원래적 의미에는 의도성과 결심 그리고 협의와 같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작정은 성부, 성자, 그리고 성령 하나님 사이에 상호 교통을 통해서 이루어진 “영원부터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 속에 감추어졌던 비밀의 경륜”(엡 3:9)이며, 또한 “영원부터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예정하신 뜻”(엡 3:11)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뜻과 목적을 이루어가는 방편들을 정하시는 하나님의 작정은 하나님의 지혜 가운데 된 일로서 작정의 실행을 통해서 하나님의 지혜로움이 드러나며 선포됩니다. “여호와여 주께서 하신 일이 어찌 그리 많은지요 주께서 지혜로 그들을 다 지으셨으니 주께서 지으신 것들이 땅에 가득하니이다”(시 104:24). 바울이 찬양을 드렸듯이 하나님의 판단은 헤아리지 못할 것이며 그의 길은 찾지 못할 것이며, 이것은 그의 판단에 담겨 있는 하나님의 지혜와 지식이 실로 깊고 풍성하기 때문입니다(롬 11:33).
하나님의 작정 안에 드러나는 하나님의 지혜로움은 실로 피조물로서는 측량할 길이 없는 실로 깊고 풍성하여 어떤 피조물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높고 높으신 하나님의 하나님다움을 나타냅니다. 그것은 작정을 이루는 하나님의 계획과 의도와 결심이 실로 거룩하다는 것을 또한 고백하게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성적 피조물이 마땅히 행하여야 할 규범을 정하여 주신 분으로서 거룩하실 뿐만 아니라, 홀로 완전하신 분으로서 영광의 거룩함을 나타내시는 분이십니다. 하나님은 그의 작정 안에 모든 목적하신 바를 이루어 가는 그의 깊고 풍성한 지혜와 모든 일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 가는 하나님의 절대적 완전성을 드러내는 거룩함을 담고 계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의 작정은 취소되거나 변경이 되는 일이 없습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의 지혜의 완전성과 거룩함의 영광은 마치 하나님께서 작정하신 일에 어떤 오류나 실수, 후회함 등이 있거나, 또는 작정은 하였으나 실행 능력이 없어서, 취소하거나 변경하실 일이 있을 수 없음을 보증합니다. 하나님은 영원 안에서 이미 모든 일을 그의 지혜로 완전하게 계획을 하실 뿐만 아니라, 그 계획을 능히 이루실 수 있고, 또한 진실하며 신실하게 이루시는 분이십니다.
신앙고백서는 하나님이 이러한 작정을 하심에 있어서 하나님 자신의 기쁘신 뜻 이외에 다른 어떤 조건이나 이유에 의하여 행하시는 일이 없음을 고백합니다. 곧 하나님의 자유롭게 그의 작정을 행하십니다. 신앙고백서가 교훈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하나님께서는 하나님 자신 이외에 다른 어떤 것의 강압이나 요구에 의하여 어떤 일을 작정하셔야만 하는 의존적인 분이 아니시라는 하나님의 주권성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하나님의 작정은 하나님의 의지에 속한 일로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자신의 뜻에 따라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영적 사실입니다.
하나님께 이것이나 혹은 저것을 작정하도록 강요하거나 원인적으로 작용할 그 어떤 것도 있을 수가 없으며, 하나님은 오직 하나님 자신의 자발적 기쁜 뜻만이 그의 작정의 원인일 뿐임을 교훈합니다. 하나님의 의지만이 하나님의 의지의 원인일 뿐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작정의 원인도 또한 하나님의 의지 곧 하나님의 뜻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