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강설(7)>
성경: 구원에 필요한 계시로서의 명료성 (제 1장 7항)
김병훈 목사, 화평교회, 합신 조직신학 조교수
“누구라도 구원의 기본적인 진리를 이해할 수 있어”
1장 7항 : “성경에 있는 모든 내용들이 그 자체로 다 똑같이 명백한 것은 아니며, 또한 모든 이들에게 다 똑같이 분명한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구원을 받기 위하여 알고 믿고 지켜야 할 필요가 있는 그러한 것들은, 학식이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보통의 수단들을 적절히 사용하여 그러한 것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성경의 이 곳 또는 저 곳 등에 매우 분명하게 제시되어 있고 밝혀져 있습니다.”
제1장 7항에서 신앙고백서가 성경과 관련하여 고백하는 주요 명제들은 이러합니다. (1) 성경에 담긴 내용들은 알기 쉬운 것도 있고 어려운 것도 있습니다. (2) 그렇지만 구원을 받기 위하여 알고 믿고 또 지켜야 하는 내용들은 명료하게 제시되어 있습니다. (3) 그러므로 학식이 많고 적음에 상관이 없이 누구나 일반적이며 통상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그러한 내용들을 분명하게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성경은 통상적인 방법으로 이해돼
신앙고백서는 앞서 살핀 6항에서 고백하고 있듯이 성경에 있는 계시의 교훈들은 하나님의 영광과 사람의 구원에 필요한 모든 것들에 대한 것으로 사람의 구원을 위한 믿음과 선행에 필요한 모든 교훈들을 완전하게 그리고 충분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7항에서 신앙고백서는 성경이 완전하며 충분하게 밝혀 주고 있는 계시의 모든 교훈들이 그 자체로 모두가 명료하거나 또는 누구에게나 알기 쉽도록 기록되어 있는 것은 아님을 말합니다.
성경에 있는 모든 계시들이 그 자체로 모두가 이해하기가 쉬운 것은 아니라는 점은 이미 성경 스스로가 증거를 하고 있는 바입니다. 이를테면 베드로후서의 “… 그 중에 알기 어려운 것이 더러 있으니 무식한 자들과 굳세지 못한 자들이 다른 성경과 같이 그것도 억지로 풀다가 스스로 멸망에 이르느니라”(벧후 3:16)는 말씀이 그것입니다.
분명히 성경의 계시된 교리들 가운데 어떤 것들은 그 자체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으며 또한 정당한 논리와 필연적인 추론을 사용한다고 하여도 여전히 이해하기가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삼위일체 신관이나 성자 하나님의 성육신과 같은 교리들 생각해보면 이러한 교리가 성경에 있다는 사실은 명료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하나님이 삼위일체이신지 또는 어떻게 참 하나님이시면서 또한 참 사람이신지에 대한 방식들은 매우 신비로우며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사사로이 풀려고 하다가는 진리에서 어긋나며 스스로 멸망에 이르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가 있으므로 주의를 하여야 합니다.
또 어떤 성경의 교훈들의 경우에는 사람들의 이해력에 따라 차이가 나서 어떤 이는 다른 이들이 쉽게 받아들이는 교훈이 어렵게 여겨지기도 하고, 또 그 반대의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앙고백서는 구원을 받기 위하여 알아야 하며, 믿어야 하며, 또한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교훈들의 명료성을 강조합니다. 이것들을 알기 위하여 특별히 많은 학식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며, 또 구원의 교훈들을 풀어내기 위하여 통상의 방법이 아니라 매우 특별한 방법이 요구되는 것도 아닙니다. 구원을 받기에 꼭 필요한 기본 교훈들은 성경의 이 곳과 저 곳 등에 계시되어 있어서 부지런히 그리고 진지하게 찾는 자라면 누구라도 알 수가 있습니다.
신앙고백서가 이처럼 구원에 필요한 기본 교훈들의 명료성을 말하면서 학식이나 특별한 수단의 필요성을 부인할 때, 그것이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로마 천주교회의 주장입니다.
성경만으로는 구원의 계시가 불충분하다는 주장을 펴기 위하여 성경에 더하여 구전적 전승을 끌어온 로마 천주교회는 이제 여기에 더하여 성경의 계시들은 신비하며 불명료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오직 교회의 권위 있는 판단에 의해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바르게 풀이하는 일이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을 합니다. 즉 로마 천주교회는 ‘가르치는 교회'(ecclesia docens)인 주교들의 해석적 도움을 받을 때에라야만 성경의 교훈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바르게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을 합니다.
로마 천주교회에 맞서 신앙고백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성경에는 어떤 신비들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없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도 아니고, 또 성경의 모든 부분들이 어떤 해석도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명료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도 아니며, 구원의 필요한 계시들이 성경의 어느 곳을 읽던지 분명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도 아닙니다.
신앙고백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성경 안에 있음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구원에 필수적인 계시들을 신자들의 믿음의 눈으로 부지런히 읽으면 이해할 수 있도록 그들의 수준에 맞추어 주셨음을 말합니다.
또 성경에는 교만을 낮추고 부지런히 연구하지 않으면 한 발치도 가까이 갈 수 없는 깊고도 넓은 계시들이 있음을 인정하지만, 구원에 꼭 필요한 것들은 명료하여 신자들이라면 다른 해석적 도움이 없이도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없을 것임을 말합니다. 뿐만 아니라 설령 성경의 어느 곳에서는 구원의 진리가 불명료하더라도 다른 곳의 계시를 살피면 구원에 필요한 교훈들을 명료하게 알 수 있음을 말합니다.
구원 계시의 명료성과 관련하여 종종 오해를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성경을 읽는 주체인 사람과 관련한 것입니다. 신앙고백서가 말하는 명료성의 교훈은 구원의 진리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람이 구원의 교훈을 명료하게 알 수 있음을 말하지 않습니다. 또한 또 해석을 바르게 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들을 부정하지도 않습니다.
신앙고백서는 이미 6항을 해설하면서 말씀드린 바처럼 구원을 얻기에 필요한 모든 지식을 깨달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일은 오직 성령님께서 조명하시는 은혜를 베풀어 주실 때에야 가능한 것임을 강조합니다. 구원에 이르는 지식은 영적인 것이므로 성령님의 도우심이 없다면 죄로 인하여 영적인 분별력을 잃어버린 사람이 이를 깨달아 알 도리가 없습니다.
이치가 이런 만큼 구원에 관해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은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부지런히 성경을 읽는 사람이라도 중생하지 못하였거나 성령님의 조명을 받지 못하였다면 구원에 꼭 필요한 기본적인 교훈을 결코 명료하게 이해하지를 못합니다.
신앙고백서는 성령의 내적 조명, 이해의 집중, 교회의 가르침과 설교와 주석 등과 같은 통상적인 수단들의 유용성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보통의 경우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특별히 성경은 성경으로 풀어지는 것이므로 분명한 신앙의 교훈에 어긋나지 않으면서(analogia fidei) 성경을 따라 해석하며(analogia Scripturae) 교훈과 교리를 정립하는 일은 교회가 성실히 감당하여야 하는 책임이며 권세(potestas doctrinae)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마 천주교회에 맞서 신앙고백서가 교훈하는 것은 비록 학식이 부족한 사람일지라도 신앙의 마음과 구원의 열망을 가지고 성경을 읽으면 성령의 조명하심이 있을 때에 누구라도 구원의 기본적인 진리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성경의 계시가 명료하다는 사실입니다.
신자는 성령님의 조명 아래 있어야
신앙고백서는 본 7항에서 성도들은 성경을 읽어도 성경 외의 전통이나 교회의 무오한 판단과 같은 외적인 도움이 없으면 성경의 교훈을 이해하지 못할뿐더러 위험하거나 해로운 오류를 범하게 된다는 로마 천주교회의 주장이 잘못된 것임을 분명하게 밝힙니다.